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전례 탐구 생활37: 성찬 전례를 준비하는 사제의 개인기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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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2-16 | 조회수6,379 | 추천수0 | |
전례 탐구 생활 (37) 성찬 전례를 준비하는 사제의 개인기도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는 여러 가지 준비를 합니다. 교우들과 마찬가지로 대죄를 지었으면 고백 성사를 보고, 미사 전과 후에 바치는 기도, 제의를 입으면서 드리는 기도 등으로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를 합당하게 거행하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미사 예식이 진행되는 사이 사이에 사제 혼자 조용히 기도문을 바치는 순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제는 복음을 읽으러 가기 전 제대 앞에 허리를 숙여 기도하고, 복음을 다 읽은 다음에도 복음서 앞에 허리를 숙여 기도합니다.
제대에 예물을 차려놓고 빵이 든 성반과, 포도주와 물이 든 성작을 들고 찬미 기도를 드린 다음에도 사제는 허리를 숙여 속으로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 하느님, 진심으로 뉘우치는 저희를 굽어보시어 오늘 저희가 바치는 이 제사를 너그러이 받아들이소서.”
지난주 글에서 사제와 신자들이 바치는 빵과 포도주가 하느님의 선물이자 인간 노동의 결실이기 때문에 성찬례의 예물이 우리의 생활을 바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사제 혼자 속으로 바치는 이 기도문도 같은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신께 희생 제물을 바쳐 올려 그 분노를 잠재운다거나 원하는 이득을 얻는다는 미신적인 생각은 조금도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우리가 바지는 예물은 “진심으로 뉘우치는 우리 자신”입니다. 그것마저도 하느님 앞에서는 변변찮은 것이라 너그러이 받아달라며 사제 홀로 허리 숙여 겸손하게 기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어지는 감사 기도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거룩하게 된다는 것은, 영성체로 그것을 받아 모시는 우리 자신도 그리스도의 몸으로 거룩하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가 바친 것 – 빵과 포도주, 그리고 우리 자신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거룩하게 되어 다시 돌려받을 것입니다. 내어줌으로써 얻는다는 진리를 우리는 매일의 성찬례 안에서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기도문은 또 다니엘서 3장에 나오는 세 명의 히브리 소년이 불가마 속에서 하느님께 바친 기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나라를 잃고 바빌로니아에 끌려가 지내다가 임금의 노여움을 산 사드락, 메삭, 아벳 느고는 불가마에 던져진 채로 이렇게 기도합니다. “저희는 당신에게서 멀어져 죄를 짓고 법을 어겼습니다. … 저희는 입을 열 수도 없습니다. 당신의 종들과 당신을 경비하는 이들에게는 수치와 치욕뿐입니다. … 그렇지만 저희의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을 보시어 저희를 숫양과 황소의 번제물로, 수만 마리의 살진 양으로 받아주소서 이것이 오늘 저희가 당신께 바치는 희생 제물이 되어 당신을 온전히 따를 수 있게 하소서”(다니 3,26-45 참조). 세 소년은 자신의 생명을 하느님께 바쳐 올리는 제물과 결합시켰고, 주님께서는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시어 그들을 구해주셨습니다.
미사 때 사제는 이와 같은 마음으로 기도드립니다. 모든 신자들의 생명과 연결된 빵과 포도주를 주님께 바쳐 올린 사제는 이제 사드락, 메사, 아벳 느고처럼 하느님 백성 전체를 대신하여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으로 하느님께 부르짖으며 하느님 마음에 드는 희생 제사로 우리 자신을 받아주시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2021년 2월 14일 연중 제6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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