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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 중심의 삶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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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02 조회수438 추천수8 반대(0) 신고

하느님 중심의 삶

-열매, 성전, 기도, 용서-

 

 

 

어제 모처럼 크게 화를 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엉뚱하고 황당한 전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하는 자매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정상인줄 알았는데 후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신분열 환자였습니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과대망상, 정신분열 현상임이 분명해보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화를 낼일이 아니라 강력히 치유를 권할 내용입니다.

 

요즘 정신질환 환자들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특히 주변에서 자주 발견되는 우울증 환자들입니다. 자연과 날로 멀어지고 관계 불통으로 인한 원인이 크겠습니다. 정말 공부의 유무, 학식의 유무를 떠나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합니다. 어느 자리에 살던지 제자리에 깊이 뿌리내리고 제정신으로 제대로 책임을 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진정 건강한 삶이겠습니다.

 

어제까지 퇴계평전, 율곡평전, 다산평전을 다 읽었습니다. 두고두고 읽을 평전입니다. 참으로 일류의 선비는 일류의 시인이자 성인이요 소통의 사람, 우정의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세 대학자 선비는 정말 온전한 참 사람의 전형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부럽고 감동적인 점은 이분들에게 한시로 나누는 대화는 너무나 자연스런 일상이었다는 것입니다. 깊이 공감하는 진실하고 담백하게 자연스런 한시로 나눈 대화였습니다.

 

어떻게 온전한 참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이또한 평생여정이자 평생과제입니다. 결국 믿는 이들이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도 하느님의 자녀가, 참나의 성인이 되는 것이겠습니다. 평생 수행과 훈련의 목적도 여기 있습니다. 바로 저는 오늘 복음에서 참사람의 성인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제1독서 집회서도 ‘훌륭한 사람들과 역대 선조들을 칭송하자’ 권하며 존재감 없는 사람들에 대해 간단히 서술합니다.

 

“어떤 이들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고, 존재한 적이 없었던 듯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태어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되었으며, 그 뒤를 이은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렇게 존재감없이 살다가 사라져갔겠는지요. 요즘도 꿈과 희망을 잃고 무의미한 삶을 견디지 못해 자살로 불행히 세상을 떠나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반면 훌륭한 삶을 살았던 이들 또한 많습니다. 이들에 대한 소개가 집회서 다음에 나오지만 미사독서에는 소개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 사람들은 자비로워, 그들의 행적이 잊히지 않았다. 그들의 자손은 계약을 충실하게 지키고, 그들 때문에 그 자녀들도 그러하리라. 그들의 자손은 영원히 존속하고, 그들의 영광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어떻게 하느님의 자녀들이 되어, 교회의 자녀들이 되어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온전한 참나의 삶을 살 수 있겠는지요? 새삼 2천년 거룩한 전통에 무수한 성인들을 지닌 가톨릭 교회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늘 보고 배울 삶의 좌표로 삼을 성인들을 모시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오늘 예수님은 예루살렘 입성후 하루 삶의 일정을 통해 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첫째, “열매를 맺어라!”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무화과 나무를 저주하신 일과 말라 버린 무화과 나무의 예화가 나옵니다. 바로 적대자들은 물론 제자들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함입니다. 나뭇잎들만 무성하고 열매없는 삶이라면 얼마나 허망하겠는지요! 바로 이런 언행불일치의 사람들, 말만 있고 행함이 없는 무책임한 사람들에 대해 주님은 열매를 맺으라는 가르침을 주십니다.

 

열매 “실(實)”자가 들어가는 말처럼, 바로 하루하루 사랑의 섬김과 책임을 다하면서 진실(眞實)하게 성실(誠實)하게 충실(忠實)하게 절실(切實)하게 주님께 불림받은 정주의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책임을 다하며 결실(結實)있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비상한 열매들이 아니라 나다운 삶의 열매, 사랑의 열매들입니다. 기도하고 일하고 공부하고가 균형과 조화를 이룬 한결같은 삶에서 자연스런 삶의 열매, 사랑의 열매이겠습니다.

 

둘째, “성전을 정화하라!”입니다.

보이는 성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성전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에 속해 있는 우리 하나하나가 거룩한 성전입니다. 참으로 주님의 거룩한 성전인 나를 성령의 은총으로 끊임없이 정화하고 성화하며 잘 돌보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오늘 무화과나무의 두 비유 사이에 위치한 성전정화 사건이 주는 가르침입니다.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으냐?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가시적 성전이 속화와 부패와 타락이라면 거기 전례에 참석하는 신자들 또한 여기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세상을 성화해야 할 거룩한 성전이 속화되어 있다면 각자의 성전도 속화되기 마련입니다. 참으로 제대로 거룩한 공동전례가 이뤄짐과 동시에 각자의 성전도 정화되고 성화될 것입니다. 

 

그러니 성령 충만한 삶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깨닫습니다. 성령의 은총이 거룩한 공동전례는 물론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주며 균형잡히고 조화로운 삶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하루하루 날마다 성령의 인도따라 경청의 분위기에서 거룩한 미사전례 참석은 물론 기본 수행에 충실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기도하라!”입니다.

기도와 삶은 함께 갑니다. 기도하는 대로 살고 사는 대로 기도합니다. 나중 남는 얼굴은 기도한 얼굴인가 기도하지 않은 얼굴인가 둘중 하나일 것입니다. 기도없는 삶은 공허하고 삶이 없는 기도는 맹목이 될 위험이 다분합니다. 기도와 삶이 함께 가듯, 기도와 믿음도 함께 갑니다. 기도의 훈련과 습관과 더불어 믿음의 훈련과 습관도 절실합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기도와 믿음입니다. 기도의 힘, 믿음의 힘은 그대로 하느님의 힘입니다. 기도와 믿음을 통해 진리이자 생명인 주님을 만나야 주님과 소통해야 비로소 온전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무화과나무의 비유와 성전정화 사건이 이어 예수님은 믿음과 기도를 강조하십니다.

 

“하느님을 믿어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이 산더러 ‘들려서 저 바다에 빠져라,’하면서, 마음속으로 의심하지 않고 자기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그대로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받은 줄로 여겨라.”

 

아무것이나 원하는 것을 청할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을 청하는 것입니다. 정말 꼭 필요로하여 청할 것은 성령이요 하느님의 뜻을 분별하여 알 수 있는 지혜이겠습니다. 참으로 간절히 항구히 기도할 때 튼튼한 믿음에 성령의 선물입니다. 성령충만한 삶에 하느님의 뜻에 따른 기도라면 그대로 응답될 것입니다.

 

넷째, “용서하라!”입니다.

서로 살기위해 용서입니다. 우리가 용서해야 우리도 주님께 용서를 받습니다. 너그럽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연민과 배려, 존중과 배려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용서입니다. 숨쉬듯이 밥먹듯이 사랑의 용서입니다. 새삼 용기있는 행위가 용서요, 용서도 부단한 의식적 훈련이요 습관임을 깨닫습니다.

 

“너희가 서서 기도할 때에 누군가에게 반감을 품고 있거든 용서하여라. 그래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해 주신다.”

 

유다인들은 일반적으로 서서 기도했습니다. 서로 용서를 통해 화해하고 소통해야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의 소통이라는 것입니다. 아, 이런 용서의 훈련과 습관에 앞서 부단 회개의 훈련과 습관이 전제되어야 함을 봅니다. 정말 나부터 살기위해 의식적 회개와 용서가 필수입니다. 용서가 안되더라도 용서한다고 고백하며 일단 던져놓고 보는 것입니다. 때가 되면 용서의 은총이 주어질 것입니다.

 

참나의 성인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싶습니까? 

평생은총과 더불어 평생과제의 수행이 뒤따라야 합니다. 물론 성령의 도움이 절대적입니다. 사랑의 열매를 맺는 언행일치의 삶을 사십시오. 성령의 은총으로 자신의 성전을 끊임없이 정화하고 성화하면서 잘 보살피고 관리하십시오.  끊임없이 간절히 항구히 기도하며 믿음을 굳세게 하고, 이어 끊임없이 용서하십시오. 용서도 의식적 훈련이요 습관입니다. 참 좋으신 주님의 미사은총이 이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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