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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4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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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04 조회수428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활 제4주간 목요일] 요한 13,16-20 

“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들이는 것이고, 나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맞아들이는 것이다.”

 

 

 

천주교 신자분들 중에는 종종 무당을 찾아가 점괘를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주일에 빼먹지 않고 미사에 참례하고 열심히 기도한다고 해서 당장 먹고 사는 삶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문제에 관한 조언은 무당에게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금 자기가 하는 일이 뭔가 원하는대로, 뜻대로 잘 안풀리는데 어떤 이유로 그러는건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지를 무당에게 가서 묻습니다. 그러면 무당은 ‘귀신’ 탓을 하며 굿을 하든가 부적을 써주든가 하겠지요.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되면 그 무당이 ‘용하다’고 생각해서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더 자주 그를 찾게 될 겁니다. 그리고는 그런 자기 행동이 양심에 찔려서 고해소를 찾으시겠지요. 참으로 안타깝고 또 속상한 ‘미신의 굴레’입니다.

 

오늘 복음은 자기 뜻대로 하려는 욕심과 고집 때문에 주님을 온전히 따르지 못하고 이런 식으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요한 13,16-17)

 

우리가 참으로 행복해지는 비결은 자기 ‘주제’를 아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소유하며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주님께서 주신 것이며, 나는 그분의 은총과 보살핌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부족하고 약한 존재임을 깨달으면, 굳이 내 욕심을 채워야겠다고 어떻게든 내 뜻을 이뤄야겠다고 주님께 억지 부리는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나의 행복을 이루기 위한 최선의 계획 안에서 내 삶에 관한 모든 것들을 주관하시는 주님의 섭리에 감사하며, 그분 뜻을 따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굳이 주님이 아닌 다른 것들을 기웃거리다가 그분 뜻을 거스르고, 그로 인한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세상 모든 것을 알고 또 주관하시는 분께서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닥쳐올 고통과 시련을 미리 알려주시고, 그것을 피할 방도까지 알려주신다면, 그런 주님을 두고 굳이 무당을 찾아가 조언을 구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좋은 일을 피하게 해주겠다는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건 ‘사이비 교주’나 하는 짓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맡기신 ‘고통의 잔’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애쓰는 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며 그것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신 분이지요.

 

그렇기에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 중 누가 어떤 식으로 당신을 배신할 것인지를 미리 다 알고 계셨음에도, 그 상황을 피하려 하지 않으십니다. 대신 당신이 그 모든 상황을 미리 알고 계신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분명히 알려주십니다. 그런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제자들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이 어리석거나 무능해서 박해를 당하신게 아님을, 그분은 하느님 아버지의 큰 뜻을 이루시기 위해 기꺼이 고통과 시련이라는 십자가를 받아지셨음을, 그럴 수 있었던 힘은 아버지에 대한 온전한 믿음과 순명의 마음에서부터 나왔음을. 

 

참된 믿음은 내가 믿는 분의 능력을 이용하여 이익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나에게 닥쳐오는 모든 일들이 다 주님께서 주신 것임을, 그분께서 나의 구원과 참된 행복을 위해 큰 사랑의 계획 안에서 그렇게 하신 것임을 믿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을 마음에 깊이 간직하고 되새겨야겠습니다. “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들이는 것이고, 나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맞아들이는 것이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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