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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감염병 시대의 전례 사목3: 자기성찰과 쇄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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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11 조회수5,914 추천수0

[감염병 시대의 전례 사목] (3) 자기성찰과 쇄신의 길


내면 돌아보고 영성 키우는 사목 노력들 필요

 

 

긴 시간 동안 ‘팬데믹’ 시대를 지내고 있다. 한 해가 지났고 올해도 비슷한 환경과 여건 속에서 지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방역 당국의 노고가 많다. 신속하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잘 진행되고 있지만, 충분히 협조하지 않아 허탈하게 만드는 경우들도 산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감염자가 집단으로 생겨나면 방역을 통해 잡고, 또 생겨나면 안정화하는 그런 긴장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냉담자?

 

그런 가운데 방역 지침의 단계에 따라 본당 미사를 중지하는 경우들을 경험했다. 미사를 멈추었다가 재개할 때마다 미사 참례자 숫자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본다. 시간이 지나고 그 숫자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역에 따라 미사 참례자가 30~40% 줄었다. 미사를 재개했지만, 본당 미사를 궐하는 이들은 언제 다시 나오게 될까? 아마도 오지 않을 듯싶다. 냉담 아닌 냉담인 듯 냉담 같은, ‘코로나 냉담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미사에 오지 않는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생활이 갑자기 힘들어져서, 코로나19가 염려되어서, 안 가도 된다고 하니까 천천히 가도 될 거 같아서 등 여러 이야기가 들린다. 자신의 신앙이 깊지 못한 경우, 기도와 미사 참례에 간절한 마음이 부족한 경우, 주일미사를 의무로만 참여하고 깊은 공감을 갖지 못한 경우, 안전과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들은 자신이 신앙인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이 냉담이라는 마음 상태인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마음 한편은 자신이 신앙인이라 생각은 하지만 적극 행동하지 않는 이들이다. 그러면서 기도와 전례생활에 대한 간절함이 부족해 쉽게 기도 행위를 거르기도 한다. 이들은 ‘무증상 냉담자’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방학이 길어지면 학생들의 학습 상실이 커지듯이, 방학같은 신앙생활의 휴지기를 거치면서 ‘신앙의 상실’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신앙의 내면을 가다듬는 삶

 

현재 우리 교회의 모습에서 그 문제를 찾아보아야 하겠다. 본당 공동체에서 열심한 신자들 소수를 제외하고 영적 깊이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충분한 신비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 안에 영성이 많이 부족하다. 신앙인은 3가지 교육을 필요로 한다. 교리를 배우는 교리교육(Catechesis), 교회 생활을 통해 봉사하고 활동하는 신앙교육(Paedagogia), 그리고 기도와 전례, 피정 등을 통해 신앙의 영적 깊이를 더하는 신비교육(Mystagogia)이 그것이다. 교리교육과 신앙교육에 비해 영성을 갖추게 만드는 신비교육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된 점이 많다.

 

신비교육의 장이 되어야 할 전례도 ‘영적 동화’를 중심으로 거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의무적인 관점, 형식적인 관점, 교리적인 관점에 치우쳐서 거행된다. 전례를 성사론이라는 교의적 관점에서 학문적으로 다루고, 형식적 관점에서 맞느냐 틀리느냐를 논한다. 이것은 전례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아니며, 신비교육의 자리로서 전례가 거행되기보다는, 신자들에게는 궐하기를 꼭 피해야 하는 의무적 관점에서 이해된다. 겨우 주일미사만 참례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환경과 인식으로 인해 신앙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코로나19처럼 환경이 달라지면 참된 복음의 가치의 중요성을 놓치고 약화되기 쉽다. 복음의 참된 가치를 찾으려는 열성이나 간절함도 생기지 않고 신앙에 대한 의식마저 약화되어 버린 것이 오늘날 ‘코로나 냉담자’이다.

 

여기에 또 하나 덧붙인 교회 정책이 있었다. 일부 교구에서 허용한 ‘일괄고백과 일괄사죄 예식’이 그것이다. 긴 시간 동안 미사도 없었고 부활 판공도 하지 않았기에, 미사를 재개하면서 이 예식을 공동체에 거행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단지 지나간 부활이지만 판공성사를 하지 못했다는 점, 미사를 재개하지만 미사를 궐한 것 때문에 영성체하기가 적절치 않다는 점, 이런 이유로 이 예식을 거행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적, 교리적 관점에서 고해성사를 이해하고 지키기 위해 허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후 나타난 현상은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회피한다는 것이다. 손쉬운 방법이 전체에게 일괄 허용되었기 때문에 그렇게도 가능하겠구나라는 기대심을 심어준 것이다. 오히려 이럴수록 보수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늦더라도 개별 고해성사를 보도록 안내하고 - 주일미사 나오지 못한 것은 고해 내용 중 큰 부분이 아니다 - 가까운 시일 내에 고해성사를 볼 것이므로 영성체를 허락해 주는 사목 정책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내면을 돌아보고 영성을 키우는 신앙을 위해 그 깊이를 더하는 사목적 노력들이 필요하다. 예컨대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지 못했으므로 신자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개인 면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 방역수칙에 따라 활동 인원의 제한이 있으므로 3~4명씩 소그룹을 만들어 피정, 성지순례, 말씀나누기 등 활동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것, 문자 등을 통해 전 신자에게 복음 묵상글을 자주 보내주는 것 등 다양한 노력들을 찾아보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가톨릭신문, 2021년 2월 7일, 나기정 신부(한국가톨릭전례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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