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이전글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1|  
다음글 예수고난회 박태원 신부님의 [6월 17일] 살아있는 매일의 지혜(적절한 참회) |1|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17 조회수468 추천수1 반대(0) 신고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루카 2,41-51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릅니다. 낯선 곳에 홀로 떨어져 걱정과 두려움 속에 울고 있을 자식의 마음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대체 어디서 잃어버린건지 어딜 가야 찾을 수 있는지 막막하기에 눈 앞이 하얘집니다. 혹시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의 손에 붙들려 큰 곤경이나 죽을 위험에 처해있는건 아닌지 걱정되고 불안하여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소년 예수님을 잃어버린 성모님이 그런 심정이었을 겁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감정들에, ‘내가 어린 아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이런 일이 생겼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속이 타들어갔을 겁니다. 그런 참담한 심정으로 온 예루살렘을 이잡듯 뒤진 시간이 무려 사흘입니다. 그 시간이 성모님께는 지옥 그 자체였겠지요.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성전에서 아들 예수님을 찾아냅니다. 그리고는 왜 가족들과 떨어져서 이곳 성전에 있는지 그 연유와 사연을 들어볼 요량으로 ‘왜 이렇게 하였느냐’고 물으시지요. 그런데 아들 예수님의 답변이 참 기가 찰 노릇입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보통의 어머니였다면 그 대답을 듣자마자 아이를 자기 무릎 위에 엎어놓고 엉덩이를 때려줬을 것입니다. ‘왜 이렇게 말썽을 부려서 엄마 속을 썩이느냐’고 아이를 원망하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성모님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아들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일단 그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셨습니다.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라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비난하고 원망하는게 아니라, '니가 그렇게 한데에는 분명 어떤 이유와 뜻이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그것을 아실 때까지 더 큰 이해와 포용과 사랑으로 품어주려고 하신 것이지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아셨기에 아들 예수님도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부모님을 따라가 그분들께 순종하며 지내신 겁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성모님의 깨끗한 성심입니다. 상대방을 바라봄에 있어 내 기준과 선입견과 고집을 거쳐서 보지 않고, 그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며 그가 하는 말을 소중하게 내 마음 안에 담는 태도.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에 그 어떤 사심의 ‘티’도 묻어있지 않은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 우리는 그런 마음과 시선으로 삶을, 세상을, 그리고 주님을 바라봐야 하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당신에게 일어나는 그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십니다. 눈앞의 상황이나 당장의 기분에 휩쓸려 일희일비 하지 않으시고 일단 마음에 담아두신 후 하느님의 뜻 안에서 그 의미를 차분히 곱씹으십니다. 그처럼 너른 품을 지니셨기에 온 세상의 구세주를, 그 전능하고 크신 분을 당신 안에 품으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성모님의 깨끗하고 너른 마음을 닮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뜻은 ‘진국’입니다. 사골은 솥 안에 담고 오래 끓여야 깊은 맛이 올라오는 것처럼, 하느님 말씀과 뜻은 내 마음 안에 담고 오래 실천해야 그 참된 의미와 뜻을 깨닫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성모님처럼 하느님 말씀과 뜻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깁시다. 그 참된 맛이 내 삶 안에서 우러나도록!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