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4주간 토요일]
이전글 이전 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가난은 죄가 아니다. |2|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06 조회수387 추천수1 반대(0) 신고

[부활 제4주간 토요일] 요한 14,7-14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다.”

 

 

어떤 사람이 신발을 사러 가기 전에 모양과 크기가 자기 발과 똑같은 ‘본’을 하나 떠 두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일일이 신었다 벗었다 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자기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수월하게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막상 시장에 갈 때 그 본 뜬 것을 깜빡 잊고 집에다 두고 갔습니다. 신발 가게 앞에 도착해서야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게 된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가 본 뜬 것을 가지고 다시 시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져서 시장에 있던 상인들이 모두 철수하고 난 뒤였지요. 나중에 이 사연을 전해들은 친구가 그를 답답하게 여기며 말했습니다.

 

"아니 신발가게 앞까지 갔는데 본 뜬 것을 가지러 다시 집에 다녀올 필요가 뭐가 있나? 자네가 직접 신발을 하나 하나 신어보고 발에 맞는 것을 찾으면 될 게 아닌가?"

 

그러자 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에이, 이 사람아 아무리 그래도 내 발 치수가 본 뜬 것만큼 정확하겠는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발이 더 중요할까요? 아니면 그 발을 본 뜬 것이 더 중요할까요? 물론 발모양을 본 떠 놓은 것이 있으면 자기 발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고르기가 한결 수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저 발에 관련된 치수가 같다고 해서 그것이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요. 그 신발을 직접 신고 서보고, 걸어보고, 뛰어보기도 하며 어떤 점이 편하고 어떤 점이 불편한지를 직접 겪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상황에 맞게 신발끈의 길이와 조임 정도를 조절해준다거나, 밑창의 두께를 맞춰준다거나 하는 세세한 작업도 필요하지요. 그 모든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나의 발에 꼭 맞는 진짜 내 신발을 찾을 수 있는 겁니다.

 

진짜 자기 발보다 그것을 본뜬 모형을 더 신뢰했던 어리석은 모습, 이것이 오늘 복음에서 필립보 사도가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은 곧 하느님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고, 당신을 보는 것은 곧 하느님 아버지를 뵌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필립보는, 자기 두 눈으로 직접 하느님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고 청하지요. 아마도 그는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모습과 뜻을 간접적으로 전해듣는 것보다, 하느님을 직접 보고 그분 말씀을 직접 듣는 것이 하느님의 참된 모습과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에 보다 효율적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필립보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인간이 하느님 아버지를 눈으로 보고 그분 목소리를 귀로 듣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하느님 아버지를 직접 봐야겠다며 신비로운 영적 체험과 놀라운 기적들만 쫓아다닌다면 그건 신발을 자기가 직접 신어보지 않고 자기 발을 본뜬 모형에 대 보려고만 어리석은 모습이지요.

 

부족하고 불완전한 우리의 이성과 감각기관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참된 모습과 뜻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를 위해 사람이 되시어 당신의 모습과 행동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시고, 당신의 말씀과 가르침으로 그분의 뜻을 알려주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그 어떤 왜곡 없이 하느님 아버지의 참모습을 바라보도록, 우리가 그 어떤 오해 없이 그분의 뜻을 알아듣도록 하시기 위해, 당신 자신을 온전히 비우시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전적으로 순명하여 그분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고 계십니다. 그러니 그런 주님의 말씀과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전적으로 순명하며 최선을 다해 실천한다면, 하느님께서 내 안에 머무르시고 나도 그분 사랑 안에 머무르는 진정한 일치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일치 안에서 우리가 하느님께 청하는 것들을 그분께서는 반드시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