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례] 전례력 돋보기: 7월 25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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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7-14 | 조회수142 | 추천수0 | |
[전례력 돋보기] 7월 25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여름의 싱그러움의 절정을 달리는 7월에는 성인들의 축일이 참 많습니다. 사순 시기나 부활 시기처럼 특정한 전례 주제에서 자유로운 연중 시기이기 때문에 전례력의 많은 날들이 성인들을 기념하는 날로 채워져 있는 것이지요. 반대로 예수님의 오심을 직접적으로 준비하는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 대림 시기의 평일이나 예수님의 파스카 축제를 준비하는 사순 시기의 모든 평일은 의무 기념일보다 앞서기에(「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16항) 성인 기념일들을 지내지 않습니다. 이렇게 7월에 기념하는 많은 성인 중 올해에는 7월 25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에 집중해 볼까 합니다.
야고보라는 이름은 우리를 좀 헷갈리게 합니다. 신약 성경에 야고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네 번이나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열두 사도 중에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가 있습니다. 또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야고 2,17)이라는 가르침으로 유명한 ‘야고보 서간’의 저자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그의 어머니는 마리아라고 하지 않나? 그리고 그의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마태 13,55)라는 복음서 구절에 네 번째로 야고보라는 인물이 ‘예수의 형제’로 등장합니다.
이 ‘야고보들’ 중에서 7월 25일에 축일을 지내는 야고보는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 사도로 복음서에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예수님이 특별히 사랑하시고 가까이 두신 세 제자, 즉 베드로와 야고보와 사도 요한 중 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때도 예수님은 이 세 제자를 데리고 가셨고(마태 17,1) 수난 전날 겟세마니 동산에서 번민에 휩싸이실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마태 26,37) 우리에게는 베드로와 사도 요한보다는 덜 친숙하기도 하지만 실상 그분들 만큼 예수님을 가까이 모신 중요한 사도죠. 그래서 이분을 ‘대(大)야고보’로 부릅니다. 참고로 다른 야고보 사도는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로 ‘소(小)야고보’로 불리며, 필립보 사도와 같은 5월 3일에 축일을 지냅니다. 나머지 두 인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사도가 야고보 서간을 저술하였다는 견해가 있고, ‘예수의 형제’ 야고보(‘형제’라는 단어는 사촌이나 친척지간에도 사용되었다.)가 야고보서를 작성한 이와 동일 인물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는 복음서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습니다. 사실 그의 어머니에 의해 계획된 소위 ‘인사 청탁’의 장면입니다. 두 아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을 본 야고보의 어머니이자 제베대오의 아내, 살로메는 예수님께 다가가 말합니다.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마태 20,21) 이 이야기를 들은 제자들 중 불쾌해 하지 않을 사람이 없었겠죠. 예수님은 그들에게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하고 물으시고,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바로 이 내용이 야고보 사도 축일의 복음(마태 20,20-28)으로 낭독됩니다. 야고보 사도 입장에서 보면 불명예스러운 장면일 수도 있지만 덕분에 자꾸만 높아지려고 하는 우리의 인간적인 욕심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값진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우리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야고보 사도라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야고보 사도의 인기는 상상 이상입니다. 스페인의 유명한 성지순례 길(Camino de Santiago)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 바로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신앙과 열정으로 걷고 또 걷는 여정은 야고보 사도[스페인어로 ‘티아고(Tiago)’]의 무덤을 향한 여정인 것이죠.
야고보 사도는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을 전파하다가 44년경 헤로데 아그리파스 1세에게 목이 잘려 순교하셨습니다. 자신의 바람대로 예수님이 말씀하신 ‘내가 마시려는 잔’, ‘복음을 위한 피의 잔’을 가장 먼저 그리고 기꺼이 받아 마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산티아고 십자가는 ‘빨간 칼’ 모양입니다.
요즘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새로운 도전과 결심을 위해 혹은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이 산티아고 길을 찾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삶의 방향과 의미를 찾으려 고독한 길을 걷는 이들에게 야고보 사도는 필요한 체험과 은혜를 가득 부어 주시기에 순례자들의 구도(求道)의 발걸음은 멈추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월간 빛, 2024년 7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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