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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6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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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18 조회수382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활 제6주간 목요일] 요한 16,16-20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마지막 잎새』라는 단편소설의 내용은 잘 아실 것입니다. 폐렴을 앓고 있던 화가 지망생 ‘존시’는 날로 병세가 악화하여 갑니다. 그는 모든 희망을 잃고 자포자기한 채, 창밖에 있는 담쟁이넝쿨의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자신도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사는 집 아래층에는 가난한 노인 화가 ‘베어만’이 살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모두를 감동시킬 대작을 그려보고 싶다는 꿈이 있지만, 현실은 그저 싸구려 광고물이나 그리면서 입에 겨우 풀칠만 할 정도로 비루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그런 비참한 삶을 비관하여 하루 하루를 술로 허비하고 있엇지요.

 

어느 날 존시가 창밖을 바라보니 담쟁이 덩쿨에 잎새가 하나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 날 밤새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그런데 그 이튿날에도 그 마지막 잎새는 그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 잎새가 떨어지지 않자, 존시의 마음 속에는 삶에 대한 애착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저 가냘픈 이파리도 저렇게 애를 쓰며 버티는데 자신이 먼저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그의 병세가 점점 호전되어 드디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던 날, 그 마지막 잎새를 보러 내려간 존시는 그것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건 진짜 이파리가 아니라 아래층에 살던 베어만이 담장에 그려놓은 그림이었던 것입니다. 존시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전해들은 그가 삶에 대한 희망을 북돋워 주기 위해 밤새 비를 맞아가며 담벼락에 이파리를 그려놓았던 것이지요. 그는 자신이 바랐던대로 한 사람에게 생명을 되찾아주는 진정한 ‘대작’을 그렸던 겁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 제자들의 마음에 ‘참된 희망’이라는 그림을 그려주고자 하셨습니다. 당신이 반대자들의 손에 붙잡혀 수난을 당하고 죽으시겠지만 그것이 곧 ‘끝’은 아니며, 당신을 향한 굳은 믿음을 간직한 채 하루 하루를 하느님 뜻에 충실하게 살다보면 언젠가 영원한 생명과 참된 행복을 누리게 될 것임을 제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으셨던 겁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조금 있으면”이라는 말은 ‘매우 짧은 시간’을 나타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 머무르며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뜨겁게 체험하는 기쁨의 시간이 곧 끝나고, 스승님이 수난 당하시고 죽으시는 슬프고 괴로운 일을 ‘보게’ 될거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보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는 어떤 대상을 그저 눈에 보이는대로 구경하듯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예수님의 활동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요. 그러나 그 고통의 시간도 ‘조금 있으면’ 끝날 거라고 하십니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시어 다시 제자들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되면 슬픔과 고통이 눈 녹듯 사라질 거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보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는 의미를 생각하며 믿음의 눈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그런 시선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바라보면 그 분 안에서 참된 기쁨과 행복을 발견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슬픔이 사라지고 기쁨이 찾아온다는게 아니라, 슬픈 일로 여기던 그것이 사실은 기쁜 일임을 깨닫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참된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했습니다. 우리 삶에 절대적이고 완전한 기쁨이나 슬픔은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 먹기에 따라 같은 상황이라도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큰 슬픔으로 느껴져 기운이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기쁨으로 여겨져 찬미와 감사의 기도가 절로 우러나오기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를 영원한 생명과 참된 행복으로 이끄시는 주님과 그분 섭리를 믿는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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