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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2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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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01 조회수450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2주간 토요일] 마태 8,5-17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오늘의 제1독서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온전히 믿지 못하는 사라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건 인간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이었지요. 하느님으로부터 ‘내년 이 때에 너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사라의 나이는 여든 아홉살이었고, 그녀의 남편 아브라함은 그보다 열 살이나 더 많았습니다. 그녀가 지닌 ‘상식’에 따르면 자신도 남편도 이미 나이가 너무 많아 힘이 없는데다, 이미 폐경에 접어든 자신의 몸으로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는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말씀은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다고 이미 마음으로 결론을 내려버린 겁니다. 그래서 감히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비웃는 불경죄를 저지르지요.

 

이처럼 하느님 말씀을 온전히 믿고 받아들이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믿음은 우리의 이성, 상식, 논리를 뛰어넘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 되는 것을, 내가 예상하는대로 흘러가는 것을 믿는건 쉽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일어날 일은, 기다리기만 하면 이루어질 일은 믿음의 영역이 아니라, 확인의 영역에 속한 일이지요. 확인의 영역에 속한 것들, 세상의 논리와 법칙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나를 참된 깨달음으로 이끌지도, 나를 ‘하느님 나라’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인간적인 것들을 뛰어넘어 하느님께 온전히 투신해야만 하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서로 다른 세 가지의 치유사화를 하나로 묶어 전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각각의 치유 사화에 담긴 고유한 의미를 보기보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치유의 기적을 일으시킨 목적과 의도를 보게 하기 위함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의 질병을 치유해주신 것은 그들의 마음 속에서 당신께 대한 믿음이 깊어지게 하여 그들을 구원으로 이끌고자 하셨기 때문입니다. 먼저 백인대장의 종을 치유하신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구원을 받는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가 유다인인가 아닌가하는 출신성분이 아니라, 그에게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굳게 믿는 참된 신앙이 있는가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몬의 장모는 치유의 기적을 체험함으로써 부족한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셔서 조건 없이 크나큰 은총을 베풀어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깊이 느꼈고, 그런 분이라면 자기 사위가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를만한 의미와 가치가 충분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편 예수님께서 당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이들을 물리치지 않으시고 한 명 한 명 다 치유해주시는 모습을 본 군중들은 인간의 아픔과 슬픔을 대신 짊어지고자 하시는 주님의 온유하고 자비로운 마음을 깊이 느끼고, 그런 그분을 굳게 믿고 따름으로써 참된 위로와 평화를 누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전능하시고 그분께는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누구나 다 압니다. 하지만 믿음은 하느님에 대해 머리로 아는게 아니라, 그분께 나 자신을 온전히 투신하겠다는 결단과 실행이지요.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붙잡는다고 합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깟 약해빠진 지푸라기를 붙잡아봐야 아무 소용없다는걸 알지만, 살고 싶다는 열망과 의지를 가지고 그 지푸라기에 나의 전 존재를 내맡기는 겁니다. 아무 것도 아닌 지푸라기를 그렇게 믿을 수 있다면 하느님을 그렇게 믿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그러니 백인대장의 그 순수하고 굳건한 믿음을 본받아, 영성체 전에 바치는 기도를 삶의 모든 순간에 온 마음으로 바쳐보면 좋겠습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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