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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움의 여정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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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15 조회수339 추천수4 반대(0) 신고

배움의 여정

-믿음도 배우고 훈련해야 합니다-

 

 

 

성인들의 특징은 겸손입니다. 겸손이야말로 영성의 잣대입니다. 배움의 여정에 필수적인 것이 겸손입니다. 경청과 겸손있어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움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이요 배움에는 늘 초보자임을 깨닫습니다. 도대체 배움과 훈련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모든 수행이 배움과 훈련이니 수행의 학습(學習)입니다.

 

기도도, 믿음도, 겸손도, 경청도, 순종도, 섬김도, 사랑도, 희망도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해야, 학습해야 비로소 무지의 어둠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성 베네딕도 역시 당신의 수도공동체를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로 정의합니다. 평생 배워야 하는 섬김이요, 배우고 배워도 늘 초보자임을 깨닫는 것이 겸손이자 지혜입니다. 

 

한국 지폐에 있는 얼굴을 아십니까? 이제 카드만을 사용하다보니 지폐의 얼굴을 보기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천원권의 얼굴은 조선시대 최고의 성리학자 이황 퇴계, 오천원권은 이이 율곡, 만원권은 세종대왕, 오만원권은 율곡의 모친 신사임당입니다. 얼마전 퇴계 평전을 읽다가 다음 대목에서 감동했습니다.

 

“퇴계는 천재적 재능으로 사람들이 우러러보게 하거나 탁월한 이론이나 공적으로 사람들이 감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겪었던 실패담과 자신이 애써던 노력의 과정으로 누구에게나 아무런 거리감없이 결코 기가 꺾이는 일 없이 편안하게 그 앞에 다가 서게 해주는 스승이다.”

 

그대로 예수님을 닮은 겸손과 온유의 퇴계 스승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금요강론중 위대한 사막교부중 한분인 팜보압바의 임종시 남긴 일화가 긴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나는 하느님을 섬기는 것을 시작도 못했는데 하느님께 가는 구나!”

 

이런 겸허한 고백이 우리에게는 신선한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되니 오늘 지금 여기서 분발의 노력을 다해 하느님을 섬기는 일을 시작하게 합니다. 요즘 겨울 추위를 지낸 파스카의 청초한 봄꽃들이 한창입니다. 어제 써놓은 “참행복”이란 글이 생각납니다.

 

“청초한

 파스카의 봄꽃들

 하늘의 별같다

 하늘을 바라보듯 땅을 바라본다

 

 청초한

 파스카의 봄꽃들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 수 있겠다

 오늘 지금 여기서”-2023.4.14.

 

참으로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겸손과 지혜를 사는 믿음의 사람들이 파스카의 봄꽃들처럼,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사는 사람들이겠습니다. 사막교부들중 아르세니우스에 대한 일화도 감동적입니다. 

 

-언젠가 아리세니우스 압바가 이집트의 농부 수도승에게 자기 생각에 대해 상의하는 모습을 본 제자가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묻습니다. “아니 스승님처럼 훌륭한 교육을 받은 분이 이런 농부에게 자신의 생각에 대해 묻습니까?” 그러자 아르세니우스 압바의 겸손한 대답입니다. “그렇다. 나는 많이 배운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이 농부의 알파벳도 모른다.”-

 

배워야 할 것은 지식이나 학식보다는 겸손한 믿음에 삶의 지혜입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지식 유무와는 별개로 평범한 분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발견되는 삶의 스승, 삶의 지혜입니다. 저 또한 공동체의 수도형제들의 일상으로부터 평범한 지혜를 많이 배우고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우리는 얼마나 부활의 믿음을 지니는 것이 어려운지 배웁니다. 예수님의 부활했다는 소식에도 한결같이 믿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발현하신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습니다. 이어 당신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합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복음의 골자는 십자가와 부활사건입니다. 죽고 부활하신 파스카 신비의 주님을, 파스카 기쁨의 주님을 선포하라는 것입니다. 역시 우리에게 주어지는 복음 선포의 사명입니다. 참으로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을, 파스카의 신비를, 파스카의 기쁨을, 파스카의 희망을 사는 것이 최고의 복음 선포임을 깨닫습니다.

 

끊임없이 파스카 주님을 체험할 수 있는 겸손한 믿음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파스카 주님께 대한 믿음도 배움이자 훈련입니다. 믿음의 배움, 믿음의 훈련입니다. 바로 우리가 평생 매일 온힘을 다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시편공동성무일도와 미사공동전례기도보다 더 좋은 믿음의 배움과 훈련도 없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을 일상화해주는 공동전례은총이 우리의 믿음을 성장 성숙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좋은 모범이 사도행전의 베드로와 요한입니다. 유다지도자들과 원로들, 율법학자들은 베드로와 요한의 담대함을 보고 놀라니 이들이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전문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이들은 바로 예수님과 함께 다니던 제자들이었으니 최고의 스승이자 목자인 예수님을 통해 보고 배운데다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한 결과 이런 담대한 믿음이었을 것입니다. 

 

최고 의회에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절대 말하지도 말고 가르치지 말라 지시하였지만 제자들은 이에 반발하며 담대히 확신을 토로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이 하느님 앞에 옳은 일인지 여러분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담대한 믿음의 고백은 지식이나 학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의 체험에서 나옵니다. 이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한 후에도 끊임없이 믿음의 배움과 훈련에 충실했을 것입니다. 죽는 그날까지, 살아있는 그날까지 배워 깨닫고 훈련해야 하는 믿음입니다. 

 

영국의 성인 토마스 모어(1478.2.7.-1535.7.6.)가 단두대에서 처형시 일화가 생각납니다. 처형대에 올라간 그는 구경하려고 몰려든 군중을 향해 말하니 마지막 임종어입니다. “나는 왕이 좋은 신하이기 이전에 하느님의 착한 종으로 죽는다.” 말그대로 하느님의 진리에 따라 살다가 순교한 “진리의 순교자” 토마스 모어 역시 주님의 참 제자임을 깨닫습니다. 

 

배움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이요 배움의 도상에서 영원한 초보자인 우리들입니다. 회개와 더불어 선사되는 겸손한 믿음, 지혜로운 믿음이요 이런 믿음 또한 부단히 배워고 훈련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믿음에, 사랑에, 겸손에 언제나 초보자라는 자각이 하루하루 날마다의 모든 수행에 최선을 다해 분발의 노력을 다하게 하며 매일 주님의 미사은총이 이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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