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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2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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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19 조회수326 추천수1 반대(0) 신고

[부활 제2주간 수요일] 요한 3,16-21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마더 데레사가 젊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날 어느 빈민촌을 방문했다가 한 청년을 만났는데, 그는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더럽고 냄새나는 방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목욕도 하지 않았는지 그의 몸에선 불쾌한 냄새도 났습니다. 그 방 한쪽 구석엔 기름이 차있는 등잔이 있었는데 그 청년은 어찌된 일인지 그 등잔에 불을 켜지 않고 어두컴컴한 상태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마더 데레사가 물었습니다. "방이 이렇게 캄캄한데 왜 등을 켜지 않습니까?" 그러자 그 청년이 대답했습니다. “더럽고 지저분한 방을 보기 싫어서 등불을 켜지 않고 지낸지 일 년도 넘었습니다. 이젠 어두운 것이 더 익숙합니다.” 그 말을 들은 마더 데레사는 아무 말 없이 가지고 있던 성냥으로 방 안에 있던 등을 켰습니다. 그러자 그 청년은 ‘왜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냐’고 화를 내며 등을 껐습니다. 마더 데레사는 지지 않고 다시 등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렇게 등을 켜고 끄기를 반복하며 옥신각신 하던 끝에 화가 잔뜩 난 청년은 등잔을 창밖으로 던져서 깨 버렸습니다.

 

 다음 날 마더 데레사는 새 등잔을 사서 그 청년이 사는 방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 방에 불을 밝혀주고 돌아갔습니다. 10년 후 우연히 그 청년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같은 빈민촌에 살고 있지만, 이젠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집에서 지내며 안정된 직장을 얻어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준 수녀에게 그 청년은 이런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키 작은 수녀님께 전해주시오. 그 때 당신이 켜놓은 등불이 아직도 내 삶 속에서 불타고 있다고 말이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방금 들려드린 이야기에서 청년은 자기 방이 얼마나 더럽고 지저분한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모습이 남 앞에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방안에 등불을 켜기를 거부한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돈을 써가면서까지 방에 등불을 켜준 마더 데레사의 사랑과 관심이 그 청년을 변화시킵니다. 밝은 불빛 아래서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 청년은 더 이상 어둠 속에 숨으려 하지 않고 빛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노력의 결실로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을 심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구원하러 오셨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따르고자 모인 우리들도 다른 사람들, 특히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을 평가하고 단죄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복음에 따르면 그들은 어둠 속에 있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심판을 받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더 데레사가 그랬듯이 그들을 포용하고 격려하며, 그들이 빛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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