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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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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20 조회수194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마태 5,43-48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사랑은 관심입니다. 무심히 지나칠 것도 다시 한번 챙겨주고, 상대방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헤아려서 눈 앞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디가 가렵다고 말하기 전에 이미 그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내가 손해본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조금은 밑져 주는 것입니다. 조금은 귀찮은 일이라도 상대가 즐거워 한다면 기쁨으로 감당하고, 좋은 것은 양보하며, 귀찮고 힘든 일은 내가 먼저 솔선수범 하는 것입니다. 하찮은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사소한 일에도 관심을 보여줄 때, 사랑은 한여름 벼처럼 쑥쑥 자랍니다. 그렇기에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입니다. 미움은 사랑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관심의 수준을 넘어 집착이 될 때 미움이 싹 틉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고 많은 것을 기대할 때, 그렇게 거는 기대가 점점 커져 상대방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될 때, 채워지지 못해 실망한 내 욕심이 미움으로 변합니다. 그렇기에 사랑하지 않으면, 기대하지 않으면, 미워할 일도 없습니다.

 

 결국 내 마음이 사랑이 될 지 미움이 될 지는 나를 향한 상대방의 태도가 아니라, 상대방을 향한 나의 태도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원수를 사랑하라"는 오늘의 복음말씀이 터무니 없는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원수'는 처음부터 원수였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채워지지 못한 내 욕심과 집착이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원수로 만듭니다. 상대방은 그저  자신의 자유에 따라 행동했을 뿐인데, 나의 기대에서 벗어난 그들을 나 스스로가 원수로 만들고 미워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나 자신의 입장만, 내가 받은 상처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상대방을 대하는 내 마음이 바뀌면 상대방을 '원수'로 만들었던 미움이 다시 사랑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미움이 지나쳐 증오로 바뀌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괴롭히고 아프게 하며 나의 행복한 삶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비록 이해할 수 없다하더라도, 아직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하더라도, 그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회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그들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나의 선의가 그들의 악의를 정화시킬 수 있습니다. 나의 선행이 그들의 악행을 무마시킬 수 있습니다. 나를 아프게 하는 그들 역시 하느님께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그들이 누군가에게 해코지함으로써 스스로의 인간 존엄성을 해치지 않고, 회개하고 참회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그들을 위해 꾸준히 기도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그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의인에게나 악인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시는' 당신의 공평하신 사랑과 자비를 닮아가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그러니 원수를 향한 나의 마음을 미움에서 사랑으로 되돌리고자 노력합시다. 그러면 그들은 다시 나의 친구, 나의 사랑이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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