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천생연분 / 따뜻한 하루[7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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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23-05-01 | 조회수670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오래전 농촌 어르신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 중, 코믹스럽게 낱말 맞히는 참 정겨운 코너가 있었습니다. 어느 노부부에게 주어진 낱말은 '천생연분' 이었습니다. 설명은 할아버지가, 정답은 할머니가 맞히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잠시 쉬더니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임자가 나랑 만나서 자식 낳고 지금까지 살아온 거 있잖아!" 하지만 할머니는 말문이 막혔고 할아버지는 애간장 끓습니다. 애가 탄 할아버지는 그저 같은 말만을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얼마 뒤 할머니가 감을 잡은 듯 입을 주욱 내밀더니 외쳤습니다. "웬-수-" 할아버지는 답답한 마음에 화가 났지만, 다시 진지하게 설명했습니다. "이봐, 임자랑 나랑 신랑 색시 되어 살을 맞대고 살면서 자식 낳아 시집 장가보내고 산전수전 다 겪으며, 평생을 살아온 거 있잖아. 이제는 알겠지? 그 짧은 두 글자 말고 손가락 봐, 넉자, 넉자" 넉자라는 힌트에 할머니 눈이 반짝이더니 또박또박 정확히 발음했습니다. "평ㆍ생ㆍ웬ㆍ수"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살면서 숱하게 다투고 서로 상처 주는 게 부부입니다. 그러나 세월 갈수록 처음 사랑은 옅어질지라도 '정'은 세월 따라 끈끈해집니다. 미움과 원망은 미운 정, 사랑과 고마움은 고운 정이 되어 서로를 끈끈히 붙듭니다. 이에 걸맞은 아름다운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 젖은 손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거칠어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시린 손 끝에 뜨거운 정성 고이 접어 다져온 이 행복 여민 옷 깃에 스미는 바람 땀방울로 씻어온 나날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미운 투정 고운 투정 말없이 웃어넘기고 거울처럼 마주 보며 살아온 꿈같은 세월 가는 세월에 고운 얼굴은 잔 주름이 하나 둘 늘어도 내가 아니면 누가 살피랴 나 하나만 믿어온 당신을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 그렇습니다. 부부는 서로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살아가면서 이러한 마음을 결단코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평생 함께 사는 것이 ‘부부’입니다. 비록 웬수보다 ‘평생 웬수’로 말은 합니다만.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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