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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5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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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12 조회수514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활 제5주간 금요일] 요한 15,12-17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사제 서품을 받고 처음으로 발령받아 갔던 본당에서 겪은 일입니다. 어느 날 저녁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50대쯤 되어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어느 주교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안다고 하자 본인이 그 주교와 신학교를 함께 다녔던 동기이자 친한 친구임을 강조하면서, 그런 자신이 파는 책이니 사목활동을 하는데에 꼭 필요한 것이고 꼭 구매해야 한다는 식으로 강압적으로 요구하셨지요. ‘마침’ 그 책이 영어로 쓰인 신학사전이라, ‘저는 영어를 잘 못해서 그런 어려운 책은 못읽는다’고 거절하고 그 자리를 피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은 그분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분이 그 주교님을 ‘진짜 친구’로 여기고 소중하게 생각했다면, 그 주교님을 자기 물건을 팔기 위한 수단으로 끌어내리진 않았을 것입니다. 한 때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공부했던 소중한 동기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주교님의 사목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오히려 더 조심하고 말과 행동을 삼가며 주교님을 위해 기도하고 그분께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했을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계명을 실천하면 당신의 ‘친구’가 된다고 하십니다. 특정 조건을 내걸고 그 조건에 부합되는 이하고만 선택적으로 친교를 맺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누군가와 진정으로 친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을 우리에게 알려주려고 하신 것이지요. 예수님의 친구가 되려면 예수님을 우리 수준으로 끌어내릴게 아니라, 그분께서 알려주신 계명과 가르침들을 열심히 실천하여 우리가 그분 수준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랑의 친교 안에서 모두가 진정한 완성을 이루어 참된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창세기에 나오는 하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뱀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은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담에게 선악과를 내밀어 먹어보라고 유혹한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자기 혼자 벌 받기 싫어서, 아담도 자기와 똑같은 죄를 지어 멸망하기를 바래서 그랬을까요? 그 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하와는 아담이 미워서, 그가 멸망하기를 바래서 그런게 아닙니다. 그저 혼자되는게 외롭고 싫었을 뿐입니다. 자기만 죄를 지어 타락하고 아담은 그 상태 그대로 있으면 더 이상 아담과 함께 지내지 못할거라 생각해서, 아담과 헤어지기 싫어서 그를 자기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려 영원히 함께 할 ‘친구’로 만들고자 한 것이지요. 그러나 하와가 아담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를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리려고 하기보다, 자신이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여 본래의 상태를 회복함으로써 둘이 함께 더 높은 차원의 행복을 누리려고 했을 겁니다.

 

예수님이 바로 그런 방식으로 우리를 당신 친구로 만들고 싶어하십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를 사랑함으로써,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까지 내놓는 자기 희생적 사랑을, 한 번 사랑한 사람을 영원토록 변치않는 마음으로 끝까지 사랑하는 한결같은 사랑을 함으로써, 우리가 그 사랑의 힘으로 거룩하게 변화되어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 같은 수준으로 ‘고양’(高揚)되기를, 그래서 하느님과 함께 참된 기쁨과 완전한 행복을 영원토록 누리기를 바라신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의 바람대로, 주님을 닮은 완전한 사랑을 실천해야겠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에서 그분과 함께 살아갈 행복한 사람으로 뽑혀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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