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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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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22 조회수333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마태 6,7-15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한 마을에 세탁소를 운영하는 형제님과 농사를 짓는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열심한 천주교 신자로서 하느님께 각자의 기도를 드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들이 서로 정반대되는 것을 청했기에 하느님께서는 당장 기도를 들어주시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계셨습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형제님은 비 오는 날엔 손님이 줄어드니 비를 내리지 말아달라고 기도했고, 농사를 짓는 형제님은 비가 오지 않으면 농작물이 말라 죽으니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렇다고 한 마을 안에서 어느 집에만 비를 내리게 하고 다른 집에는 비를 안내리게 할 수도 없으니, 할 수 없이 하느님께서는 두 사람이 서로 잘 상의해서 언제 비를 내려주면 좋을지 합의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고민했습니다. 주일에는 다함께 성당에 가야 하는데 비가 오면 너무 불편하고, 월요일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형제님이 돌아다니며 빨랫감을 수거하는 날이라 비가 오면 안되었습니다. 화요일은 농사를 짓는 형제님이 빨래를 하는 날이라 비가 오면 곤란했고, 수요일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사정과 요구에 따라 비가 오면 안되는 요일을 하루씩 빼다보니 아무런 요일도 남지 않게 되었고, 결국 아무리 논의해봐도 두 사람 모두에게 비가와도 괜찮은 날을 결정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두 사람은 이런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겨우 우리 두 사람이 한 가지 문제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데, 세상 모든 사람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은 얼마나 입장이 곤란하시겠습니까? 그러니 이 문제는 그냥 하느님께 맡겨드리기로 합시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비를 내리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참으로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들 각자가 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달라고 하느님께 떼를 쓴다면, 하느님의 입장이 정말 난처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기도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당시 근동지방에서 행해지던 '이방인의 기도'가 그만큼 장황하고 복잡했으며 시끌벅적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무당이 귀신을 불러내어 굿을 할 때처럼, 근동지방 사람들은 수십 수백가지 신들의 이름을 외치며 그 신들을 자신들이 기도하는 장소로 불러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청하는 것을 들어달라고, 그 신들을 붙잡고 집요하게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몇 시간이고 반복해서 귀찮게 졸라대다보면 나중에는 신들이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청하는 것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짓은 신들을 제뜻대로 쥐고 흔들려는 교만한 행동일 뿐, 참된 기도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께 내 뜻을 강요하는 것이나, 하느님을 내 입맛에 맞게 쥐고 흔들려고 하는 것은 그분께 기도하는 이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예수님은 우리가 명심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당신께 청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아시고, 그것들을 가장 필요한 순간에 주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제자들에게 기도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청하기 전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이 땅에서 실현되기를 먼저 청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느님께 기도할 때에, 반드시 내 뜻대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욕심과 고집, 혹시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시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필요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한가지, 믿음 뿐입니다. 하느님은 좋은 분이시라는 믿음,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절대로 우리의 어려움을 보고 '나 몰라라'하시지 않을 거라는 믿음, 당신께서 어련히 알아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고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어 주시리라는 믿음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믿음을 지닌 사람은 그 어떤 시련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용서와 사랑을 자신 또한 실천하며 기쁘게 살아갑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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