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3주간 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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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4-24 | 조회수569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부활 제3주간 월요일] 요한 6,22-29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잘 모르는 사람, 나와 특별히 친분이 없는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두 가지 호칭이 있습니다. 하나는 ‘선생님’이고, 다른 하나는 ‘사장님’입니다. 상대방을 이런 호칭으로 부름으로써 그를 높여주는 것은 그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를 통해 이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과 방법을 알아내거나, 혹은 그로부터 직접적인 이익을 얻고자 할 때, 상대방을 그런 호칭으로 높여 부르며 그의 비위를 맞춰주려고 하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군중들도 그분을 그런 호칭으로 부릅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구체적으로 어떤 진리를 가르치시는 ‘선생님’인지도 모르고 그분이 가르치는 참된 진리를 배울 의지도 없으면서, 그저 그분의 놀라운 능력을 이용하여 물질적 이익을 얻는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그분을 ‘랍비’, 즉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이렇듯 예수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분을 ‘주님’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으니, 그분과 함께 있으면서도 물질적인 이익을 얻는데에만,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는데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썩어 없어질 양식’은 공통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속은 텅 비어있다는 것입니다. 그 가치가 영원 무궁할 것 같지만 시간의 흐름을 버티지 못하고 변질되거나 사라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나를 참되고 좋은 것으로 채워주지 않고 오히려 나에게서 좋은 것들을 빼앗아 간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추구하는 성찰 없는 성공이 썩어 없어질 양식입니다. 겸손을 잃어버린 권위가 썩어 없어질 양식입니다. 양심과 지성이 결여된 명예가 썩어 없어질 양식입니다. 나눔과 배려가 없는 재물이 썩어 없어질 양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썩어 없어질 양식에 집착하라고 오천명의 군중들을 배불리 먹이신게 아니었습니다. 사실 ‘빵을 배불리 먹었다’는 외적인 현상이나 결과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 현상 안에 숨어있는 사랑이라는 본질을, 그 결과를 가져온 믿음이라는 원동력을 구원의 ‘표징’으로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갖는게 더 중요합니다.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굳게 믿고 의지한다면, 그분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더 얻어내려고만 하기보다 이미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안다면, 그분께서 나에게 어떤 것을 주시든 ‘좋은 것’으로 믿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순명의 마음을 갖는다면 빵은 언제든 배불리 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통해 추구해야 할 참된 구원은 지금 당장 배부른게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나에게 그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이들을 그 믿음으로 이끄시기 위해 수많은 기적들을 일으키신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예수님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시면서 그분께서 세상을 구원하신 ‘그리스도’이시고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까?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사제의 물음에 ‘아멘’이라 응답하고 받아모시면서도, ‘주님께서 정말 내 안에 들어오신다’는 분명한 믿음을 지니고 있습니까? 내가 정말 그리스도를 내 안에 모신다고 믿는다면 부모 품에 안겨있는 아기처럼 그 어떤 걱정이나 두려움도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님을 내 안에 모시면서도 여전히 원하는걸 얻지 못할 것을, 소유한 걸 잃게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러지 않게 해달라고 청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품는 것 자체가 ‘썩어 없어질 양식’에 집착하는 모습입니다. 그런 집착에서 자유로워져 참되고 귀한 것을 얻으려면 먼저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굳게 믿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 번 뿐인 삶을 제대로 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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