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라면을 좋아하는 아빠 / 따뜻한 하루[1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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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23-06-10 | 조회수323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저는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고 딸을 걱정한 엄마는 건강 음식, 웰빙 마니아가 되셨고, 특히 집에서는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것이 아예 금지가 되다시피 되어 버렸습니다. 천만다행 지금은 건강해 아무거나 잘 먹지만 엄마는 아직도 음식에 예민하십니다. 그런데 면 종류의 음식을 다 좋아하는 아빠한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쉽게 끓어 장만할 수 있는 라면을 집에서는 전혀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주말에 엄마가 친구들과 모임으로 인해 조금 늦어진다는 소식에, 아빠는 후다닥 슈퍼에 가서 좀 비싼 유명 상품의 라면을 사 오셨습니다. "아빠, 엄마가 알면 난리 날 텐데." "괜찮아, 안 걸린다면 될 거야!" 그리고 아빠의 눈물겨운 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버너와 냄비를 준비하고, 냄새로 들킬까 싶어 창문을 다 열고 베란다에 쭈그려 앉아 엄마가 안 계시는 시간 이용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국물까지 쭉 들이키시고 엄마 몰래 설거지까지 마친 아빠는, 저를 향해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척 내밀며 행복한 표정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엄마는 그날 아빠가 라면 먹는 거 다 알고 있었습니다. 베란다에서 그러는 게 너무 애처로워서 한 번만 봐준 거라고 하십니다. '이해'는 영어로 understand라고 합니다. ‘누구 아래’에 위치내지는 서 있는 것인데요, 상대를 '배려'하는 참 좋은 표현으로 보입니다. 예수님의 저 유명한 산상설교의 핵심 주제는 참 행복입니다(마태 5,3-8). 온유한 사람들, 자비로운 사람들 마음이 깨끗한 사람,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다 행복한 이랍니다. 그렇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기 발치서 행복을 키웁니다. 행복은 밖에서 그냥 오는 것도 아니며,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일상서 찾을 수가 있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작은 행복들, 오늘 만큼의 행복이 모여서 행복한 인생을 만듭니다. 고작 라면 하나에서도 그 사랑과 기쁨을 발견할 수가 있듯이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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