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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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5-03 | 조회수640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요한 14,6-14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오늘은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를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필립보는 갈릴래아의 벳사이다 출신으로, 본래 세례자 요한의 제자로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세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가 요한의 추천으로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모습을 눈여겨본 요한이 필립보에게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36)라고 알려주었는데, 그 말을 들은 필립보는 같이 있던 안드레아와 함께 예수님을 따라가 그분과 함께 머무릅니다. 그러면서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그리스도’이심을 깨달았기에 기꺼이 그분의 제자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세례 운동을 함께 했던 동료 나타나엘을 예수님께 인도하는 ‘첫 선교’를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런 필립보조차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예수님께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음에도,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다.”라고 다시 한 번 확인해주셨음에도, ‘하느님 아버지를 직접 뵙게 해달라’고, 자기는 그래야만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와 참된 일치를 이루고 계시며 예수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통해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있다는 구원의 진리를 온전히, 충분히 믿을 수 있겠노라고 그분께 청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필립보는 예수님께서 알려주고자 하시는 진리의 핵심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뵙게 해주십시오.”라는 문장에서 ‘보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는 원래 ‘과시해 보여주다’라는 뜻입니다. 즉 필립보는 예수님께서 놀라운 능력과 압도적인 힘을 사람들 앞에서 과시하듯 보여주심으로써, 그 모습을 보는 이들이 그 어떤 의심이나 반론의 여지 없이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자 주님이심을 납득하고 인정하게 되기를 바랐던 겁니다. 하지만 그처럼 부정할 수 없는 명확한 증거에 압도되어 마지 못해 인정하는 것은 주님께서 바라신 참된 믿음이 아니지요.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라는 예수님 말씀에서 ‘보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는 주님의 무덤이 비어있음을 본 요한의 반응, 즉 “보고 믿었다.”(요한 20,8)라는 구절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동사(호라오)입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먼저 당신의 가르침과 뜻을 되새겨보고 ‘믿음의 눈’으로 바라봄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는 참된 신앙을 지니기를 바라신 것이지요.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파견되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이 세상에 머무르시는 동안 당신의 말씀과 행동, 삶 전체를 통해 하느님께서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아버지’이심을, 당신은 그런 아버지와 사랑으로 온전한 일치를 이루고 계심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가시어 그분과 함께 참된 영광과 행복을 누리고 계십니다. 우리에게 참된 행복과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을 알려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그런 예수님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우리는 무엇이 하느님 아버지의 뜻인지를 보다 분명하게 알아듣고 식별하여 제대로 따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우리는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그 ‘길’만 따라가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구원받을 이 절호의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되겠습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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