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전 정화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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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3-05-30 | 조회수459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성전 정화 -은총의 강, 생명수의 강-
"만군의 주님이여, 계시는 곳 그 얼마나 사랑하오신고, 그 안이 그리워, 내 영혼 애태우다 지치나이다. 이 마음 이 살이 생명이신 하느님 앞에 뛰노나이다."(시편84,2-3)
오늘은 저희 ‘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2006년에 봉헌했으니 벌써 17년이 지났습니다.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개인은 물론 공동체 삶의 중심을 상징하는 성전입니다. 아마 자랑은 1987년 3월19일 성 요셉 대축일에 설립된 수도원 시작부터 지금까지 늘 열려 있는 성전이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온돌방 성전부터 시작하여 여러번 그 자리에서 이동하여 보수 개축하여 지내다가 마침내 2005년 9월부터 시작하여 2006년에 완공하여 5월30일 바로 이날 성전 봉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날 성전 봉헌 축일 미사때는 300명 이상, 수도원 설립이래 가장 많은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수도원이 이런저런 사연으로 우여곡절 어려움을 겪다 기사회생(起死回生)한 느낌이라 이날의 감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요셉수도원으로는 새 성전 봉헌은 결정적 전환점이 됐습니다. 전례부터 새로워졌습니다. 커다란 밥상같은 입석 제대에 독서대, 그리고 미사 복사가 시작되어 공동전례도 제대로 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옛날의 돌집 성전을 그리워하는 분들도 많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였습니다.
오늘은 요셉 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아니 오늘뿐 아니라 매일매일이 성전봉헌 축일입니다. 봉헌이란 말마디가 참 아름답고 위로가 됩니다. 봉헌의 기쁨, 봉헌의 찬미, 봉헌의 감사, 봉헌의 사랑, 봉헌의 축복, 봉헌의 행복, 봉헌의 정화, 봉헌의 성화, 봉헌의 새로움등 끝이 없습니다.
보이는 가시적 성전의 봉헌과 더불어 동시에 비가시적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 성전, 그리고 각자 성전인 자신을 봉헌하면서 끊임없이 정화되고 성화되어 새로워지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명실공히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중심, 삶의 의미로 믿는 이들 삶의 모두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성전의 존재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집인 성전을, 성전에서 거행되는 공동전례를 사랑합니다. 성전에서 공동전례를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끊임없이 거행하면서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중심, 삶의 의미이신 주님을 확인하기에 결코 뿌리없이 방황하는 일도 없고 삶의 무지와 허무의 늪에 빠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성전을 그리워하는 시편도 참 많고 오늘 화답송 후렴도 이에 속합니다.
“강물이 줄기줄기 하느님의 도성을,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거처를 즐겁게 하네. 하느님이 그 안에 계시니 흔들리지 않네. 하느님이 동틀 녘에 구해 주시네”(시편46,5-6)
성전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의 성령이 부단히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하며 정화하고 성화합니다. 그리하여 세상에 속화되거나 동화됨이 없이 세상을 끊임없이 성화하면서 성전의 역할을 다하게 됩니다. 사실 세상을 성화해야할 세상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성전이 속화되어 부패 변질되어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상실한다면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예수님의 성전 타락에 대한 열화와 같은 분노와 성전정화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지당한 사건입니다. 예수님은 채찍을 휘두르며 성전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이들과 환전상들을 내쫓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아버지의 사랑은 아버지의 집인 성전 사랑으로 그대로 표현됨을 봅니다. 제자들은 즉시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킬 것입니다”라는 성경 말씀을 연상합니다. 이때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당신이 이런 일을 해도 되는 표징을 보여달라는 말씀에 대한 주님의 답변이 우리에게는 평생 명심해야할 화두입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바로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을 뜻합니다. 하느님의 집인 성전은 믿는 이들의 중심일뿐 아니라 광야 세상의 오아시스 중심임을 깨닫습니다. 이제 성전에서 끊임없이 거행되는 미사은총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물론 우리 각자의 성전을 거룩하게 함은 물론 세상을 거룩하게 함으로 명실공히 세상을 살리는 세상의 중심이 됩니다. 오늘 미사전례중 아름다운 감사송의 고백이 이를 잘 표현합니다.
“주님께서는 저희에게 눈에 보이는 이 집을 짓게 하시어, 주님께 나아가도록 끊임없이 도와주시며, 주님과 저희의 신비로운 결합을, 이곳에서 오묘히 드러내시고 굳게 하시나이다. 또한 여기에서 저희를 주님의 살아있는 성전이 되게 하시어, 온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자라게 하시고, 마침내 천상 도읍 예루살렘에서 평화의 나라로 완성하시나이다.”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 성전인지요! 천상 예루살렘을 향해 끊임없이 성장, 성숙중인, 순례여정중에 있는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에제키엘서의 말씀은 그대로 세상을 살리고 정화하고 성화하는 성전은총을, 미사전례 은총을 상징합니다.
“이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 그 바닷물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 나기 때문에, 고기도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말그대로 은총의 강, 생명수의 강은 그대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이 은총의 강가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으니,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되니 영혼의 양식과 약이 되는 성체성사의 은총을 상징합니다. 마침내 에제키엘의 예언은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을 통해 그대로 실현됩니다.
새로운 성전(요한2,21)인 예수그리스도의 몸, 곧 그분의 옆구리(요한19,34)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물이 흐릅니다. 그리고 희생된 어린양의 천상 어좌에서는 생명수의 강이 흘러나옵니다(묵시22,1.2). 바로 우리의 궁극의 희망이 순례 여정중의 최종 목적지인 천상 도읍 예루살렘 성전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끊임없이 당신 성전인 우리를 정화하시고 성화하시어 우리 모두 주님의 은총의 강, 생명수의 강이 되어 세상을 살리며 흐르게 하십니다.
“너희는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이 너희 안에 계신다. 너희가 바로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이다.”(1코린3,16-17).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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