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례] 신심 생활: 성모 호칭들 - 고통의 성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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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11-26 | 조회수1,185 | 추천수0 | |
[신심 생활] 성모 호칭들 : 고통의 성모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십자가의 길을 봉헌하며 자주 부르는 이 성가의 노랫말은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어머니가 서 계셨다)라는 시에서 유래한다. 중세 시대부터 전해온 이 시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께서 십자가 아래 서 있었다는 성경 말씀(요한 19,25 참조)을 토대로, 성자의 수난과 죽음의 여정 중에 성모님께서 감수해야만 했던 고통과 슬픔을 바라보고, 그 고난의 여정에 함께 동참하기를 바라며 죽음의 순간을 위해 성모님께 전구하며 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마리아께서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겪으셨던 슬픔과 고통을 바라보며, 성모님께 ‘고통의 성모’라는 특별한 호칭을 봉헌했다. 이런 성모님의 고통에 대한 신심은 오랜 역사를 지니는데, 특히 13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설립된 ‘성모의 종’ 수도회에서 본격화된다. 수도 생활의 역사 안에서도 특이하게 일곱 명의 공동 창립자를 둔 이 수도회에서는, 동정 마리아께 대한 깊은 신심을 고백했던 창립자들이 하느님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고 성모님께 의지하며 봉헌의 삶을 살고자 결심하면서 시작된다. 특히 동정 마리아의 일곱 가지 슬픔에 대한 깊은 신심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성모의 종’이라 자처하며 시작된 봉헌 생활과 이들의 사도직을 통해 성모님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대중적 신심이 널리 퍼지게 된다.
전례 안에서도 성모님의 고통과 슬픔을 기억하는 축일이 있는데, 교회는 9월 15일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로 봉헌하며 성모 마리아의 일곱 가지 고통을 위로하고 공경하도록 권고한다. 특히 1908년 성 비오 10세 교황은, 9월 14일에 거행되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다음날을 이 기념일로 고정하며, 성모님이 겪은 모든 고통이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 구원을 위해 그분이 짊어지셔야만 했던 십자가의 신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교회의 음악과 미술에서도 성모님의 고통과 슬픔은 많은 예술적 영감의 기원이 되었다. 성음악에서는 앞서 말한 ‘스타바트 마테르’란 작품이 그 신심적 내용과 함께 아름다운 시적 표현으로 인해 많은 작곡가들로부터 사랑받는 음악적 소재가 되었고, 성화와 성상 중에서는 ‘피에타’(Pietà), 즉 성모님의 일곱 고통 중 하나인 돌아가신 예수를 품에 앉으신 성모님의 비통과 슬픔이 수많은 창작에서 주제가 되었다.
이처럼 성모님의 슬픔과 고통에 대한 신심은 성모님의 삶이 늘 예수와 함께였다는 사실을 기초로, 성모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당신 삶의 기쁨이자 은총으로 삼으셨고, 동시에 그분을 통한 모든 슬픔과 고통까지 기꺼이 감수하셨음을 묵상케 한다. 이에 ‘고통의 성모’께 대한 신심 행위는 모든 신앙인의 삶에서 그 목적이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내적 일치에 있음을 전하는 동시에 그러한 삶을 살도록 모두를 초대하고 있다.
[2023년 11월 26일(가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인천주보 3면, 김태환 요셉 신부(연희동 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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