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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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5-31 | 조회수409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루카 1,39-56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인류의 역사에 큰 변화를 일으킨 ‘위대한 만남’이 있습니다. 1961년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과 소련의 후르시초프 서기장이 만났습니다. 이 만남을 통해서 쿠바의 핵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중국의 마오쩌뚱 주석이 만났습니다. 이 만남 이후로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1985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만났습니다. 이 만남을 통해서 동유럽은 민주화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021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슬람교 시아파 지도자 알시스타니가 만났습니다. 역사상 처음 이루어진 두 종파 지도자간의 만남을 통해 가톨릭과 이슬람이 평화로운 상호협력과 공존의 길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꼭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들간의 만남만 위대한 게 아닙니다.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을 통해서 절망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다면, 두려움이 담대함으로 바뀔 수 있다면, 폭력이 평화로 바뀔 수 있다면 그는 나에게 나는 그에게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세기의 만남’으로 기억될 겁니다.
오늘은 성모님께서 엘리사벳을 찾아가 만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메시아의 오심을 준비할 마지막 예언자의 어머니와 구세주의 어머니 사이에 세상을 구원할 ‘위대한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지요. 그 만남은 엘리사벳의 환영과 축복 인사로 시작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여 구세주를 당신 품 안에 잉태하셨기에 복되시고, 예수님은 성모님의 순명 덕분에 무사히 당신이 사랑하시는 이 세상에 오시어 구원 사명을 수행하시게 되었기에 복되다는 뜻입니다. 그런 큰 축복과 기쁨을 안겨준 ‘순명’은 오직 순수하고 굳건한 믿음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세상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죽음의 위협과 공포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따르려면, 그분의 뜻이 어떤 어려움과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분명한 확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한편, 엘리사벳의 인사말을 계기로 ‘믿음’이라는 관점에서 자기 삶을 되돌아본 성모님은 당신이 살아오는 동안, 더 나아가 이스라엘 백성과 온 인류가 살아오는 동안, 우리를 참된 행복으로 이끄시려는 하느님 사랑의 섭리가 언제나 함께 해 왔으며, 구원이라는 완성에 이를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깨닫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감사와 찬미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렇다면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모님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일을 왜 기념할까요? 두 분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 우리에게 왜 중요할까요? 그 만남이 서로에게 큰 위로와 기쁨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엘리사벳은 구세주를 잉태한 성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신을 포함한 온 인류의 구원이 멀지 않았음을 깨달았기에 기쁘고, 성모님은 엘리사벳의 조언을 통해 믿음이라는 관점으로 세상과 삶을 바라봄으로써 그 안에 깊이 새겨진 하느님 사랑과 자비의 흔적들을 알아보게 되었기에 기쁜 겁니다. 그리고 두분의 만남을 바라보는 우리는 믿음과 희망으로 그 두가지 기쁨을 모두 누리게 되었기에 두 배의 기쁨을 누릴 수 있지요.
위로의 어머니 마리아는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들고 아프고 슬픈 것도 참아가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를 방문하십니다. 그분은 혼자가 아니라 항상 예수님과 함께 오시지요.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 뜻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이가 누리는 참된 행복을 알려주시려고 오시는 것입니다. 그런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하느님 뜻에 순명하고 따른다면, 성모님처럼 참된 행복에 겨운 찬미와 감사의 노래를 부르게 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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