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전례 탐구 생활66: 강복과 축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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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11-08 | 조회수3,009 | 추천수0 | |
전례 탐구 생활 (66) 강복과 축복
강복과 축복은 교회에서 많이 쓰는 말입니다. 무엇이 다를까요? 사실 말은 다르지만 의미는 똑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복을 내려 주시는 일을 우리말로 ‘강복’이라고도 하고 ‘축복’이라고도 합니다. 둘 다 라틴말 베네딕시오(benedictio)의 우리말 표현이며, 라틴말 전례서에서는 구별 없이 한 단어로 씁니다. 다만, 옛날 가톨릭에서는 이 ‘베네딕시오’를 우리말로 옮길 때 ‘강복’이란 말을 썼고, 같은 뜻을 개신교에서는 ‘축복’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 일치 운동을 강조한 직후 1960년대 중반에 가톨릭 공용어 심의위원회가 교회 일치 운동의 차원에서 ‘강복’과 ‘축복’을 혼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 “우리를 강복하소서.” 하던 것을 “우리에게 강복하소서”, “축복을 내리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미사 통상문」을 새로이 개정하면서 ‘축복’(祝福)이라는 말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쓰자는 국어학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복을 내려 주시는 행위, 또는 그러한 복을 ‘강복’이라고 하고, ‘축복’은 사람이 하느님께 복을 빌 때만 쓰기로 하였습니다. 이후 「천주교 용어집」에도 이런 구분이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행위 주체에 따라 ‘축복’과 ‘강복’을 구분하여 쓰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제는 교우들이나 성물에 ‘축복’하고(=복을 내려 주시기를 청하고), 하느님은 (사제를 통하여) ‘강복’하신다(=복을 내려 주신다)고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별이 한국어 문법의 기계적 적용에만 집착하며 실제 교우 대중이 신앙생활에서 사용하는 용법을 무시한다는 점 때문에 처음부터 상당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축복’이라는 말이 어원상 ‘복을 빈다’는 뜻이지만, 그리스도교에서 오래 사용되는 동안 의미 변화를 일으켜, 우리나라 사전에서도 축복이 복을 비는 것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그리스도교에서 하느님이 신자에게 복이나 은혜를 내림을 뜻한다고도 정의하고 있습니다.
실제 전례문에도 원칙을 벗어나는 약간의 혼용이 보입니다.
- 미사의 마침 예식 때 사제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교우들에게 ‘강복’합니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소서.” 하지만 복음을 봉독하기 전 부제는, 똑같이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사제에게 ‘축복’을 청합니다. “축복하여 주십시오.”
- 감사 기도를 바칠 때 사제는 빵과 성작 위에 ‘강복’합니다. “이 거룩하고 흠 없는 예물을 받으시고 강복하소서”(감사 기도 제1양식). 그러나 같은 감사 기도에서 예수님은 빵과 잔을 축복한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난 전날 거룩하신 손에 빵을 드시고 하늘을 우러러 전능하신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며 축복하시고 …….” “저녁을 잡수시고 같은 모양으로 거룩하신 손에 이 귀중한 잔을 드시고 다시 감사를 드리며 축복하신 다음 …….”
기원 미사 감사 기도는 예수님께서 빵을 ‘축복하시고’, 우리가 ‘축복의 잔’(1코린 10,16)을 봉헌한다고 말합니다.
정확한 용어 사용의 문제는 언제나 복잡합니다. 현재로서는 ‘강복’과 ‘축복’의 원칙적 구별은 인식하고, 공식 전례에서는 전례문에 나오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되, 일상에서는 두 단어를 그렇게 엄격하게 구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사제에게 강복을 청할 수도, 축복을 청할 수도 있습니다. 말속에 숨은 하느님 은총은 헷갈리는 법이 없이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질 것입니다.
[2021년 11월 7일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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