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01. 연중 제12주간 토요일.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마태 8,8)
오늘 <복음>은 앞 장면의 나병환자 치유에 이어, 백인대장의 하인을 고치신 이야기와 베드로의 장모를 고치신 이야기, 그리고 악령 들린 이들과 병자들을 고치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늘은 백인대장의 한마디의 말만 되새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오늘 날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이 영성체 때에 드리는 신앙고백입니다.
“주님, 제 안에 당신을 모시기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신성을 접하게 될 때 취하게 되는 두 가지 태도를 보게 됩니다.
<첫 번째 태도>는 “주님, 저는 주님을 저의 집에 모실만한 자격이 없습니다.”라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이는 마치 베드로가 예수님을 처음 뵈었을 때, “주님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 저는 죄인입니다”라고 자신의 비참한 실존을 깨닫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자신이 주님을 집에 모실만한 자격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곧 자신이 율법을 모르는 이방인이라는 것이요, 백인대장의 신분이지만 하인의 병을 어찌할 수 없는 무능력한 이요, 종일뿐이지 결코 주인이 아니라는 깨달음입니다. 그래서 종인 자신이 감히 주님이신 예수님을 제 집에 모실만한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루카복음>의 병행구문에서는 ‘주님 앞에 나서기에도 합당치 못합니다.’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는 제 자신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제대 앞에 설 때마다 합당치 못한 제 자신의 모습이 몹시 두렵고 떨리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의 태도>는 “주님, 한 말씀만 하시면 제 하인이 낫겠습니다.”라는 의탁과 신앙고백입니다. 이는 마치 베드로가 예수께서 하늘에서 내려온 거룩한 빵이심을 깨달았을 때, “주님, 당신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가지셨는데, 제가 당신을 두고 어디로 가겠습니까?”라고 믿고 의탁하는 것과 같습니다. 곧 그분이 주님이심에 대한 깨달음과 그분의 권능에 대한 의탁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오라’ 하면 오고 ‘가라’ 하면 가고, ‘이렇게 하라’ 하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 하면 저렇게 하는 것입니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광야에서 ‘낮이건 밤이건 구름만 걷혀 올라가면 길을 떠났고, 구름이 이틀이고 한 달이고 한 해이고 머물러 있으면 떠나지 않았던 것’(민수 9,21-22)처럼 말입니다.
하오니, 주님! 이제 저도 백인대장처럼,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마태 8,8)하고, 믿음의 간청을 드립니다. 주님의 권능뿐만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을 믿으며, 특별히 사랑을 성취시키시는 ‘말씀의 권능’을 믿습니다. 저를 ‘먼저’ 믿어주시는 당신의 믿음에 의탁하여, 성모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저도 ‘먼저’ ‘말씀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하오니, 주님!
저도 말씀을 듣기 전에 ‘먼저’ 믿음으로 듣고, 청하기 전에 ‘먼저’ 믿고 청하게 해주십시오.
오늘 제가 당신의 거룩함 앞에서 제 비참함을 깨닫게 하시고
광야에서 당신 백성이 그러했듯이,
오로지 당신 말씀에 의탁하여 가능해 보일지라도 ‘돌아서 가라’ 하면 돌아서 가고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곧바로 가라’ 하면 곧바로 가게 하소서.
거룩하신 당신이 진정 저의 주님이시오니, 저를 인도하시나이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마태 8,8)
주님!
당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게 하소서!
당신이 ‘오라’ 하면 오고, ‘가라’ 하면 가게 하소서!
오로지 당신만을 제 머리 위에 두고 살게 하소서.
당신은 머리 위에 계시되 속박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유를 주시니,
당신께 온전히 속한 자로, 자유를 누리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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