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 |||
---|---|---|---|---|
이전글 |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1| | |||
다음글 |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1| | |||
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7-10 | 조회수518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마태 9,18-26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한자성어 중에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와 어미 닭이 동시에 껍질을 쪼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알 껍질은 깨지지 않을 것이고, 제 때 알 밖으로 나오지 못하면 병아리는 그 안에서 질식하여 죽게 됩니다. 그래서 병아리는 때가 차면 어미 닭에게 알을 깨달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자기 힘만으로는 단단한 껍질을 도저히 깰 수가 없으니 밖에서 도와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런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알 밖의 세상에서 펼쳐질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도 필요하고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는 겸손도 필요합니다. 그러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미 닭은 병아리가 부리로 쪼는 곳을 찾아 밖에서 함께 쪼아줍니다. 그렇게 병아리와 어미 닭의 부리가 서로 만나면 단단한 알껍질이 깨지고, 병아리는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미 닭에게도, 병아리에게도 너무나 기쁜 일이지요.
오늘 복음에서도 우리의 믿음과 예수님의 사랑이 서로 만나 인간적인 한계를 깨부수고 구원이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영적인 ‘줄탁동시’가 일어납니다. 열 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던 한 여인이 용기를 내어 예수님 가까이 다가섭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래서는 안되었습니다. 일 년 365일 내내 몸에서 피를 흘리는 그녀는 정화예식을 통해서도 깨끗해질 수 없는, 율법이 정한 ‘부정한’ 상태였기에 그 부정이 다른 이들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사람들과 거리를 두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 가까이 나아간 것은 그분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사랑으로 자신을 보살펴 주실 거라고, 다른 사람들처럼 비난하기보다는 이해해 주실 거라고, 그분의 은총과 능력을 통해 이 힘겨운 불치병을 치유하고 나면 더 이상 사람들과 분리되어 외롭게 살지 않아도 될 거라고, 그런 믿음과 희망으로 사람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댑니다. 그리고 그녀의 손길을 통해 전해진 절절한 마음에 깊이 공감하신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말씀하십니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태 9,22)
당신의 능력으로 불치병을 낫게 하셨음에도 ‘내가 너를 낫게 하였다.’고 하지 않으시고,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고 하신 것은 육체적인 치유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주님과의 관계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할 점은 그분께 대한 굳은 믿음을 통해 ‘구원’을 얻는 것임을 확인해주시기 위함입니다. 그녀가 예수님께 바란 것은 단지 육체적인 건강을 되찾는게 아니었습니다. 간절한 믿음으로 주님과 ‘연결’되면 그분의 뜻이 자기 안으로 흘러들어와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구원’이라는 하나의 공통 지점에서 주님의 뜻과 그녀의 뜻이 만났고, 그 결과 인간적인 한계라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육체적인 질병의 치유와 영적인 구원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도 그녀의 성숙한 믿음을 본받으면 좋겠습니다. 내 욕심과 의지대로 예수님을 붙잡고 흔들어대려는 욕심과 교만을 버리고, 주님의 뜻이 내 안에 흘러들어오도록 믿음과 기도로 그분께 연결되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받아들인 주님의 뜻에 순명하고 따라야겠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참된 믿음은 ‘기적’을 일으키는 놀라운 능력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의지’와 ‘결단’입니다. 그 두 가지가 우리를 구원으로, 참된 행복의 나라로 이끌어 줄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