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4주간 금요일] | |||
---|---|---|---|---|
이전글 |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1| | |||
다음글 |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1| | |||
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5-05 | 조회수395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요한 14,1-6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몇 주전 이탈리아에서 유학중인 동기신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 여름 방학에 두 달간 한국에서 머물게 되었는데, 본가에는 본인이 지낼 방이 없다고 했습니다. 항암 치료 후 회복중이신 아버지가 걱정되어 자주 찾아뵈어야 할 거 같은데, 머무르는 거처가 집에서 멀면 그러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혹시 저희 본당에 자기가 머무를 거처가 있다면 방학동안 자기가 거기서 지낼 수 있도록 주임 신부님께 허락을 대신 받아주면 안되겠느냐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주임 신부님께 여쭤보았더니 흔쾌히 허락하셨고, 그 소식을 전하자 그 동기 신부는 참으로 고마워했습니다. 이번 방학 일정 중에 가장 큰 고민이자 어려움이 지낼 ‘거처’를 마련하는거였는데, 덕분에 그 문제를 잘 해결하게 되어 참 마음이 편하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세상에서 잠시 지낼 거처를 마련하는 일에도 걱정하고 근심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리고 그 거처가 마련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큰 위로와 기쁨을 느끼는 우리들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직접 우리를 위해 하느님 나라에 우리가 영원토록 머무를 참된 거처를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단, 그 약속이 세상 종말 때까지 ‘유효’하려면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두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번째 조건은 주님을 ‘믿는’ 것입니다. 주님에 대한, 그분께서 가르치신 복음에 대한 믿음 때문에 힘겨운 시련과 고통을 겪게 되더라도 주님을 꼭 붙잡은 믿음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입니다. 두번째 조건은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그 ‘길’을 잘 보고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토마스는 이 말씀을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 자기는 주님께서 가려고 하시는 ‘아버지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 즉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그 ‘목적지’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분을 따라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겁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강조하신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길’ 자체입니다. 우리 신앙생활의 목적지는 ‘하느님 나라’로 이미 정해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느님 나라’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 나라를 눈으로 볼 수도, 그 나라가 어떤 곳인지를 제대로 알 수도 없습니다. 목적지를 볼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하니 어떻게 거기에 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품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요. 그렇기에 주님은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을 알려주겠다고 하십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당신께서 직접 그 ‘길’이 되어 주겠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이 알쏭달쏭한 말씀을 대체 어떻게 알아들어야 할까요?
처음 가보는 산에 올라가던 때를 떠올려보는게 도움이 될 겁니다. 처음 가보는 산행길에서, 먼저 올라간 이들이 나무가지에 묶어놓은 표식은 큰 힘이 됩니다. 그 표식이 먼저 올라간 이들이 고생해가며 개척한 ‘길’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 산의 정상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생겼는지를 모르더라도, 그 ‘길’만 열심히 따라가면 정상까지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그 일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길을 헤매다가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도록, 벼랑으로 굴러떨어져 다치지 않도록 당신 말씀과 행동으로 우리 삶 이곳저곳에 사랑의 ‘이정표’를 남겨주셨습니다. 당신이 너무나 사랑하시는 우리를 위해 직접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이 되어 주신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 길만 충실히 따라가면 됩니다. 주님의 뜻과 가르침에 맞는 것이라면 ‘예’하고 따르고, 그분 말씀과 뜻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아니요’하고 단호하게 끊어내면 됩니다. 구원의 길은 어렵지만 복잡하지 않습니다. 힘들지만 단순한 길입니다. 그러니 일단 주님을 믿고 따라가면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