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마음의 등불, 부단한 온갖 사랑의 수행”-
"하느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시편51,12)
얼마전 화기애애했던 만남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도반들과의 만남이, 특히 시를 좋아하는 분들과의 만남이 그러합니다. 옛 선비들이 시를 나누며 만났던 모임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서로간의 대화는 물론 진솔한 느낌들을 시로 나눴습니다. 옛 선비들의 만남에 시는 필수였고 모두가 시인이었습니다. 조선의 대학자 퇴계, 율곡, 다산이 모두 불후의 시인들입니다. 며칠전 모임에서 모두가 공감했던 제 ‘환대’라는 시입니다.
“환대는 꽃처럼 하는 것이다
한번이라도 얼굴 찌프린 적이 있더냐
하루 이들 몇날이든
언제나
활짝 핀 환한 얼굴로
오가는 이들
맞이하고 떠나 보내는 이들
주차장 옆 코스모스 꽃 무리들
피곤한 모습 전혀 없다
볼 때 마다 환해지는 마음이다
환대는 꽃처럼 하는 것이다”-2000.9.27.
23년전 시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는 시입니다. 코스모스뿐 아니라 모든 꽃이 환대의 상징입니다. 무더위가 바야흐로 시작되려는 지금 주차장은 ‘상쾌한 기분’이라는 꽃말의 샛노란 금계국꽃들이 한창입니다.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의 정주영성과 쌍을 이루는 환대영성입니다. 환대를 통한 선교, 바로 정주수도회의 기본적 선교입니다. 저는 이를 일컬어 존재론적 선교라 칭하기도 합니다.
사랑의 정주, 사랑의 환대, 사랑의 선교, 모든 수행 앞에는 ‘사랑’이 붙습니다. 바로 부단한 온갖 수행의 사람들이 바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이런 분들을 만나며 기분이 좋습니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섬김의 삶을 사는 이들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사람들입니다.
최고의 영원한 보물이신 주님을 모시고 사는 이들은 저절로 끊임없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재미로 맛으로 기쁨으로 사니 바로 주님의 은총입니다. 어제 하루도 저는 이런 분들을 많이 만났고 강복과 더불어 안아드리기도 했습니다. 마침 목요일마다 사랑의 주방봉사차 오는 자매도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을 사는 분입니다. 반갑고 고마워 강복후 안아드린후 사진도 찍었고 덕담의 메시지와 함께 사진도 보내드렸습니다.
“사랑하는 자매님, 미스 코리아 나가도 되겠습니다. 너무 멋지고 예쁩니다. 축하드리며 오늘 강론 선물합니다.”
강론쓰며 떠오르는 어제 면담성사를 봤던 분들이 모두 한결같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들임을 뒤늦게 깨닫고 감동합니다. 어제도 남한산성 부근 자기 농장에서 일을 끝내고 수도원을 찾아 사랑의 물리치료 봉사를 해준 형제님도 하늘에 보물을 쌓는 분임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물리치료 끝낸후 감사하는 마음으로 강복후 안아드렸습니다. 그러니 집무실을 찾아 면담성사를 보는 분들이 저에게는 하늘에 보물을 쌓는 보물같은 분들이라 여전히 나눠드리는 다음 시입니다.
“사랑합니다!
감동에 벅차 당신을 안을 때마다 주님을 안 듯
당신을 안는다
주님의
살아 있는 보물을
살아 있는 선물을
살아 있는 성경을
살아 있는 성인을
살아 있는 소우주를 안 듯
당신을 안는다
당신은 이런 분이다
가슴 벅차 오는 기쁨이요 행복이다.”
이런 분들과의 상호포옹은 서로에게 위로와 구원이 되고 성화가 됩니다. 요즘 한 도반과의 주고 받는 인사는 “성화되십시오”입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은 바로 하느님 중심의 사랑의 삶을 뜻합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들인지! 그대로 무지와 허무에 대한 궁극의 답이 됩니다.
바로 하느님 중심의 온갖 부단한 사랑의 수행의 사람들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내적부요와 자유, 행복의 사람들입니다. 사랑의 자선과 선행은 물론이구요. 반면 자기 중심의 이기적 물욕과 탐욕의 사람들은 반대로 땅에 보물을 쌓는 사람들이요, 결코 결코 마음의 허기를 채울 수 없으니 내적부요도 자유도, 행복도 요원합니다.
지혜로운 듯 하나 실상은 무지의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텅빈충만의 사랑이 아니라 텅빈허무의 무지의 삶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다음 복음 말씀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간다.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두어라. 거기에서는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훔쳐가지도 못한다.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
제가 매일 사랑의 강론을 써서 많은 분들과 나누는 일 역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일입니다. 아, 온갖 부단한 사랑의 실천을 통한 하늘에 쌓여진 보물만큼 안전하고 확실한 것도 없습니다. 우리 보물이 있는 곳에 우리 마음이 있습니다. 최고의 보물인 하느님을 중심에 모신 이들의 몸은 지상에 있지만 마음은 천상의 하느님을 향해 있고, 이런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지칠줄 모르는 사랑의 수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는 복음에 이어 나오는 눈은 몸의 등불이라는 복음도 참 적절합니다.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면 그 어둠이 얼마나 짙겠느냐?”
마음따라 가는 눈이요 몸입니다. 마음이 순수로 맑으면 눈도 몸도 맑고 밝아지고 무지의 어둠도 사라져 심신이 영육이 환하고 건강합니다. 부단히 하늘에 쌓는 사랑의 수행과 더불어 깨끗해지는 마음이요, 깨끗해진 마음은 더욱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에 투신하게 되니 날로 자유롭고 부요하고 행복한, 참으로 심신이 영육이 맑고 밝은 환한 삶입니다. 꽃같은 사랑의 환대의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파란만장한 삶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최고의 보물이신 그리스도와 예수님과 하나된 삶이기에 지칠줄 모르는 사랑이요, 이런 사랑에서 기인한 온갖 사랑의 고난들은 하늘에 쌓여지는 보물들임을 깨닫습니다.
“그들이 그리스도의 일꾼입니까? 정신 나가 사람처럼 말합니다만, 나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어지는 고난들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면 관계로 인용하지 못하지만 이어지는 2코린 11,23-27절까지 읽어 보세요. 정말 불가사의, 초인적입니다. 어떻게이렇게?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된 삶이었기에 이런 하늘에 보물을 쌓는 자발적 사랑의 고난이 가능했음을 봅니다. 사도의 그리스도의 사랑에, 교회의 사랑에, 겸손에 감동하게 됩니다.
“그 밖의 것들은 제쳐 놓고서라도, 모든 교회에 대한 염려가 날마다 나를 짓누릅니다. 누가 약해 지면 나도 약해지지 않겠습니까?...내가 자랑해야 한다면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랑하려합니다.”
하늘의 참 보물인 하느님과 사랑으로 하나된 그리스도의 일꾼, 바오로 사도였기에 이렇게 자기의 약함을 자랑할 수 있는 감동적 고백이겠습니다. 그대로 하느님의 보물인 사도 바오로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의 살아 있는 보물이 되어 부단히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사랑의 수행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주님 좋으시다, 영원하신 그 사랑,
당신의 진실하심, 세세에 미치리라."(시편100,5).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