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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8주간 토요일,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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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03 조회수300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8주간 토요일,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 마르 11,27-33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아니면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대답해 보아라.”

 

 

 

 

우리 사회는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지적하는 점이 맞다는 것을, 그 점을 바로잡아야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그들의 잔소리와 지적이 나를 향하면 듣기 싫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지적을 당하고 비판을 받는건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입니다. 또한 그로 인해 내가 사회에서 누려온 기득권이나 권위를 잃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에, 애써 그들의 말을 못들은 체 하거나 무시해 버리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은 존중과 사랑보다는 미움과 원망,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니가 뭔데 쓸 데 없이 내 일에 참견해서 나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느냐?’고 생각하는 우리의 옹졸한 마음이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겁니다.

 

예수님 시대에 수석 사제들은 ‘율법’에 근거하여 성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권한 일체를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성전세’를 걷는 것은 물론이고, 희생제사 때 제물로 쓸 동물을 파는 상인들과 외국돈을 이스라엘 화폐인 ‘세켈’로 환전해주는 상인들로부터 ‘자릿세’를 두둑히 받고 그들의 뒤를 봐주기도 했지요. 그런데 예수라는 갈릴래아 시골 출신 촌뜨기가 나타나 말 그대로 성전을 뒤집어 엎었으니 성전 상인들로부터 볼멘소리가 터져나왔고, 그들의 ‘사업’에 막대한 피해와 지장이 초래되는 그 상황을 가만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다시는 본인들 사업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자기들이 가진 권위와 힘으로 철저히 깔아뭉개 놓으려고 예수님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상인들을 몰아내고 성전을 정화하신 예수님의 행동은 율법에 어긋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전이 지향해야 할 원래의 목적과 기능을 회복하는 ‘올바른’ 일이었기에, 그분의 행위자체는 문제삼지 못하고 그분의 ‘권한’을 문제 삼습니다. 대체 누가 무슨 권한을 주었기에 자기들의 기득권을 함부로 침해하느냐는 것이었지요.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화할 정당한 ‘권한’을 갖게 되신 건 철저하게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기준으로 하여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할 것은 '아니요'라고 하며 그대로 따르셨기 때문입니다. 그런 철저한 믿음과 순명, 실천이 그분에게 아버지의 뜻을 대신 집행할 정당한 권한과 권위를 갖게 만든 겁니다. 그러나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자기들의 욕심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보다 자기들의 이해관계를 따르고, 하느님 뜻을 헤아리기 보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지요. 그렇기에 ‘요한의 세례가 어디서 온 것이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자기들의 입장이 난처해질까봐 ‘하늘에서 왔다’고도 못하고,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살까봐 ‘사람에게서 왔다’고도 못하는 겁니다. 권위도 권한도 갖고 있지 못한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우리는 그들처럼 ‘모르겠소’로 대충 넘어가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나에게 주어지는 메시지가 ‘하늘’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되면 일단 받아들이고 따라야 합니다. 반대로 그것이 ‘사람’에게서 온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단호하게 거부하고 배격해야 합니다. 당장 손해나 피해를 보기 싫어서, 당장 사람들 앞에서 체면이 구겨지거나 입장 난처해지는게 싫어서, 선택을 미루고 책임을 회피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다가는 언젠가 주님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할 때 그분의 차갑고 무거운 침묵 앞에 절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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