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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력 돋보기: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 부활 제2주일 하느님의 자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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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4-24 조회수21 추천수0

[전례력 돋보기]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 부활 제2주일 하느님의 자비 주일

 

 

주님 부활 대축일의 기쁨을 팔일 동안 이어가는 부활 팔부 축제의 마지막 날이자 부활 제2주일에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지냅니다. 이날은 본래 ‘사백 주일(Dominica in Albis)’이라고 해서 부활 성야 때에 세례를 받은 새영세자가 팔부 축제 내내 입고 있던 흰옷을 벗는 날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하느님 자비 주일이 없었는데” 하시는 분도 계시고 “왜 하필 부활 제2주일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2000년 4월 10일 그러니까 그해 부활 제2주일에 하느님 자비의 사도라 불리는 폴란드의 마리아 파우스티나(Maria Faustina, 1905-1938) 수녀를 시성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특별히 하느님의 자비를 기릴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그리고 그해 5월 5일에 발표된 경신성사성의 교령을 통해 2001년부터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게 된 것입니다.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는 1905년 폴란드 중앙의 도시 글로고비에츠에서 태어나 어려운 환경에서 글도 제때에 배우지 못하였지만 뛰어난 신심을 지녔고, 예수님의 환시를 통해 수도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스무 살이 되지 않은 해인 1925년 자비의 성모 수녀회에 입회하였는데, 주방이나 정원사 등의 평범한 소임으로 수도생활을 이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파우스티나 수녀에겐 비범함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녀의 기도 속에 예수님께서 계속 나타나신 것입니다. 수녀는 고해사제의 권고를 따라 예수님의 메시지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했는데, 예수님께서는 특별히 그녀에게 “영혼들에게 나의 크나큰 자비를 알리고, 나의 한없는 자비에 의탁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네가 일생 동안 수행해야 할 임무요, 과제다.”(『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의 일기』, 1567)라고 분부하시며 그녀를 자비의 사도로 삼으셨습니다.

 

1931년 2월 22일 저녁에 보게 된 환시는 가장 특별했는데, 파우스티나 수녀는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저녁 때 내 방에서 나는 흰 옷을 입으신 예수님을 뵈었다. 한 손은 강복을 하는 자세로 위로 들려 있었고, 다른 한 손은 가슴 부분의 옷을 만지고 있었다. 가슴에서 약간 옆으로 비낀 부분의 옷 속으로부터 두 개의 큰 광선이 솟아 나왔는데, 하나는 붉은 빛이었고 또 하나는 창백하고 엷은 빛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주님을 응시했다. 내 영혼은 두려움으로 놀랐지만 또 큰 기쁨으로 가득 찼다. 잠시 후 예수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보는 모습대로 초상화를 그려라. 그림에는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라는 말을 넣어라. 나는 이 초상화가 처음에는 너희 경당에서 공경받고, 나중에는 전세계에서 공경 받기를 원한다.”’(『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의 일기』, 47) 이 분부 그대로 그려진 모습이 바로 오늘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자비의 예수님’상입니다.

 

예수님의 메시지의 핵심은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을 세상에 일깨우고, 하느님의 자비에 관한 신심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자비의 상본을 만들고, 하느님의 자비 축일을 지내며, 또 오후 3시에 자비를 청하는 기도 시간을 가질 것 등의 구체적인 실천사항도 있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교회가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는 것입니다.

 

시편 저자는 “종들의 눈이 제 상전의 손을 향하듯 몸종의 눈이 제 여주인의 손을 향하듯 그렇게 저희의 눈이 주 저희 하느님을 우러릅니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실 때까지.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시편 123,2-3)라고 간청합니다. 주님께 의탁하며 겸손되이 자비를 구하는 마음에 교만이나 위선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언제나 하느님께 자비를 청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지난 2015년에서 2016년에 걸쳐 지낸 자비의 특별 희년의 중심 주제가 바로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이’(루카 6,36 참조)였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하느님께서 정의대로만 심판하시고 책벌하신다면 이 세상에서 인간의 무리가 다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용서하시고, 눈감아 주시고, 모른 채 해 주시고, 뉘우치는 이를 안아 주시는 분이십니다. 이러한 하느님께 입은 자비와 용서를 잊어버리지 않고 가슴 깊이 기억하는 사람만이 자신도 남에게 자비로울 수 있습니다. 올해 하느님의 자비 주일에는 일상에서 우리가 입은 하느님의 자비를 다시금 헤아려 보고, 그분의 자비에 더욱 의탁하며, 우리도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합시다.

 

[월간 빛, 2024년 4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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