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바치는 시 성모님 해마다 맞는 5월은 당신의 오심으로 언제나 새롭고 더욱 눈부신 빛으로 바람에 쏟아지는 아카시아 향기 우리네 축복받은 목숨이 신록의 환희로 눈뜨이는 때입니다. 거리에 서성이는 외롭고 병든 가난한 마음들이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오는 계절 당신의 하늘빛 이름을 가슴깊이 새기며 5월의 수목처럼 오늘은 우리가 이렇게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어떠한 말로도 그릴 수 없는 우리들 영혼의 강기슭에 손 흔들고 계신 어머니 우리는 모두가 당신께로 가야 할 길 잃은 철새입니다 고향으로 향하는 이 세상 나그네 길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고맙고 얼마나 소중한 이웃인가를 뜨거운 숨결로 확인하는 오늘 침묵 속에 떠오르는 신앙의 별빛을 발견하게 해 주십시오 사랑한다 하면서도 아직 다는 사랑하지 못한 마음 바친다고 하면서도 아직 다는 바치지 못한 우리의 마음들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승에 사는 우리들이 영원을 넘겨보게 문을 열어주시는 분 하느님을 뵙기 위해 꼭 디뎌야 할 마리아 당신은 우리의 징검다리 아니십니까 고통을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눈물을 안으로 감추며 숨어 계신 어머니 당신의 순명과 겸허한 사랑이 예수를 낳았습니다 우리를 구했습니다 당신은 지금도 끊임없이 사랑하는 그 아들을 우리에게 건네주고 계십니다 시끄럽고 복잡한 시장터 같은 일상사에 잃었던 자신들을 찾기 위하여 조용히 사무치는 말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하여 우리가 좀 더 고독할 줄 알게 해주십시오 이 세상 누구도 고칠 수 없는 영혼의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슬픔을 이겨 낸 뒤 더욱 아름답고 지고하던 당신의 그 모습을 기리고자 합니다 바람에 서걱이는 작은 풀잎들처럼 정답게 모여와 당신을 부릅니다 이 밤을 펄럭이는 주홍의 촛불처럼 우리가 사랑 속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흐르고 또 흐르는 세월의 강물에 모든 것이 허망히 떠내려가도 오직 하나 변치 않을 하늘의 진리 아무도 뺏을 수 없는 은총의 진리를 잃지 아니하고 언제나 당신 앞에 돌아오게 하소서 결별해야 할 것을 미련없이 떠나보낸 후련한 쓰라림도 감사하게 하소서 예수의 상처로 나음받은 우리가 당신께 드릴 말씀은 사랑한다는 것 우리는 오늘 밤 모든 죄를 씻고 실컷 울어도 좋을 어머니의 분신들 새로이 태어난 별들이고 싶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당신 사랑 속에 승천하는 오늘 어머니 받아주십시오 한국 교회를 그리고 우리를 기쁨의 선물로 받아 주십시오. -이해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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