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례] 언제 거행하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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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10-26 | 조회수2,994 | 추천수0 | |
[빛과 소금] 언제 거행하는가?
그리스도인에게 주일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왜 가톨릭 신자들은 주일 미사 참례를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주일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달려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서 『주님의 날』(Dies Domini)에 나타난 가르침을 따라서 주일의 의미를 되새겨 봅시다.
주일은 거룩한 휴식의 날입니다. 이 휴식은 창세기에 나타난 하느님의 ‘휴식’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하시던 일을 이렛날에 다 이루셨다. 그분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창세 2,2). 여기서 말하는 창조주의 ‘휴식’은 하느님의 ‘무활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의 충만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손수 하신 일을 둘러보시며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 1,31 참조)고 하신 것처럼 ‘기쁨과 환희에 찬 하느님의 시선’을 표현합니다. 마치 신랑이 신부를 바라보듯 하느님께서는 사랑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십니다. 주일의 휴식은 바로 하느님의 이 열렬한 사랑의 시선과 마주하는 ‘기쁨’의 순간입니다.
주일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날입니다. 주일은 매주 돌아오는 부활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첫 번째 창조의 완성과 ‘새로운 창조’(2코린 5,17 참조)의 시작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주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날, 곧 ‘안식일 다음 첫째 날’을 일찍이 ‘주님의 날’(주일)이라고 부르며 우리 신앙의 근원적인 축일로 삼았습니다. 성 대 그레고리오가 “우리에게 진정한 안식일은 바로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말하였듯이, 그리스도 안에서 안식일의 영적 의미가 완전히 실현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안식일과 마찬가지로 주일은 ‘기억’하는 행위를 중심 주제로 갖습니다. 주일의 의미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신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기억하며 우리 마음을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찬미로 채우는 데 있습니다. 그럴 때 주일의 휴식은 비로소 충만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주일의 핵심은 무엇보다 성찬례를 거행하는 데에 있습니다. 사도 시대부터 교회는 주일 성찬례에서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약속하신 부활하신 주님의 생생한 현존을 강렬하게 체험하였습니다. 사도행전은 부활하신 주님과 제자들의 아름다운 만남에서 시작된 첫 신앙 공동체의 삶의 중심에 늘 ‘빵 나눔’이라 불린 성찬례 거행이 있었음을 전해줍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미사를 가리키는 가장 오래된 명칭 가운데 하나인 ‘빵 나눔’은 최후의 만찬에서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신 예수님의 동작만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께서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실’(루카 24,30 참조) 때에야 비로소 눈이 열려 그분을 알아보았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놀라운 체험을 상기시킵니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은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말씀과 성찬의 식탁에서 그리스도와 참으로 하나가 된 신앙인은 빵을 나누는 행위를 자기 삶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드러내는 기쁨의 몸짓이 되게 합니다. 주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줌으로써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참으로 살아계심을 체험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10월 24일 연중 제30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전교 주일) 인천주보 3면, 김기태 요한 사도 신부(청학동 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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