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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7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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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24 조회수495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요한 17,11ㄷ-19 

 

 “이제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제가 세상에 있으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들이 속으로 저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한 가지 질문이 계속해서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수난을 당하시고 죽으시어 아버지께로 돌아가시는 것이 그분을 따르는 이들에게 왜 기쁨이 되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적대세력의 손에 붙들려 고통을 겪으시고 죽으시는 일 자체는 그분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슬프고 괴로운 일, 실패와 절망으로 여겨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죽음은 그냥 아무 의미 없는 헛된 죽음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께서 이 세상에 보내시면서 맡기신 중대한 사명을 무사히 다 마치시고 다시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시는 ‘귀환’,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금의환향’이기에, 그분의 죽음은 그저 죽음으로 끝나는 허무한 결말이 아니라 약속된 ‘부활’로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은 기쁨이자 희망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세상에서 뽑으시어 당신과 함께 머무르게 하시고 가르치시며 이끄신 귀한 존재입니다. 또한 예수님으로부터 ‘복음선포’라는 중대한 소명을 부여받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충실히 수행해야할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런 우리들이기에 세속적인 굴레와 속박에 묶인채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즉 우리는 세상에 속한 사람들처럼 죽으면 ‘먼지’가 되어 허무하게 바람에 날려 흩어져버리는게 아니라, 죽으면 우리 ‘본향’인 하느님 나라로 돌아가 우리를 진정으로 사랑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기쁨의 해후를 하고, 참된 행복을 영원히 누리게 되는 특별하고 복된 존재인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돌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기쁜 일이 되려면, 이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즉 세속적인 기준에 얽매이고 물질적인 것들에 집착하며 끌려가는게 아니라, 그런 것들을 초월하여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이며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겁니다. 혹여 그 과정에서 고통과 시련을 겪게 되더라도, 더 나아가 죽음이라는 절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고 담대하게, 끝까지 주님 뜻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서 누릴 참된 기쁨과 행복을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살기 위해 애쓰는 우리를 위해 아버지께 기도해 주십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당신 뜻을 따르느라 고생하며 핍박받는 우리를 당장 이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그래서 지금 겪는 고통과 시련에서 즉시 자유로워지게 해 주시라고 청하시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를 악에서 구해달라고만 청하십니다. 악은 우리의 능력이나 힘으로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부족하고 약한 우리를 그 악의 세력으로부터 지켜달라고 청하시는 것입니다. 대신 그 이외의 것들은 우리 손에 맡겨두십니다. 그것들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아버지의 뜻, 즉 구원의 진리를 따라 충실히 살아가면, 다시 말해 그분 뜻에 맞는 것들은 ‘예’하며 따르고 그분 뜻을 거스르는 것은 ‘아니오’하고 단호하게 거부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구원의 진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우리의 노력이 더해져야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를 닮은 거룩한 자녀의 모습으로 변화되는 ‘결실’이 맺어집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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