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더 이상 지나가는 생명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세상의 고통과 십자가 앞에 힘겨워하지 않습니다!
이전글 이전 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 002. 주님의 자비하심은 끝이 없습니다. [파우스티나 성녀의 하느님 자비심] |1|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26 조회수5,841 추천수4 반대(0) 신고

 유다 언어 관습 안에서 12라는 숫자는 ‘꽉 찬’ ‘완전한’ 이란 의미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하혈하는 여인은 한두 해도 아니고, 열두 해 동안 고통에 시달려왔습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매일 자신의 몸에서 다량의 피가 빠져나가는 상황이었으니 마음이 얼마나 심란했겠습니까?

 

매일 아침 해가 밝아올 때 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늘 이런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도 주님 자비로 이렇게 눈을 뜨게 되었구나. 그러나 매일 피가 빠져나가니,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 과연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결국 ‘열두 해 동안’이란 표현을 통해서 그녀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녀의 고통은 한 인간이 겪어야 하는 고통 중에서 가장 극심한 고통, 가장 견디기 힘겨운 고통이라는 것이 ‘열두 해 동안’이란 표현인 것입니다.

 

다른 한편 이미 죽어버린 회당장 야이로의 딸의 나이도 묘하게 12살이었습니다. 그녀의 딸이 12살이란 표현은 적당히 죽은 것이 아니라, 완전히 죽었다는 표현입니다. 더 이상 인간의 힘으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상황이 12라는 숫자인 것입니다.

 

그러나 극에 달한 한 인간의 고통, 완전한 죽음조차도 예수님 앞에서는 별것 아니었습니다. 당신 말씀 한 마디에 극심한 심연의 고통도, 건널 수 없는 죽음까지도 호령하시고 지배하시며 극복하실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하느님은 인간의 생사조차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의 주님이십니다. 인간의 생각으로는 도무지 불가능한 것조차 그분 앞에서는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생명의 주관자이신 주님, 우리의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원하시는 주님 앞에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주관하시는 진정한 의미의 생명은 지나가는 생명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 불멸의 생명,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시는 생명입니다.

 

예수님을 제외한 그 누구도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간혹 어떤 사람이 숨이 넘어갔다가 다시 회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현상은 지극히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것입니다.

 

운이 좋아서 죽을 운명을 딛고 한번 소생했다고 해서 영원히 또 소생하고 또 소생하지는 않습니다. 이 세상에 두발을 딛고 살아가는 그 누구도 이 땅에서 영원히 살지는 못합니다. 우리 육신이 지니고 있는 생명은 지나가는 것이며 지극히 한시적인 것입니다.

 

결국 죽는 것, 소멸되는 것, 사라지는 것이 운명인 우리 나약한 인간에게 있어, 언젠가 지상의 장막이 허물어지고, 급격히 쇠락하고, 영원히 머물지 않고 떠나야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고 지상의 생명을 넘어 천상의 생명, 유한한 생명을 넘어 영원한 생명, 찰나의 생명을 넘어 궁극의 생명을 추구해야겠습니다.

 

비록 오늘 우리가 이 지상에 몸담고 있지만, 부단히 영원한 생명에로 건너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겠습니다. 이 땅 위에서부터 영원한 생명을 살기 위해 발버둥쳐야겠습니다.

 

이 땅에 살면서 영원한 생명을 맛들이고 얻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큰 은총 하나가 있습니다. 더 이상 지나가는 생명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세상의 고통과 십자가 앞에 힘겨워하지 않습니다.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현실조차도 관대하고 기쁘게 수용합니다.

 

주변을 찬찬히 살며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많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생명에 연연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영원한 생명을 소홀히 합니다. 살아있지만 진정으로 살아있지 못한 모습입니다. 하느님 없이, 영혼 없이 살아가는 그 모습이 참으로 참담합니다. 그 모습이 결국 살아있지만 죽은 목숨인 것입니다.

 

오늘 이 하루를 살아가면서 진정 참된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그 삶을 한번 제대로 살아볼 수 있는 은총과 자비를 청해야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