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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3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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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06 조회수852 추천수8 반대(0)

매년 이맘때면 오시는 신부님이 계십니다. 토끼띠인데 저랑 24살 차이가 나는 어르신입니다. 예전에 뉴욕의 퀸즈성당에서 사목하였고, 신문사의 일도 하셨기에 아는 분도 많고, 신문사에 대한 애정도 있습니다. 80이 훌쩍 넘었는데도 건강하시고, 수경 침을 가르쳐 주실 만큼 봉사도 많이 하십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직원미사가 있어서 미사를 드리는데 신부님의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미사를 봉헌하면서 잠시 분심이 들었습니다. 미사 중인 것을 알면 밖에서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부님은 미사 시간 후에 오도록 약속했는데 손님들이 미리 온 거였습니다. 손님들은 미사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합니다. 그날 복음 말씀은 마치 분심 중에 있던 저에게 하시는 말씀 같았습니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돌아보면 저도 늘 남에게 신세를 지면서 살아왔습니다. 있을 때 나누고, 기회가 있을 때 베푸는 것은 하늘에 복을 쌓아 놓는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차를 주차하면서 운전 부주의로 약간의 흠집이 났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표시가 나지 않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산보를 가면서 주차된 차들을 보니 완벽하게 깨끗한 차는 별로 없었습니다. 2년 전에 차를 새로 구입했는데 이 정도의 흠집이면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하니 많이 위안이 되었습니다. 차도 그렇지만 우리의 몸도 살면서 상처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60년을 지내면서 저의 몸에도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겼습니다. 어릴 때 연탄재 던지는 놀이를 하다가 눈썹이 찢어져서 병원에서 몇 바늘 꿰맨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눈썹이 있어서 상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온병을 잘못 만지다가 무릎에 화상을 입은 적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상처는 희미해 져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큰 상처는 20121117일에 생겼습니다. 신부님들과 운동 중에 그만 미끄러져서 오른 쪽 발목이 골절되는 사고 가 있었습니다. 수술로 발목은 다시 정상이 되었지만 2달 정도 목발에 의지하면서 지냈습니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물기 마련입니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입니다. 상처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회는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일곱 가지 상처가 있다고 가르칩니다. ‘교만, 인색, 시기, 분노, 음욕, 탐욕, 나태는 우리의 영혼을 병들게 합니다.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아담의 교만은 고통과 죽음을 가져왔습니다. 라자로에게 인색했던 어떤 부자는 천국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사울 왕은 다윗을 시기하였고, 비참하게 죽어야 했습니다. 모세에게 대들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불 뱀에 물려 죽었습니다. 분노의 대 부분은 사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마음에서 생기게 됩니다. 다윗은 욕망 때문에 충실한 종 우리아를 죽음으로 내 몰았습니다. 등잔에 기름을 준비하지 않았던 처녀들은 신랑이 오는 것을 볼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의 육신을 병들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의 육신은 물론 영혼을 병들게 하는 것들을 두려워하여라.”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목적은 육신을 건강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의 육신과 더불어 우리의 영혼이 하느님을 닮도록 하는 데에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사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돌아보는 것이 양심성찰입니다. 주님께 의탁하며, 주님을 바라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치유하도록 노력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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