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지상 순례 여정중인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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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3-05-07 | 조회수409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지상 순례 여정중인 -이상적 천상 교회 가정 공동체-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요한10,10ㄴ)
오늘은 제13회 생명 주일입니다. 한국교회는 해마다 성모성월, 생명 충만한 신록의 계절 5월 첫 주일을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죽음의 문화’를 일소하고 ‘생명의 문화’, '돌봄의 문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생명 주일을 제정했습니다. 곳곳에서 온갖 시련과 고통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위축되고 위협을 받고 있는지요!
한마디로 얼마나 약하고 위태한 사람들인지 깨닫습니다. 두려움과 불안중에 살아가는 불쌍한 생명들이, 영혼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하여 수도원 십자로 중앙에 위치해 있는 예수님 부활상 앞을 새벽 산책시 지날 때 마다 병고중인 형제자매들을 떠올리며 기도도 바치고 매일 미사때 마다 간절한 소망들을 담아 생미사, 연미사를 봉헌하곤 합니다.
가톨릭 교회 공동체는 비단 교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온인류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온 세상에 활짝 열려있는 가톨릭 교회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어제 미사중 떠올라 즉흥적으로 인용했던 세말마디가 생각납니다.
“하느님, 파스카의 천상 영약으로 온 세상을 치유하시니” 어제 본기도 앞부분입니다.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어제 화답송 후렴입니다. “하느님,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온 세상을 기쁘게 하셨으니,” 부활 삼종기도 기도문중 감미로운 한 대목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 세상을 심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주님이십니다. 새삼 온 세상이 교회의 선교 대상이자 섬김의 대상임을, 참으로 세상의 빛이요 소금인 가톨릭 교회 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요즘 노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사회적 이슈로 새롭게 부각되는 것이 “돌봄”이며, 또 하나가 “생활동반자법”입니다. 생명주일을 맞이하여 교회가 깊이 참작하여할 내용들입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역대 최초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면서 다음과 같이 그 취지를 밝힙니다.
“노인 가족, 친구 가족, 비혼, 사실혼까지, 이 모두가 우리 이웃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다. 이제는 친밀함과 돌봄을 실천함으로써 이뤄지는 모든 가족을 국가가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돌봄과 관련된 생활동반자법입니다. 노령화와 더불어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가난과 병으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이들에게 이젠 국가가 섬김과 돌봄의 큰 가정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젠 국가가 교회로부터 배워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며 가톨릭 교회는 참 좋은 공동체의 삶의 모범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지상 순례 여정중인 우리 가톨릭 교회가 살아야 할 이상적 천상 가정 공동체의 모습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첫째,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바로 이런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는 아버지를 향한 순례 도상에 있는 진리의 공동체, 생명의 공동체입니다. 평생 공동체의 살아 있는 중심이신 예수님으로부터 평생 배워가야할 진리와 생명이요 돌봄과 섬김입니다. 오늘 복음 서두 말씀도 우리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요한14,1-3)
초월과 내재의 주님이십니다. 그러니 오늘 지금 여기서 아버지의 집을 앞당겨 주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 중심의 삶을 사는 것은 길이자 진리이자 생명이신 주님을 닮아 길의 사람, 진리의 사람, 생명의 사람이 되어 사는 것을 뜻합니다. 어제 읽은 중세의 스페인의 신비가, 아빌라의 데레사 고백 기도시가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스도는 당신의 것 외에는 몸이 없으시며, 당신의 것 외에는 땅에 손과 발이 없으십니다. 당신의 눈은 그분이 이 세상을 긍휼히 바라보는 눈이요, 당신의 발은 그분이 선을 행하기 위해 걷는 발이요, 당신의 손은 그분이 온 세상을 축복하는 손입니다. 당신의 손, 당신의 발, 당신의 눈, 바로 당신은 그분의 몸입니다.
그리스도는 지금 당신의 것 외에는 몸이 없으시며 당신의 것 외에는 땅에 손과 발이 없으십니다. 당신의 눈은 그분이 이 세상을 연민으로 바라보는 눈입니다. 그리스도는 지금 지상에 당신의 몸 외에는 몸이 없습니다.”
참 심오하고 신비로운 고백기도시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 하나하나가 또 하나의 예수 그리스도가 되어 살라는 말씀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사랑하여 닮아갈 때 우리 각자 또 하나의 그리스도 예수님이 될 것입니다.
둘째, 사제적 예배 공동체입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세례로 인해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제로서의 그리스도는 영원한 성부께 기쁨으로 찬양과 감사의 예배를 드립니다. 오늘 제2독서 베드로 1서는 사제적 백성으로서 우리 신자들의 신원을 분명히 하며 용기와 힘을 줍니다. 다음 베드로 사도의 말씀을 얼마나 고무적인지, 사기충천케 하는지 중요한 부분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께 나아가십시오. 그분은 살아 있는 돌이십니다.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하느님께는 선택된 값진 돌이십니다. 여러분도 살아 있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 마음에 드는 영적 제물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치는 거룩한 사제단이 되십시오.”(1베드2,4-5)
“여러분은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이여 거룩한 민족이고 그분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여러분을 어둠에서 불러내어 당신의 놀라운 빛 속으로 이끌어 주신 분의 위업을 선포하게 되었습니다.”(1베드2,9)
아, 이것이 우리의 독특하고 복되고 자랑스런 사제적 백성으로서의 신원입니다. 다음 바오로의 말씀도 이와 일치합니다. 바로 우리 모두 사제적 백성으로서 하느님께 영적 예배를 드려야 할 본분을 새롭게 자각하게 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를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로마12,1-2)
신망애(信望愛)의 정신 안에서 우리가 날마다 형제자매들에게 섬김의 의무를 다하는 것 또한 바로 하느님께 바치는 희생제물의 삶인 것이며, 바로 산 제물로 바치는 우리의 삶이 참 좋은 예배공동체를 이뤄줍니다.
셋째, 조화와 균형의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바로 오늘 사도행전의 초대교회 공동체가 그 모범입니다. 차별로 인한 분열 위기에 처한 교회 공동체에 열두 사도의 신속한 개입으로 조화와 균형의 사랑의 공동체로 만들어 주는 분별력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분명 성령의 은총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서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찾아내십시오. 그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고, 우리는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나고 예루살렘 제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났으니 교회공동체가 조화와 균형으로 평화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지상 순례 여정중, 이상적인 천상 교회 공동체를 건설하여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교회 공동체, 사제적 백성의 교회 공동체, 조화와 균형의 사랑의 교회 공동체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온 세상을 위한 영원한 현재 진행형의 교회 공동체 건설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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