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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토마스 사도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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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03 조회수407 추천수3 반대(0) 신고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요한 20,24-29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나름 신앙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주님을 직접 만나는 영적 체험을 하지 못해 신앙이 참 무미건조하고 낙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다른 사람들이 삶 속에서 주님을 만난 이야기를 전해들으면 일단은 부러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눈으로 직접 본게 아니니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고 여기지요. 그런 모습을 보이는건 그분들의 마음이 주님께 대한 불신으로 가득차서가 아닙니다. 다른 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주님을 만나는 ‘옅은 신앙’으로는 성에 안차기 때문입니다. 자기도 직접 주님을 만나 그분의 진한 사랑을 느껴보고 싶다는 큰 갈망을 조금은 삐딱한 사춘기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토마스는 그런 우리의 입장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가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 그 자체를, 부활하신 주님 자체를 불신했다면, 굳이 제자공동체와 함께 머물지 않고 떠나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자기 혼자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는 너무나 실망스럽고 서운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제자 공동체와 함께 지냈습니다. 자신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주님은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분이시니 차분히 때를 기다리고 있으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이시리라는 희망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토마스가 예수님을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보다 근원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화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반대자들 손에 붙잡히시던 그 밤, 두려움에 빠져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스승님을 버리고 도망쳤던 자신의 나약함을 용서받고 싶었습니다. 그분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가시던 그 자리에 남들 눈치를 보느라 함께 있지 못했던 자신의 비겁함을 용서받고 싶었습니다.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과 손을 마주잡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정말 걱정했다’고 ‘다시 볼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진심을 담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자기만 누리지 못했으니, 너무나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에 ‘나만 없는 자리에 나타나시는 법이 어딨느냐’고 예수님께 투정을 부린 겁니다.

 

그런 토마스를 위해 예수님께서 다시 한 번 당신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그리고 침통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씀하십니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토마스가 당신의 사랑을 믿을 수만 있다면 그 모진 고통의 상처들이 다시 꿰뚫리고 파헤쳐져도 괜찮다는 뜻입니다. 그 끔찍한 고통을 기꺼이 참아 받으실 정도로 토마스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한 없는 사랑을 가슴 절절히 느낀 토마스가 외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그 외침은 ‘저는 이제야 당신께서 부활하셨음을 믿습니다’라는 신앙고백이 아니라, ‘저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주님, 저도 당신을 너무나 사랑합니다’라는 사랑고백입니다.

 

토마스가 부족하고 약한 우리를 대신하여 오해와 불신, 슬픔과 절망의 길을 걸었으니, 우린 굳이 그 전철을 밟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 내가 원하고 바라는 증거를 보아야만 믿겠다는 어리석고 완고한 마음을 버려야겠습니다. 믿음은 사랑에 딸려옵니다. 주님의 사랑은 눈에 보이는 증거로 확인해서 믿는게 아니라, 먼저 믿음으로써 느끼고 누리는 겁니다. 그런 이들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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