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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3-06-03 | 조회수631 | 추천수9 | 반대(0) |
체코 프라하 카를대학의 신학자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이 방한하여 “포스트 코비드와 한국교회, 변화하는 시대의 신앙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습니다. 아울러 ‘그리스도교의 오후’라는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의 책이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몬시뇰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변화의 시대와 시대의 변화’를 이야기하였습니다. 비슷한 말 같지만 의미가 크게 다른 말입니다. 변화의 시대는 마치 날씨와 같습니다. 흐린 날, 맑은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이 있지만 그것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의 변화는 마치 기후와 같습니다. 온대지방, 열대지방, 한대지방, 적도, 북극과 남극은 삶에 큰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사람과 국가는 계속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과 국가는 쇠락의 길로 가기 마련입니다. 속지주의 시대에 익숙한 방법, 이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대의 방법, 성사와 교회 그리고 성직자의 권위로 이끄는 방법으로는 팬데믹 이후의 교회를 그리스도께로 인도하기 어려워졌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몬시뇰은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시대는 자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와 함께 정치적, 문화적, 도덕적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동시에 목격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현재 변화의 속도와 범위, 깊이는 그간 확실하다고 여겨온 것들을 전반적으로 뒤엎고 있으며 또 전통의 종교적 확신이 무너진 뒤 나아가 세속적, 인본주의적 확신마저 흔들리며 제도에 대한 신뢰와 전문가들의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문 닫힌 교회’를 예언적인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회가 진정한 개혁, 특히 영성의 심화를 거치지 않으면 머지않아 대부분의 교회가 텅 비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기심과 물질주의의 유혹이 커지는 사회, 세대 간 갈등이 불러오는 반목, 군중 속 외로움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 대한 우려를 전하였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갈림길은 더 성숙한 형태의 그리스도교로 깊이 나아갈 기회라고 진단하였습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살아 계시고 부활하시며 변모시키시는, 보편적인 그리스도를 찾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뚝 솟은 첨탑의 교회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주교님의 모관과 지팡이는 더 이상 권위의 상징이 되지 못하고 있음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물이 터져서 잡았던 물고기가 빠져나가듯이 젊은이들이 더 이상 교회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성직자 중심의 교회로는 성령의 은사가 열매 맺지 못하고 있음도 알아야 합니다. 수도자와 성직자의 성소가 줄어들고 있으며 텅 빈 교회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았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권위를 상실할 것 같은 위기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제시하시는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였습니다.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오전이 제도와 조직, 성사와 교회의 틀을 공고하게 하는 시간이었다면 그리스도교의 오후는 그리스도와 소통하는 ‘영성’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정신적, 영성적 삶이 펼쳐져 나갈 적기입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선교가 종말을 맞이하는 이 시기에 자기 비움의 자세를 회복해야 합니다. 어느 동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쪽에서는 성당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가두선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라는 책자를 나누어주고, 입교 신청서를 받았습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약 장수가 약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가두선교를 하는 쪽보다는 약 장수가 약을 파는 쪽으로 많이 몰렸습니다. 오후가 되자 가두 선교를 하는 사람들이 약 장수에게 가서 질문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전하는데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고, 당신은 몸을 건강하게 하는 약을 파는데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가 멀까요?’ 그러자 약 장수가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사실 이 약은 가짜입니다. 몸에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게 좋은 약도 아닙니다. 하지만 나는 가짜 약을 진짜처럼 최선을 다해서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전하면서 그렇게 확신이 없고, 자신감이 없습니까!’ 전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하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확신과 신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어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이 산더러 ‘들려서 저 바다에 빠져라.’ 하면서, 마음속으로 의심하지 않고 자기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그대로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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