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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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이레네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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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27 조회수927 추천수8 반대(0)

예전에 사목국에 있을 때입니다. 11월에는 교구장님의 사목교서설명회가 있었습니다. 본당의 사목회장님, 기획분과장님, 총무님이 주로 오셨습니다. 교구장님의 사목교서를 발표한 후에 교구의 각 부서의 다음연도 행사의 일정을 설명하였습니다. 저는 사목국의 교육담당 신부였기 때문에 주로 교육일정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총구역장 피정, 구역장, 반장 교육, 사목위원 교육, 지구연수와 같은 일정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냥 이야기만 하면 지루하기 때문에 가끔 양념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당시에 기억나는 이야기 중에 성직자와 조폭의 닮은 점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검은 옷을 주로 입고 다닌다. 자기 지갑을 열어 돈을 내는 법이 없다. 서열이 확실하다. 남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조직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치기도 한다.” 일면 비슷한 점이 있기에 당시에 소화제처럼 웃음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꾸르실료 간부들과 식사를 하면서 제가 지갑을 열어 계산했습니다. 그랬더니 형제님 한 분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신부님이 계산한 것은 정말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성직자가 가난하기 때문에 계산을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만큼 대접 받는데 익숙해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터키 순례 중에 카파도키아의 오래된 동굴 성당을 보았습니다. 교회가 시작되면서 하느님을 체험한 사람들은 광야에서 생활하였습니다. 동굴에서 생활하였습니다. 세상의 것들에서 벗어나서 하느님의 사랑에 더 깊이 머물고자 하였습니다. 은수자들은 동굴에서 살면서 기도하였습니다.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것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사람들이 찾아오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습니다. 이런 은수자들의 삶이 수도원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수도원과 교도소의 공통점을 생각해 봅니다. “세상과 고립되어 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합니다. 음식이 거칠고 부족합니다. 잠자리가 불편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도원과 교도소는 차임점이 분명이 있습니다. 수도원은 자발적으로 들어갑니다. 교도소는 강제로 들어갑니다. 수도원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나갈 수 있습니다. 교도소의 문은 닫혀있습니다. 형기를 마쳐야만 나갈 수 있습니다. 수도원과 교도소의 결정적인 차이는 감사와 불평입니다. 수도원은 모든 불편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교도소는 불평과 불만이 넘쳐납니다. 스스로 원해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 세상을 수도원처럼 살아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열매를 맺는 사람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찾아서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타인을 위한 봉사와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버스를 타면 으레 뒷자리를 찾아갑니다. 뒷자리는 때로 멀미를 하고, 내릴 때도 늦게 내리지만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짐을 내릴 때도 버스 트렁크의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 이웃의 짐을 내려 줍니다. 허리가 아프지만 그것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본인의 간식은 물론 이웃의 간식까지 챙겨서 나누어줍니다. 그분들은 나눔의 기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세상을 교도소처럼 살아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나쁜 열매를 맺는 사람입니다. 편하고 쉬운 일만 찾아서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지 못하고 늘 불평과 불만을 입에 달고 다닙니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제삿밥에만 관심이 있어서 순례를 여행처럼 생각합니다. 이웃의 순례와 묵상을 방해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좋은 나무는 모두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을 수도원처럼 살고 있는지, 교도소처럼 살고 있는지 내가 지나온 삶의 발자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감사와 찬미,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 바로 수도원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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