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축일] 전례 주년과 성모 공경: 성모승천대축일 교의의 기원과 의미(8월 15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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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8-14 | 조회수3,296 | 추천수0 | |
[전례 주년과 성모님 공경] 성모승천대축일 교의의 기원과 의미(8월 15일)
교회력에서 우리가 지내는 성모께 대한 여러 축일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감명 깊고, 으뜸가는 축일은 ‘마리아의 영화로우신 승천’을 기리는 날인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일 것이다.
‘성모 승천 대축일’은 ‘원죄에 물들지 않고 평생 동정이신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지상 생애를 마친 다음 육신과 영혼이 함께 천상 영광으로 하늘로 들어 올려진 것’을 기념하는 날로서, 과거 한국교회에서는 성모 승천을 ‘몽소승천’(夢召昇天)이라고도 불렀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하늘에 올라가신 예수 승천(Ascension)과 달리 하느님에 의해 ‘올림을 받음’(Assumption 피승천)을 구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이날을 의무대축일로 규정하고 있다.
‘성모 승천’ 교의 어떻게 탄생했나?
사실 신약성서와 초대교회 문헌에도 성모 마리아의 육신과 영혼의 승천에 관한 직접적 언급은 없다. 요한복음 19장 26~27절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사도 요한이 마리아를 모신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으나 어디에서 생을 마쳤는지는 확실치 않다. 무덤의 소재나 유해에 대한 기록도 확실하지 않다.
처음으로 성모 승천에 대해 밝힌 인물은 살라미스의 주교 에피파니오(315~403)로 알려지며, 서방교회에 성모 승천 교의가 공식화된 것은 투르의 그레고리오(538~594)에 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모 승천의 신학적 근거가 세워진 것은 8~9세기경 아우구스티노의 서한에 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대 알베르토(1296~1280),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 보나벤투라(1217~1274), 교황 베네딕토 14세(1740~1758)에 의해 성모 승천 교의가 재확인됐다.
1854년 12월 8일 발표된 교황 비오 9세의 교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으로부터 확정된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는 성모 승천 교의를 선포하는데 보다 큰 밑 배경이 됐다. 교황 비오 12세는 가톨릭 세계 모든 주교들의 만장일치로 마침내 1950년 11월 1일 회칙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을 통해 ‘성모 승천 교의’를 반포하기에 이른다(“원죄 없으신 천주의 모친 평생 동정 마리아께서 지상생활을 마치신 후에 영혼과 육신을 갖고서 천상 영광에로 올림을 받으셨다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된 교리임을 선언하고 선포하며 정의하는 바이다.”). 이 부분에서 성모 승천에 관한 교의가 교황이 주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신자들 건의와 청원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성모 승천과 관련 “티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께서 조금도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으며 지상 생활을 마치신 후에 영혼과 육신이 천상 영광으로 부르심을 받으시어 주님으로부터 천지의 모후로 추대 받으셨다. 이로써 마리아는 다스리는 자들의 주님이시며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자이신 당신 아드님을 더욱 완전히 닮게 되셨다.”(교회헌장 59항)고 천명했다.
8월 15일이 공식적으로 축일로 기념된 것은 조베날레 주교(422~458) 시대에 예루살렘 근처 카티스마에 세운 마리아 성지의 봉헌 기념일, ‘하느님의 어머니’ 축일이 8월 15일이었던 데서 유래됐다고 본다. 교황 니콜라오 1세(858~867)는 부활 대축일, 성탄 대축일, 성령 강림 대축일과 같이 성모 승천을 대축일로 기념하도록 했다.
성모님께서 승천하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교부들과 여러 학자들이 강조하듯이, 성모 승천을 대축일로 기념하는 것은 복되신 동정마리아의 육신이 부패를 벗어났다는 것만이 아니라 성모님이 당신 외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죽음을 이기시고 천상 영광을 얻으셨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성 제르마누스는 “천주의 모친이 되시고 동정 육신의 거룩함을 지니신 성모 마리아께서 그 육신이 부패되지 않으시고 또 승천하신 것은 마땅한 일”이며, “온전히 거룩하시며 온전히 정결하시고 온전히 하느님의 거처가 되시는 마리아의 육신은 무덤의 부패를 모르고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시면서 불사불멸의 빛 속에서 변모되어 새롭고도 영광스러운 생명을 얻어 온전한 해방과 온전한 생명을 마땅히 누리셔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옛 저자는 “우리의 구세주이시고 하느님이시며 생명과 불사불멸을 베푸시는 그리스도께서는 영광스러운 모친께 생명을 되돌려 주시고 모친으로 하여금 당신 육신을 불사불멸에 참여케 하시며, 죽음에서 부활하게 하시고, 당신께로 취하여 승천하게 하셨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는 그리스도만이 알고 계시다.”라고 한 기록이 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성모 마리아의 복되심’을 기념한다. 인류 역사 안에서 영혼뿐만 아니라 육신이 승천한 분은 그리스도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뿐이시다. 예수님과 같이 육신과 영혼이 함께 하늘로 오름을 기리는 승천의 특전은 바로 성모 마리아의 복되심을 명확히 밝혀준다.
2) ‘마리아의 동정의 몸과 흠 없는 영혼이 누리는 영광’을 기념한다. 원죄 물듦 없이 세상에 태어나셨고 동정녀로서 아기 예수님을 자신의 태중에 모셨으며, 이를 세상에 낳으신 후에도 변함없는 동정을 지니신 티 없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성모 승천 교의를 통해 명백하고 합당한 것으로 증명된 것이다.
3) 성모님이 ‘그리스도와 온전히 일치하고, 그리스도를 완전히 닮으심‘을 기념한다. 성모 마리아는 그리스도와 온전히 일치하셨고, 모든 점에서 그리스도를 완벽하게 닮으셨으니 승천하신 그리스도를 닮음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당연한 결과임을 강조한다.
4) ‘우리도 성모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상기하게 한다. 인간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며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자리하길 바란다. 이런 희망을 이룬 첫 번째 인간은 마리아이시다. 성모 마리아의 승천은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회의 모상인 성모님이 하늘에 올림 받음을 보면서 “마리아 안에서 완성될 구원의 업적을 보고 희망을 갖는다.” 즉 성모님과 같은 유한한 인성만을 지닌 우리 보통 사람들도 예수님을 굳게 믿고 따른다면 성모님처럼 승천하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함으로 떨고 우리 인류에게 너무나도 큰 기쁜 희망의 등대 역할을 한다.(“예수의 모친은 천상에서 이미 영혼과 육신으로 영광을 누리고 계심으로써 후세에 완성될 교회의 모상이며 시작이 되신다.”[교회헌장 68항])
‘성모 승천 대축일’의 기쁨은 7일 후 ‘여왕이신 복되신 동정 성 마리아 기념일’에서 계속된다. 이 기념일에는 영원하신 왕 곁에 좌정하신 엄위로운 여왕 마리아께서 어머니로서의 전구도 계속하심을 기념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8월호,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광주대교구 대치성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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