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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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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11 조회수624 추천수2 반대(0) 신고

230711.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오늘은 사부 베네딕도의 대축일입니다. ‘베네딕도’(Benedictus)라는 이름의 말뜻은 “좋게 말한다.”, “복 받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레고리오 성인은 그의 <대화편>에서 말합니다.
 
“베네딕도는 은총과 이름으로 복 받은 분이었다.”

주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리라.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되리라.”(창시 12,2).
 
이는 단지 복을 주리라는 것을 넘어서, “네 자신이 복이 되리라”는 말씀입니다. 아브라함에게 하신 이 말씀은 사부 성 베네딕도께도 해당되는 말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베네딕도의 후손인 우리도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다른 이들에게 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레고리오 성인의 말씀처럼, “은총으로도 복이 되고, 이름으로도 복 받은” 삶은 어떤 삶, 어떤 사람일까요?
 
그것은 무엇보다도 ‘말 그대로’ 우선 형제들에게 좋게 말하는 것, 형제들을 축복하는 것이 아닐까요? 곧 입에 항상 찬양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아닐까요? “내 입에 늘 그분에 대한 찬양이 있으리라.”(시편 33,1)라고 노래한 <시편>작가처럼, 언제나 주님을 찬양하고, 형제들의 축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아닐까요?
 
베네딕도께서는 <수도규칙> ‘머리말’에서 “자신 안에서 활동하시는 주님을 찬양하라.”(머리말 30)고 하시고, 72장에서는 형제들 간에 “서로 존경하기를 먼저 하라”(72,4)고 하십니다. 곧 ‘복받은 이’는 하느님을 찬양하고 형제를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이처럼, 우리 안에서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베네딕도께서는 수도원을 “하느님의 집”(베규 31,19)이라 명명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집”, 이는 참으로 놀라운 표현입니다. 베네딕도께서는 그냥 ‘집’이라 하지 않으시고, 또는 ‘하느님을 위한 집’이나, 혹은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이라 하지 않으시고, 굳이 “하느님의 집”이라고 명명하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의 집”에서, 함께 사는 하느님의 가족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에 대해서 말하며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요, 하느님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하느님과 더불어 ‘살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살림”(Economia)라는 말은 아주 의미 있는 단어입니다. 이는 ‘집’을 뜻하는 말(oikos)와 규율을 뜻하는 말(nomos)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이를 우리 말로는 “살림살이”, 혹은 줄여서 “살림”이라 표현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이는 서로를 살리면서 살아간다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서로를 살리며 서로에게 복이 되어주며 산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살림”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하느님 집”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부 성 베네딕도께서는 수도원에서 함께 공동으로 드리는 성무일도기도를 “하느님의 일”이라고 명명하셨습니다. 이 또한 참으로 놀라운 표현입니다. 그저 ‘기도’라 하지 않으시고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것도 그냥 ‘일’이라 하지 않으시고, 또는 ‘하느님께 바치는 일’이나 혹은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라 하지 않으시고, 굳이 “하느님의 일”이라고 명명하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의 집”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며, “하느님의 일”을 하는 하느님의 가족들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위해서’ 일하기보다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신 분과 함께, ‘섬기면서 섬기기’를 배우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느님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고 싶어 하시는 일을 나와 함께 하실 수 있도록 자신을 허용해드리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자신의 관심이나 계획, 혹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을 하느님께 두고 사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사는 이 “하느님의 집”에서 “하느님의 일”을 하며, 하느님을 관상해야 할 일입니다. 만약, “하느님의 집”에서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이 보이거든, 눈을 돌려 바로 그것을 비추고 있는 빛을 바라보아야 할 일입니다. 빛이 비추인 곳의 어둠을 보기보다, 그 어둠을 비추는 빛을 보아야 할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빛으로 빛을 관상해야 할 일입니다. 곧 “하느님의 집”에서 우리와 함께 일하시며, 우리 “자신 안에서 활동하시는 주님을 찬양”(머리말 30)해야 할 일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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