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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1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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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23 조회수366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11주간 금요일] 마태 6,19-23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곳에 마음도 따라가는 법입니다. '구두를 한 켤레 사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틈날 때마다 구두에 대해서 찾아보게 되고, 길을 가도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신고 있는 신발만 보입니다. 그런가하면 아무리 인파가 많은 곳에서도 연인은 자기 짝을 금방 찾아냅니다. 마음이 온통 그 사람에게 가 있기에 그 사람에게서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이고, 멀리서 보아도 그 사람만 클로즈업 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무리 시끄러운 장소에서도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금방 알아듣기도 합니다. 이렇듯 내 마음이 가는대로 내 눈길도, 내 손길, 발길도 함께 따라가는 법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보물'이라는 비유를 통해 우리가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알려주십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좀과 녹이 슬어 망가지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도둑맞기도 하는 등, 그 자체로 일시적이고 불완전한 '세속의 것'들에는 마음을 너무 뺏기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 대신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느님께, 우리가 '영원'이라는 시간 동안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릴 '하느님 나라'에 마음을 두고, 하느님 보시기 좋은 모습으로 살기 위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에 합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고 하십니다. 그것이 바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일'이며 우리가 살면서 하늘에 쌓아둔 보물은 절대 우리를 배신하거나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늘에 보물을 쌓기 위해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것이 바로 '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눈'은 단순히 시각을 담당하는 신체 기관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무엇엔가 마음을 두고 바라보는 시선 즉 '마음의 눈'을 뜻한다고 할 수 있지요. '눈'은 내가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등불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눈의 상태가 어떤가에 따라 내 영혼의 상태가 달라집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눈이 '맑으면' 우리의 온 몸이 환해진다고 하십니다. 여기서 '맑다'는 뜻으로 쓰인 그리스어 '하플로스'는 원래 '단순한, 진실한, 감춘 것이 없는'이라는 뜻이지요. 그런 점에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이런 식으로 바꾸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 것도 감출 것이 없는 단순하고도 진실한 태도로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면 그분께서 비추시는 진리의 빛, 생명의 빛, 행복의 빛이 우리의 온 몸을 환하게 비추어 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하느님 나라'의 상태입니다.

 

한편, 우리의 눈이 "성하지 못하면" 우리의 온몸이 어두워질 거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성하지 못하다"라는 뜻으로 쓰인 그리스어 '포네로스'는 원래 '못된, 나쁜'이라는 뜻인데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윤리 도덕적으로 죄를 지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단어가 쓰인 마태오 복음 20장의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를 보면 그 의미가 분명하게 이해됩니다. 제일 늦게 와서 조금 밖에 일하지 않은 이들도 자신들과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받자 아침 일찍부터 일한 이들이 주인에게 따집니다. 그러자 포도밭 주인이 이렇게 답하지요.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여기서 '시기하는'으로 번역된 부분을 단어의 원뜻 그대로 직역하면 "눈이 못된"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눈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남이 잘되는 것을 참지 못하는 비뚤어진 마음, 욕심 시기 질투가 가득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세상을 '나쁘게' 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늘 나만 '어둠' 속에 사는 것처럼, 내가 사는 세상만 '지옥'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지요.

 

내 마음이 그런 식으로 배배 꼬여있으면 내가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눈길이 '맑을' 리가 없고, 그런 눈길로 하는 말과 행동이 좋게 나갈 리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눈이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맑은 눈'으로 '하느님 나라'를 바라보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나라에 숨어있는 삶의 참된 보물들을 알아보게 되고, 그 보물들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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