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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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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14 조회수227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마태 5,17-19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부모님들은 자녀를 걱정하는 마음에, 자녀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녀들에게 여러가지 것들을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공부해라', '숙제해라', '밥 제 때 잘 챙겨먹어라' 같이 긍정형 명령으로 끝나는 요구가 있는가하면, '핸드폰만 붙잡고 있지마라', '게임은 너무 오래 하지 마라', '편식하지 마라'처럼 부정형 명령으로 끝나는 요구도 있지요. 자녀들이 그 요구들 안에 숨어있는 부모님의 뜻, 즉 자신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 사랑과 걱정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의 요구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부모님께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자기에게 꼭 필요하고 정말 중요한 것들을 알아서 잘 챙기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녀들이 부모님의 요구들 안에 숨어있는 속 뜻을 헤아리지 않고 글자 그대로만 받아들인다면, 그것들을 쓸 데 없는 간섭이나 듣기 싫은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무시해 버리거나 따르기를 거부할 것입니다. 그러나 옛말에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지요. 부모님의 요구들을 무시하고 반항해봤자 결국 고생하고 손해보는 것은 자녀들 자신입니다. 나중에 가서 '그 때 부모님 말씀 잘 들을걸...'하고 후회해봐야 때는 이미 늦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 자녀들인 우리들을 구원으로 이끄시기 위해 많은 것들을 명령하시는 것입니다. 그 명령에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라',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같은 긍정형 명령이 있는가하면, '살인하지 마라', '거짓증언 하지 마라' 같은 금지형 명령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 명령 안에 숨어있는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것을 하느님의 충고, 섭리, 은총으로 생각하여 마음을 다해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명령 안에 숨어있는 하느님의 진심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것을 나를 구속하는 답답한 '족쇄'라고 생각하여 따르기를 거부하거나 차일피일 미루려고 하겠지요. 그러나 그런 식으로 반항해봤자 나중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세상 종말의 순간에 가서야 '그 때 하느님 말씀 잘 듣고 계명들도 좀 잘 지킬걸...'하고 후회해봐야 때는 이미 늦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율법이나 예언서 안에는 우리를 사랑하고 걱정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우리를 구원으로, '하느님 나라'로 이끌고자 하시는 그분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을 제대로 '완성'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다시 말해 율법과 예언서에 담긴 하느님의 마음과 뜻이 우리들 안에서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을 순명하며 받아들이고, 그것을 기꺼이 삶 속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마지못해서, 어쩔 수 없이 따르는 마음으로는, '최소한'만 겨우겨우 지키는 태도로는 하느님의 크나큰 사랑과 놀라운 뜻이 제대로 실현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데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분의 뜻이 내 안에서 '최고'로 '최대'로 실현되도록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작은 자'가 아니라, 그 안에서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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