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이전글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1|  
다음글 여자 나이 13세 미만은 허락을 해도 강간죄 성립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02 조회수844 추천수7 반대(0)

성지순례를 가면서 매일 반복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침이면 짐을 다 정리해서 버스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버스에 탑승하면 꼭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여권, 스마트폰, 지갑입니다. 다른 것들은 혹시 깜빡하고 놓고 나와도 되지만 여권, 스마트폰, 지갑은 반드시 챙겨야 하는 목록입니다. 저녁에 다음 숙소에 도착하면 호텔로비에서 열쇠를 받게 됩니다. 이때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WiFi’입니다.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이 순례자들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인터넷에 접속하려고 합니다. 가이드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선인터넷 비밀번호를 알려줍니다. 순례자들은 무선인터넷에 접속한 후에 방으로 들어갑니다.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중요한 메일을 확인하기도 하고, 낮에 들었던 성지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기도 하고, 순례 중에 찍었던 사진을 단체 카톡 방에 올리기도 합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무선인터넷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접속이 되더라도 속도가 느리면 사진을 나누기도 어렵고, 메일을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느린 속도에 대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이제 천천히 하루를 돌아보고 다음 순례를 준비합니다. 느린 속도에 대해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직원에게 확인하기도 하고, 애꿎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탓하기도 합니다.

 

저도 순례 중에 가능하면 ‘WiFi’에 접속을 합니다. 신문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기사를 점검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이 그다지 필요 없는 메일이지만 습관적으로 메일을 확인합니다. 순례 중에도 매일 묵상 강론을 나누려고 합니다. 순조롭게 무선인터넷에 접속이 되고 강론을 나누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하지만 어떤 호텔은 ‘WiFi’의 속도가 느리거나 아예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하루를 정리하고, 다음 순례를 준비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뛸 때가 있습니다. 컴퓨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애꿎은 컴퓨터를 탓하기도 합니다. 컴퓨터가 오래 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참에 컴퓨터를 바꾸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큰 도시에서 ‘WiFi’에 접속하면 컴퓨터는 그동안 자신이 억울했음을 드러내듯이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합니다. 저도 아직은 빠르게 작동하는 컴퓨터를 보면서 입가에는 웃음이 퍼집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을 때 10명의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가 정보를 찾아내고, 메일을 검색하듯이 예수님과 접속한 제자들은 예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평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자들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제자들의 얼굴에는 희망과 용기의 꽃이 활짝 폈습니다.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예수님과 접속하지 못했던 토마사도는 여전히 두려움과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동료 제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도 예수님과 접속하고 싶습니다. 나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여러분처럼 만나고 싶습니다. 나는 그분의 옆구리에 난 상처를 만져보고 싶습니다.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만져보고 싶습니다.” 예수님과 접속한 동료들이 부럽기도 했고, 예수님과 만나보고 싶은 그리움도 있었습니다. 토마사도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치 컴퓨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WiFi’에 연결되지 못해서 정보를 검색할 수 없었던 것처럼 토마사도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예수님과 접속하지 못해서 여전히 근심과 걱정이 있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토마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토마사도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토마야! 내 옆구리를 만져보아라! 내 손의 못 자국을 만져보아라!” 예수님과 접속한 토마사도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예수님께서는 토마사도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토마야!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참으로 복되다.” 예수님께서는 토마 사도를 통해서 우리가 언제든지 예수님과 접속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알려주셨습니다. 그것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입니다. 능력, 재능, 업적이라는 비밀번호로는 예수님과 접속할 수 없습니다. 성공, 명예, 권력이라는 비밀번호로는 예수님과 접속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라는 비밀번호가 있으면 이방인이라고 할지라도, 죽음의 골짜기에 있다고 할지라도 예수님과 접속할 수 있습니다. 그런 나의 믿음은 또 다른 ‘WiFi’가 되어서 다른 이들을 예수님께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선교입니다. 토마사도는 그 믿음으로 멀리 인도에까지 가서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근심, 걱정, 불평, 불만이 있는 하루였다면 믿음‘WiFi’를 다시 켜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어 희망과 기쁨의 하루가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