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례] 알기 쉬운 전례 상식: 분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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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7-23 | 조회수203 | 추천수0 | |
[알기 쉬운 전례 상식] 분향 (1)
성경에서 향은 두 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사회생활에서는 기쁨과 사람 사이의 친밀성을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되고, 성전 예식에서는 봉헌과 찬미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향을 뿌리는 것은 삶의 기쁨을 밖으로 드러내고(잠언 7,17; 27,9 참조) 아름답게 몸을 단장하는 것(아모 6,6 참조)을 뜻한다. 향은 흔히 친밀한 감정을 나타내며 은은하게 깊이 스며들어 한 사람의 현존을 알려 주는 구실도 한다. 야곱의 옷에서 나는 향은(창세 27,27 참조) 그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축복의 표지이다. 다른 한편, 고대 이스라엘 백성은 이민족의 관습을 받아들여 향을 제물로 많이 사용하며 분향 제단(탈출 30,1-10)과 향 접시(민수 7,86; 1열왕 7,50 참조) 등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아침과 저녁마다 주님께 제물을 바칠 때 제단 위에다 향을 피우고 기도하였다(탈출 30,7-8; 루카 1,9-11 참조). 백성이 속죄하는 마음으로 주님께 올리는 기도는 제단에서 제물을 바칠 때 하느님 앞으로 올라가는 향 연기처럼 나타낸다(지혜 18,21; 시편 141,2; 묵시 8,2-5; 5,8 참조). 제단 위에 향을 피우는 것은 하느님을 예배하고 하느님의 진노를 그치게 하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1열왕 22,44; 1마카 1,55 참조).
미사 때의 분향, 곧 향을 피우는 것은 ‘공경’과 ‘기도’를 표현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76항). 일반 원칙은 사람(지극히 거룩하신 성체, 주례 사제, 직무자들, 공동집전 사제와 백성)과 대상(제대, 십자가, 유해 등)에 분향하며 통상적으로 미사에서 ① 입당 행렬 때 ② 미사 시작에서 십자가와 제대에 ③ 복음 행렬과 선포 때 ④ 제대 위에 빵과 성작을 준비한 다음, 예물과 십자가, 제대와 사제, 백성에게 그리고 ⑤ 축성 다음 축성된 성체와 성작을 받들어 보일 때 자유로이 향을 쓸 수 있는데, 분향하는 대상에 따라 분향의 의미가 달라진다.
제대와 십자가와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께 분향하는 것은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생명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에페 5,2)이 되신 그리스도께 분향하는 것으로서 ‘공경’의 의미를 지닌다(49항). 특히 제대는 이미 초세기부터 “살아 있는 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1베드 2,4 참조) 상징하였다(298항).
제대 주변에 단 하나만 놓아두는 ‘수난하시는 주님의 모습이 있는’ 십자가(308항 참조)는 십자가의 희생을 성사적으로 드러내는 표지이므로 제대에 분향할 때 십자가에도 함께 분향한다. 그러나 제대에 분향할 때에는 분향 전후에 절을 하지 않는다(277항 참조). 반면에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께 분향할 때에는 향을 드리기 전후에 절을 하는 대신에 무릎을 꿇은 채로 분향한다(「주교 예절서」 94항). 사람에게 분향하는 것은 그 품위를 드러내고 존경을 표하는 의미를 지닌다. 사제에게 하는 분향은 그가 받은 ‘성품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며 백성에게 하는 분향은 ‘세례 때 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품위’를 드러내는 것이다(75항). 반면에 9세기경 서방 전례에 도입된 제대 위에 예물을 준비한 다음, 예물에 분향하는 것은 ‘공경’이나 ‘존경’이 아니라 ‘봉헌’의 의미를 지닌다. 이미 유다교 식사 예식에서부터 음식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계약의 선물이므로 그 자체로 거룩한 것이었다. 그래서 음식을 앞에 두고 인간이 해야 할 일이란 음식을 정화하고 축성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닫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것이었다(신명 8,10 참조). 예물에 대한 분향에서 ‘봉헌’의 의미만을 분명하게 강조하는데, 이는 교회의 예물과 기도가 향이 타오르는 것과 같이 하느님 앞에 올라가는 것을 표현했던 것이다(75항). 또 제대 위에 준비된 예물은 성변화 이전의 상태로 그에 대한 분향이 공경의 의미를 지니지 않으므로, 예물에 분향할 때에는 절을 하지 않는다(277항). [2024년 7월 21일(나해)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문정성당)]
[알기 쉬운 전례 상식] 분향 (2)
공경의 의미를 지니는 분향은 ‘향을 넣는 행위’와 ‘분향을 하는 행위’로 이루어진다. 향로에 넣는 재료는 좋은 향기를 내는 순수한 향으로만 되어 있거나 다른 것과 섞는다면 향이 아주 많이 들어 있어야 한다(『주교 예절서』 85항). 먼저 두 시종이 향로와 향 그릇을 들고 사제에게 다가가거나 한 시종이 둘 다 들고, 곧 왼손에는 불붙은 숯을 담은 향로를 들고 오른손에는 향과 숟가락이 든 향 그릇을 들고 다가갈 수 있다.
이때 부제(또는 사제 곁에 있는 시종)는 뚜껑이 반쯤 열리고 숟가락을 걸쳐 놓은 향 그릇을 시종에게서 받아 들고 다가간다. 사제는 숟가락을 들어 세 차례 향 그릇에서 향을 떠서 향로에 넣는다. 그러고 나서 사제는 숟가락을 시종에게 준 다음 향로에 담긴 향에 아무 말 없이 오른손으로 십자 표시를 하며 향로를 축복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77항 참조). 이전에는 향을 넣을 때 사제가 바치는 기도문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 이어서 부제는 시종에게서 향로를 받아 사제에게 건네준다. 부제는 향 그릇을 시종에서 돌려주고 향로를 받아 듣다. 그리고 부제는, 사제가 왼손으로는 향로 쇠사슬의 윗부분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쇠사슬의 아랫부분을 잡을 수 있도록, 그 향로를 사제에게 건네준다.
분향을 하는 행위에는 두 가지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분향을 하는 이가 ‘향로를 들고 분향을 받는 사람이나 대상을 향하여 앞뒤로 흔들어 분향을 받는 사람이나 대상을 향해 향이 분출되게 하는 동작’과 향로를 앞뒤로 흔들 때마다 ‘향로를 가슴 앞에 고정시켜 움직이지 않게 하는 동작’이 있다. 분향을 하는 이는 왼손으로는 향로가 매달려 있는 쇠사슬의 윗부분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그 쇠사슬의 아랫부분을 한꺼번에 잡아 향로를 쉽게 앞뒤로 흔들 수 있게 한다. 분향을 하는 이는 엄숙하고 우아하게 이 일을 수행해야 한다.
향로를 앞뒤로 흔들 때에 머리나 몸이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향로 쇠사슬의 윗부분을 잡은 왼손을 가슴 앞에 고정시켜 움직이지 않게 하고, 오른손과 오른팔로는 향로를 적절한 박자로 흔든다. 분향은 기본적으로 서있는 자세로 하며, 분향을 받는 대상이나 사람에게는 분향 전후에 깊은 절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분향 방식은 향로를 앞뒤로 흔들고 가슴 앞에 고정시키는 동작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① 향로 쇠사슬의 윗부분을 잡은 왼손을 가슴 앞에 고정시키고 오른손으로 향로를 앞뒤로 두어 번씩 흔들어 세 번 분향한다.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 공적으로 공경하도록 전시된 십자가 유해와 주님의 성화상, 희생 제사를 위한 제대 위의 예물, 제대 십자가, 『복음집』, 파스카 초, 사제와 교우들, 죽은 이의 시신의 경우.
② 왼손을 가슴 앞에 고정시키고 오른손으로 향로를 앞뒤로 두어 번씩 흔들어 두 번 분향한다. 공적으로 공경하도록 전시된 성인들의 유해와 성화상(예: 성모상)의 경우로, 미사 거행을 시작할 때 제대 분향 다음에 한 번만 분향한다.
③ 제대는 왼손을 가슴 앞에 고정시키지 않고 오른손으로 향로를 자유롭게 앞뒤로 두어 번씩 한 번 흔들어 분향한다. 제대가 벽에서 떨어져 있고 십자가가 제대 뒤 벽면에 있는 경우에는 제대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자유롭게 향로를 앞뒤로 두어 번씩 한 번 흔들다가 십자가 앞을 지날 때 십자가에 왼손을 가슴 앞에 고정시키고 향로를 앞뒤로 두어 번씩 흔들어 세 번 분향한 다음 제대 분향을 계속한다. 제대에는 분향 전후에 절을 하지 않지만 십자가에는 분향 전후에 꼭 깊은 절을 해야 한다. 제대 뒤 벽이 아니라 제대 위나 곁에 있는 십자가에는 제대에 앞서 먼저 십자가에 분향한다. 끝으로 사제는 희생 제사를 위해 봉헌된 예물에 왼손을 가슴 앞에 고정시키고 오른손으로 향로를 앞뒤로 두어 번씩 세 번 흔들거나 예물 위에 향로로 십자 표시를 하면서 분향한 다음 십자가와 제대에 분향한다. [2024년 9월 15일(나해) 연중 제24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안식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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