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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성탄] 크리스마스트리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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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13 조회수922 추천수0

[대림 특집] 크리스마스트리의 모든 것


생명력 뜻하는 늘푸른 나무에, 희망 · 희생의 상징 가득

 

 

성탄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한다. 그런데 크리스마스트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와 그 장식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크리스마스트리에 얽힌 생명과 사랑의 옛 이야기, 아름다운 나무들, 장식에 깃든 복음적 상징을 이해하면 주님 성탄이 세속적이고 피상적으로만 소모되지 않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인류 구원을 위해 오시는 예수님을 준비하며 장식하는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해 알아본다.

 

 

크리스마스트리의 기원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는 풍습은 독일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1600년경 실레트슈타트(Schlettstadt) 연보, 1605년 스트라스부르크(Strassburg) 연보에 크리스마스에 나무를 장식했다는 기록이 있다.

 

「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당시 남부 독일은 성탄절에 성당 앞 정원에서 낙원극(樂園劇)을 공연했다. 공연 중에는 ‘생명의 나무’(창세 1,9)를 상징하는 상록수에 하얗고 동그란 과자를 달고, 나무 주위에 촛불을 피워 빛나게 했다. 지금도 남부 독일은 크리스마스트리를 ‘파라다이스’(Paradies)라고 부른다.

 

크리스마스트리 풍습이 영국 출신인 성 보니파시오(Boniface)로부터 유래됐다는 전설도 있다. 8세기 독일에서 선교하던 성인은 그레고리오 2세 교황으로부터 소임을 받아 독일 라인강 동쪽에 사는 수많은 게르만족 이교도를 개종시켰다.

 

독일 아이히슈타트(Eichstätt)의 주교였던 성 빌레발도(Willibald)의 저서 「성 보니파시오의 생애」(Vita Bonifacii)에는 성인이 이교도들의 인신공양을 막으며 전나무를 꾸미게 한 일화가 전해진다. 천둥, 전쟁, 농사를 관장하는 신 ‘토르’(Thor)를 섬기던 이교도들은 그들이 신성시하는 떡갈나무 앞에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

 

책에는 보니파시오 성인이 “이교도들이 헛되이 부르던 어둠의 신 토르는 죽었고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구원자”라고 말하며 떡갈나무를 도끼로 쳐 쓰러뜨리고, 근처의 전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고 밝힌다.

 

“이 작은 평화의 나무가 여러분에게 신성한 나무가 될 것입니다. … 아기 예수님의 나무라고 부르고, 여러분의 집에 가져다 놓고 그 주위에 모이도록 합시다. 이 나무는 우리가 유혈 행위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이로써 게르만족 사이에 개종자가 확산되고 성탄절에 집에 전나무 한 그루를 여러 장식물로 꾸미는 풍습이 생겼다.

 

그밖에도 고대 이집트에서 동지(冬至) 축제에 쓰인 나뭇가지 장식, 로마 축제 행렬에 쓰인 촛불을 단 월계수 가지 장식 등 세속 축제에서 크리스마스트리 꾸미기가 기원했다는 설도 있다.

 

구상나무. 출처 위키미디어

 

 

어떤 나무들이 쓰일까

 

크리스마스트리로는 상록 침엽수가 주로 쓰인다. 높이 치솟은 가지는 하늘을 향한 숭배를, 사시사철 푸르름은 영원한 생명력을, 삼각형 형태는 삼위일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수종은 전나무, 가문비나무, 구상나무 등이다.

 

그중 전통적으로 사용된 건 전나무다. 내한성도 강한 전나무는 높이 40m, 지름 1.5m에 달하며 흑갈색의 거친 줄기 껍질, 하늘로 곧게 뻗은 줄기 밑으로 펼쳐진 나뭇가지가 튼튼한 느낌을 자아낸다. 선형으로 뻗어나가는 숱 많은 침엽(針葉) 덕에 빈틈이 없어 장식을 달아도 비어 보이지 않는다.

 

가문비나무도 크리스마스트리로 자주 쓰인다. 작은 가지 주위로 바늘 모양 잎이 촘촘히 달려 장식했을 때 풍성해 보인다. 위로 뻗는 전나무 가지들과 달리 아래로 휘어지듯 늘어져 형성되는 유려한 삼각 꼴은 가문비나무만의 매력이다. 그러나 높이 50m, 두께 2m에 육박하는 크기로 인해 가정에서는 트리로 쓰기 어렵다.

 

한국 자생종 구상나무는 전 세계 크리스마스트리의 95%를 차지할 만큼 가장 사랑받으며, 다른 두 나무에 비해 실내 장식용에 알맞은 조건을 갖췄다. 전나무나 가문비나무처럼 높게 자라지 않고 아담하며, 상대적으로 덜 빽빽해 장식이 돋보인다. 생장이 느려 작게 키울 수 있고 오목하게 끝이 파인 짧고 뭉툭한 잎은 친근한 느낌을 준다.

구상나무는 한국에서 선교하던 사제이자 식물학자 에밀 조제프 타케 신부(Émile Joseph Taquet)가 해외에 알렸다.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로 제주 서귀포본당 주임(1902~1915년)을 지내던 타케 신부는 1907년 한라산에서 구상나무 표본을 채집해 미국 하버드대 아널드식물원에 보냈다. 미국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Ernest Henry Wilson)은 1920년 구상나무를 ‘한국 전나무’(Korean Fir)라는 이름의 한국 특산종으로 발표했다.

 

한편 국제적 멸종위기 등급을 매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를 보전이 시급한 ‘위기’(EN)종으로 간주한다. 녹색연합은 2020~2022년 지리산 구상나무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지난해 8월 발표하며 “대표적인 기후변화 취약종인 구상나무가 몇 년 안에 고사 비율이 70~90%로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림환.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에 담긴 의미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중 별은 동방박사들을 안내한 ‘베들레헴의 별’을 의미한다. 별을 포함해 장식에는 주님 탄생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특히 예수께서 스스로 희생해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 희망을 되새겨 희생, 희망, 영원한 생명의 의미가 담긴 장식들로 꾸며진다.

 

4개의 대림초, 둥근 사철나무 가지로 꾸며지는 대표적 전례 장식인 대림환은 자신을 태워 빛을 내는 대림초를 통해 그리스도 희생 제사를 되새기게 한다. 대림 주간에 따라 점점 밝은 색으로 밝히는 촛불은 예수의 희생으로 우리가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희망을 전한다. 사철나무 가지의 푸르름은 생명을, 둥근 꼴은 시작도 끝도 없는 하느님의 영원성을 나타낸다.

 

흰색(예수의 순결함)과 빨간색(예수의 피) 줄무늬를 띠는 지팡이 사탕(candy cane)은 예수(Jesus)의 앞 글자 ‘J’뿐 아니라 양떼를 모는 지팡이를 형상화해 우리 목자이신 예수의 보살핌을 상징한다. 태어나신 주님께서 우리 죄를 씻으셨음을 묵상하는 의미로, 죄의 정화를 상징하는 박하 과의 작은 풀 히솝(hyssop)을 대신해 박하 맛으로 만든다.

 

종(bells), 공(baubles) 장식 등은 주님의 탄생으로 연결된 천상과 지상을 뜻한다. 종의 추(clapper)는 종을 울려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 환희를 퍼뜨린다는 의미에서 하느님과 인류의 소통을 뜻한다. 공 장식의 동그란 모양은 둥근 지구, 태어나신 주님 안에 통합된 인류 세계를 상징한다.

 

[가톨릭신문, 2023년 12월 10일, 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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