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순부활] 성주간, 어떻게 보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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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4-13 | 조회수2,931 | 추천수0 | |
성주간, 어떻게 보낼까 주님 수난과 죽음 묵상하고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됨을 기념
사순 시기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4월 10일)에 이르러 절정을 향한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한 주간을 ‘성주간’(聖週間)이라고 부른다. 사순 시기의 마지막 주간에 해당한다.
성주간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 전까지의 사순 시기와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부터 성토요일까지를 포함하는 기간이다. 예수님께서 죽음으로써 죽음을 소멸시키고 부활로써 생명을 되찾아 주셨음을 기념하는 성주간은 전례주년에서 가장 거룩한 기간이다.
신자들은 성주간 전례에 참례해 어느 때보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신비를 깊이 깨달을 수 있다. 성주간의 구성과 의미를 살펴본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구속사업의 거룩한 축제인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해 수난을 당하신 사실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 예식은 신자들이 축복받은 성지(聖枝)를 들고 성당으로 이동하는 행렬과 수난 복음 봉독으로 구성된다.
성지는 영원한 생명과 승리를 상징하는데 성수를 뿌려 성지를 축복한 뒤 예루살렘 입성을 전하는 복음을 낭독한다. 이때 중심이 되는 것은 성지가 아니라 행렬을 통해 드러나는 메시아이자 왕인 예수님에 대한 신앙이다. 나뭇가지를 들고 행렬하는 예식은 9세기 무렵 교황청의 로마 예식 안에 들어왔다고 추정되지만 11세기 말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의 「기도문집」에 확실하게 나타난다. 성지에 대한 왜곡된 신심이 존재한 적도 있다. 중세 민중들이 성지에 악령을 몰아내거나 악령의 행위를 막는 힘이 있다고 믿어 중세 말에는 성지 축복 자체를 준성사(準聖事)로 취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1955년 전례 개혁이 이뤄져 성지 축복은 단순화되고 행렬이 다시 성대해졌다.
성지 행렬에 이은 입당 후에는 참회 예절 없이 본기도로 미사를 시작한다. 미사에서는 수난기를 읽으면서 주님의 죽음에 관한 신비 즉,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가서 죽음을 맞은 것은 부활로써 구원 신비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묵상한다. 14세기까지는 수난 복음을 부제 한 명이 낭독하는 관례가 지켜졌지만 이후 북유럽 여러 교회에서 세 명의 부제가 역할을 분담하며 연극적 효과를 얻었고 이런 형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주간 월~목요일
성주간 월~수요일에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의 분위기가 이어진다. 독서와 복음 모두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는 사건들로 이뤄진다.
성주간 목요일 오전에 봉헌되는 성유 축성 미사로 사순 시기는 마무리된다. 성유 축성 미사에서 주교는 사제들의 서약을 갱신한다. 성유 축성 관행은 이미 3세기 초 문헌인 「사도 전승」에 실려 있으며 성목요일에 성유를 축성하는 관행이 확립된 것은 8세기경이다. 이날 독서는 하느님 백성이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함을 보여 주는 내용들이다.
성유는 축성 성유(크리스마 성유)와 병자 성유, 예비신자 성유 세 가지로 구분된다. 성유는 도유(기름 바름)를 통해 성사를 거행하거나 사람과 사물을 축복할 때 사용한다. 축성 성유는 세례, 견진과 성품 성사 때, 그리고 성당 축성 때에도 사용한다. 병자 성유는 이름 그대로 병자 성사를 위해서 쓰이고, 예비신자 성유는 입교 예식 중 예비신자에게 도유하는 데 사용된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
가톨릭 전례의 정점인 파스카 성삼일은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부터 시작된다. 초대교회부터 주님 만찬 미사를 봉헌하는 시점과 전례상 의미는 변동을 거듭하다 1955년 전례 개혁으로 주님 만찬 미사는 저녁에 봉헌하게 됐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다시 전례 개혁 작업을 거치면서 주님 만찬 미사부터 파스카 성삼일 시작이 확립됐다.
주님 만찬 미사의 두드러진 특징은 대영광송을 부를 때 종을 친 뒤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에서 대영광송을 할 때까지 종을 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예수님의 수난을 본받아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을 멀리하며 절제하고 검소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말씀 전례 끝에는 발씻김 예식을 거행한다. 발씻김 예식은 일찍이 아우구스티노 성인(354~430) 시대에도 있었지만 로마에는 12세기에 도입됐고, 본래 주교좌성당에서만 거행되던 것이 1955년 이후 모든 성당에서 거행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교황청 경신성사성 교령에 따라 2016년부터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과 병자, 노인 등 모든 이가 발씻김 예식에 참여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주님 만찬 미사 중 성찬 전례를 마치면 ‘수난 감실’에 성체를 옮긴다. 신자들이 성체를 공경하고 성체조배를 하면서 성찬 전례가 없는 주님 수난 성금요일 말씀 전례 때 영성체를 하기 위해서다.
주님 수난 성금요일, 성토요일
성금요일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날이다. 이날은 오랜 전통에 따라 성찬 전례를 거행하지 않고 말씀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로 이어지는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한다. 아울러 주님의 죽음을 묵상하며 금육과 단식을 한다.
성금요일은 주님의 죽음을 애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구원의 원천인 십자가 제사에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예수님의 죽음은 부활로 이어지기에 복된 수난이기 때문이다. 십자가 경배 예식을 마치면 성체를 모셔와 신자들에게 영해 주는 예식이 이어지는데 주님 수난 성금요일이 그리스도의 죽음을 애도하는 날이라기보다 부활의 기쁨과 파스카 신비를 느끼는 날이라는 점이 이때 드러난다.
성토요일에는 주님의 무덤 옆에 머물러 주님의 수난과 죽음, 저승에 가심을 묵상한다. 이날은 고해성사와 병자 도유를 제외하고 모든 성사를 거행하지 않으며 임종자를 위한 노자성체(路資聖體)만 행해진다.
파스카 성야,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예식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밤을 기념해 교회 전례에서 가장 성대하게 거행된다. 예식은 제1부 빛의 예식, 제2부 말씀 전례, 제3부 세례 전례, 제4부 성찬 전례로 구성된다.
빛의 예식에서 사제가 부활초를 높이 들고 “그리스도 우리의 빛”이라고 말하면 신자들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답함으로써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가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됐음을 기억한다. 말씀 전례에서는 구약 독서 7개, 신약 독서 1개, 복음 낭독을 한다. 구약 독서 7개 중 2~3개만 읽을 수도 있지만 바다 가운데로 마른 땅을 건넌 사건을 다룬 탈출기 14장은 부활 신비의 표상이라는 점에서 결코 생략할 수 없다. 세례 전례는 세례가 그리스도의 부활 신비에 동참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파스카 성야 예식의 의미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주님 부활 대축일은 주일이 한 주간의 정점이듯 전례주년의 최고 정점을 이루는 날이다. 신자들은 이날 하느님의 권능과 주님 부활의 은총에 감사드려야 한다.
[가톨릭신문, 2022년 4월 10일, 박지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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