제목 | [미사] 미사의 모든 것28: 거룩하시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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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2-02 | 조회수6,763 | 추천수0 | |
[미사의 모든 것] (28)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신 성부와 성자께 모든 신자가 바치는 환호송
- ‘거룩하시도다’는 거룩하신 하느님과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주님께 하늘의 천사들과 성인들과 함께 모든 신자가 바치는 환호송이다. 사진은 파라과이 교회 신자들이 성지 주일에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재현하고 있다. [CNS]
나처음: 거룩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조언해: 예수님을 닮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 말처럼 실천하기가 어렵지만.
라파엘 신부: 너희는 예수님께서 누구라고, 어떤 분이시라고 생각하니? 이 물음은 예수님께서 강생하신 이래 지금까지 그치지 않고 있지. 예수님 자신도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물으셨고, 예수님께 사형을 선고한 빌라도조차도 당신은 누구냐고 질문했지. 오늘날 우리 역시 주님께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여쭙지. 우리가 주님을 닮은 삶을 살려면 정말 그분이 누구신지 잘 알아야 하지 않겠니!
나처음: 정말 어려운 물음이네요. 예수님을 알지 못하면 거룩해질 수 없는 거군요.
라파엘 신부: 다행스럽게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거룩해지는 방법을 알려주셨지. 그것을 교회는 ‘참행복 선언’(마태 5,3-12; 루카 6,20-23)이라고 하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참행복 선언을 “그리스도인에게 신분증과 같다”고 말씀하셨단다. 교황님은 “누군가 훌륭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명확합니다. 예수님께서 산상 설교에서 하신 말씀을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63항)라고 일깨워 주셨지.
예수님께서는 영적으로 가난하고 온유하고 겸손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슬퍼할 줄 알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의로움을 실천하는 것이 참행복에 이르는 삶이라고 하셨지. 그리고 참행복을 실천하는 사람을 바로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라고 하셨지.
행복과 복됨, 거룩함은 같은 뜻을 지닌 말이란다. 무엇보다 이러한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연대하여 평화를 일구는 사람이 거룩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거야. 하느님의 자녀 중에 거룩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
조언해: 하느님께서 거룩하신 분이시니 그분의 모상인 인간도 거룩한 존재가 아닌가요?
라파엘 신부: 그럼. 인간은 거룩하고 의롭게 창조되었지. 이 거룩함과 의로움은 아담을 위한 은총의 선물이었지. 그러나 인간이 스스로 하느님 의로움의 거룩함 안에 머무르길 원치 않고 타락의 길로 떨어졌지. 그래서 하느님 스스로 인간이 되시어 당신을 희생 제물로 봉헌함으로써 인간을 다시 거룩함에 머물도록 구원해 주셨지. 그 희생 제물이 바로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지.
그래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든 완덕의 천상 스승이시며 모범이시고, 거룩한 생활의 창시자요 완성자”라며 “어떠한 신분이나 계층이든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교 생활의 완성과 사랑의 완덕으로 부름받고 있다”고 선언했단다.(「교의 헌장」 40항) 이처럼 그리스도인이 주님을 닮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소명이라 할 수 있어.
나처음: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게 단순히 세례성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송두리째 하느님께로 바꾸는 것이군요.
라파엘 신부: 그래.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녜요.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하느님께서 미리 구원받을 사람과 받지 못할 사람을 예정해 두었다는 개신교의 주장을 배척하고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애덕을 실천할 때 완덕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친단다.
조언해: 미사 중에 우리가 하늘의 천사들과 성인들과 함께 ‘거룩하시도다’를 환호하는 것도 하느님의 거룩함 안에 머물길 희망하는 간절함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라파엘 신부: 그렇지. 라틴말로 ‘상투스’(sanctus)라고 하는 ‘거룩하시도다’는 미사를 봉헌하는 공동체 모두가 감사의 마음으로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환호송이니 언해의 말처럼 하느님의 거룩함에 머물길 간구하는 기도라고 표현해도 괜찮을듯해. ‘거룩하시도다’는 지난번에 설명한 것처럼 감사송과 제대에 바친 예물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도록 성령께 청원하는 기도를 연결하는 환호송이야. 너희들 알고 있니? ‘거룩하시도다’가 아버지 하느님과 주님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 드리는 환호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는 걸.
조언해: 헉! 크게 생각하지 않고 불렀는데 정말 환호의 대상이 나뉘네요.
라파엘 신부: ‘거룩하시도다’를 세 번 외치는 것은 전례적으로 큰 의미가 있어요. 성경에서 ‘3’은 시작과 가운데, 마침을 가리키는 수이지. 또 ‘하느님의 나라’를 가리키는 숫자란다. 아울러 최상급을 나타내지. 그래서 이 거룩한 숫자 3이 전례에도 도입되었는데 미사 중에 자비송(자비를 베푸소서)과 ‘거룩하시도다’, 그리고 평화 예식의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을 3번 반복해요.
전반부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하늘과 땅에 가득 찬 그 영광! 높은 데서 호산나!”는 이사야의 소명 환시에 나오는 사랍 천사들의 환호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만군의 주님! 온 땅에 그분의 영광이 가득하다”(이사 6,3)를 도입한 거야.
아람어 ‘호산나’는 우리말로 ‘저를 구하소서’ ‘저를 도와주소서’라는 뜻이지. 성경 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은 ‘알렐루야’처럼 기쁠 때 호산나를 외치며 하느님을 찬미했다고 해.
조언해: 후반부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높은 데서 호산나!”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외친 환호이죠. 주님 성지 주일 때 우리가 성지를 들고 성당에 입당할 때 노래하잖아요.
라파엘 신부: 그래. 후반부의 이 내용은 시편 118장 26절(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는 복되어라)과 루카 복음 19장 38절(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임금님은 복되시어라. 하늘에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 영광)을 합친 말로 군중들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께 드린 환호이지.
거룩하시도다는 1969년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을 통해 미사에 참여한 모든 신자와 사제가 함께 부르는 1급 성가로 지정됐지. 1급 성가란 대단히 중요한 공동체 성가를 뜻해. 우리가 미사 중에 함께 하는 자비송과 대영광송도 1급 성가이지. 간혹 대미사 때 성가대만 1급 성가를 장엄하게 부르는 데 그건 전례의 본래 의미를 해치는 것이야. ‘거룩하시도다’는 거룩하신 하느님과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주님께 하늘의 천사들과 성인들과 함께 모든 신자가 바치는 환호인 만큼 본래 의미를 항상 되새겨 미사 참여자 모두가 함께 노래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월 31일, 리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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