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의 여정-
“성화되십시오!”
제가 어제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이자 ‘사제성화의 날’, 아침 식사전 최초로 들은 최고의 참 좋은 인사말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문도미니코 수사님이 전기스토브에 구워진 식빵을 건네 주며 했던 이 인사말이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고 즉시 참 좋은 인사말이라 감사했습니다. 정말 형제자매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인사말입니다.
예전에 “성인이 되십시오!”, “성녀가 되십시오!” 간혹 말씀드린 적은 있어도 위 인사말은 처음입니다. 언젠가 사찰에서 불자들이 “성불하십시오!”서로 합장하며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는 모습을 본 적에 감동한 적이 있는데 저는 “성화되십시오!” 인사말에 감동했습니다.
예수성심성월 6월중 어제 16일은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이었고, 오늘 17일은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대축일’입니다. 아드님과 어머님의 축일 배치가 등급에는 차이가 있지만 참 보기 좋습니다. 어제는 사제 성화의 날이기도 했지만 저는 오늘을 포함해 하루하루 모든 날이 신자들의 ‘성화의 날’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믿는 이들 모두가 성화의 여정중에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의 성화은총이 우리의 성화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마침 어제 16일은 교황님께서 6.7일에 입원하셨다가 쾌차되셔서 퇴원한 날이기도 합니다. 교황님께서 퇴원후 바티칸에 돌아 오자 즉시 관례대로 성모경당에 들려 성모님 이콘 앞에서 감사기도를 드리는 모습도 참 거룩하고 아름다워보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뿐 아니라 역대 모든 교황님들의 성모신심은 참으로 탁월했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고백의 시를 다시 나누고 싶습니다. 6월 예수성심성월에 제가 주님께 받은 최고의 선물입니다. 어제 늦게서야 우리의 성화를 바라시는 성모님이 우리 각자에게 주는 고백기도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아마도 성모님은 예수아기를 안 듯 당신을 찾는 우리 하나하나를 안으며 다음같이 되뇌일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감동에 벅차 당신을 안을 때마다
주님을 안 듯
주님의
살아 있는 보물을
살아 있는 선물을
살아 있는 성경을
살아 있는 성인을
살아 있는 소우주를 안 듯
당신을 안는다
당신은 이런 사람이다
가슴 벅차 오는 기쁨이요 행복이다-
어제 오후도 며느리와 손주를 둔 자매님들이 면담성사차 방문했기에 사죄경과 강복후 이 고백시의 마음으로 안아드리고 위 고백시를 출력하여 나눠드리며 당부했습니다.
“제가 이 고백시의 모범을 보여드렸습니다. 이 고백시를 잘보이는 곳에 붙여 놓으시고 이런 마음으로 남편을, 자녀를, 며느리를, 손주를 안아주시기 바랍니다. 상대방도 자매님도 성화될것입니다. 우선 남편한테 이런 마음으로 안아달라 하세요.”
얼마나 좋은 몸과 마음이 하나된 기도인지요! 성화의 여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지요! 성화의 여정중인 우리들입니다. “성화되십시오!” 하느님의, 예수님의, 성모님의 간절한 바램이기도 할 것입니다. 저도 가능한 저를 찾는 모든 분을 이런 기도하는 마음으로 안아드리고 위 고백기도문을 출력하여 나눠줄 생각입니다.
어떻게 한결같이 성화의 여정을 통과해 성화되어 성인이 될 수 있겠는지요? 광야인생여정 셋중 하나일거라 드린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성인이냐 괴물이냐 폐인이냐?입니다. 하느님을 잊고 자기를 잊고 살다보면 누구나의 가능성이 괴물이나 폐인입니다. 성화도 은총이자 동시에 역시 선택이자 훈련이요 습관입니다.
첫째, 사랑의 찬미입니다.
사랑의 찬미입니다. 찬미를 사랑하세요. 저절로 찬미입니다. 찬미의 은총이자 선택이자 훈련이요 습관입니다. 정말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타고난 영적본능이 찬미와 감사입니다. 찬미의 맛, 찬미의 기쁨, 찬미의 재미로 살아갔던 성인성녀들이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우리가 저녁성무일도때마다 부르는 “마리아의 노래”를 보면 성모님은 찬미의 어머니였음을 봅니다. 오늘 제1독서 찬미의 고백은 그대로 마리아 성모님의 고백이자 찬미의 사람들인 우리 믿는 이들 모두의 고백입니다.
“나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고, 내 영혼은 나의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리니, 신랑이 관을 쓰듯, 신부가 패물로 단장하듯, 그분께서 나에게 구원의 옷을 입히시고, 의로움의 겉옷을 둘러 주셨기 때문이다.”
아,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의 성화은총을 상징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할 때 치유와 위로는 물론이요 정화되고 성화되는 우리들입니다.
둘째, 사랑의 경청입니다.
사랑의 경청입니다. 경청을 사랑하세요. 저절로 경청입니다. 경청의 은총이자 선택이요 훈련이요 습관입니다. 사랑의 침묵, 사랑의 겸손, 사랑의 경청입니다. 귀기울여 공경하는 마음으로 잘 듣는 이가, 경청(傾聽, 敬聽)하는 이가 성인입니다. 거룩한 ‘성(聖)’자 안에 귀 ‘이(耳)’자가 들어있음이 이의 반증입니다.
마리아 성모님이야 말로 경청의 달인이자 관상의 대가였음이 분명합니다. 얼마나 담아두는 내적공간이 큰지 감탄하게 됩니다. 사흘 뒤에야 성전에서 예수님을 발견했을 때 반가움과 더불어 화도 났을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예수님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 ‘거룩한 문제아(?)’일수 있습니다. 성모님과 예수 아드님이 주고받은 대화가 점입가경입니다.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동문서답, 적반하장입니다. 사과가 아니라 성모님의 몰이해를 추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성모님은 미풍을 태풍으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경청의 지혜, 인내의 믿음입니다. 불같이 화를 낼법도 한데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간직합니다. 당장 이해하지 못해도 언젠가는 깨달아 이해할 때 까지 끝까지 담아두기로 했음이 분명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예수님에 대한 깊은 신뢰와 희망, 사랑의 반영입니다. 아, 어머니들은 물론이요 믿는 이들 모두가 배워야 할 성모님의 경청과 관상의 자세입니다.
셋째, 사랑의 순종입니다.
사랑의 순종입니다. 자발적 순종의 사랑입니다. 이런 자발적 순종은 영성의 잣대입니다. 그러니 순종을 사랑하세요. 순종 역시 은총이자 선택이요 훈련이자 습관입니다. 마리아 성모님은 순종의 달인이자 순종의 대가였음을 이미 수태 예고시 들은 바 그대로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자녀들은 부모의 삶을 그대로 보고 배웁니다. 참으로 부모의 삶이 반듯하면 자녀들의 삶도 십중팔구 반듯합니다. 기도도 사랑도 믿음도 겸손도 순종도 보고 배웁니다. 복음 후반부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면 지냈다.’ 구절을 보면 예수님이 부모중 특히 마리아 성모님의 순종의 삶을 보고 배웠음이 분명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여러분!
“성화되십시오!”
“성인이되십시오!”
성화의 여정중에 날로 주님을 닮아가 성인이 되는 우리들입니다. 우리의 삶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을 사랑하듯 삶을 사랑하세요. 찬미를 사랑하세요. 경청을 사랑하세요. 순종을 사랑하세요. 저도 수도생활을 주님을 사랑하듯 사랑하기에 기쁘고 행복하게 수도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을 사랑하세요. 하와로 말미암아 닫혀진 낙원문이 동정 마리아를 통해 열렸습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의 성화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끝으로 두 교황님의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어머니께서는 세상에 참빛을,
당신의 아드님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을 주셨나이다.
어머니께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시어
하느님에게서 흘러 나오는
선의 샘이 되셨나이다.
저희에게 예수님을 보여 주소서.
저희를 예수님께 인도해 주소서.
예수님을 알고 사랑하는 법을 저희에게 가르쳐 주시어
저희도 참사랑을 할 수 있게 해 주시고
목마른 세상 한가운데에서
생명의 물이 솟아오르는 샘이 되게 하소서.”
-(2005.12.25. 예수성탄 대축일 교황 베네딕도 16세)-
다음은 2022.3.25.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께 바친 봉헌기도중 끝부분입니다.
“오 하느님의 어머니시며 저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어머니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비가 쏟아지고 감미로운 평화가 저희의 일상에서 약동하게 하소서. 성령께서 임하신 날 “예”하고 응답하신 성모님, 저희에게 하느님의 화합을 주소서. ‘희망의 샘’이신 어머니, 저희의 메마른 마음을 적셔 주소서. 당신께서는 예수님의 인성을 엮어내셨으니, 저희를 친교의 장인으로 만드소서. 당신께서는 저희의 길을 걸으셨으니 저희를 평화의 길로 인도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