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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4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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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12 조회수441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4주간 수요일] 마태 10,1-7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샬레시오회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신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요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학생이 그 학교의 학장이었던 ‘리날디’ 신부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농부 출신의 나이 많은 신학생으로, 자신의 지적 능력이 다른 학생들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콤플렉스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 점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신학교를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입니다.

 

“신부님,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여러가지로 부족한 사람이라 결코 훌륭한 사제가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그만두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요한 신학생이 지니고 있는 여러가지 잠재력과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있던 ‘리날디’ 신부님은 그의 지친 어깨를 토닥여주며 이렇게 격려의 말을 건넸습니다.

 

“요한, 미사를 드릴 때 제대 위에 있는 초들을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어떤 것은 길고 또 어떤 것은 짧지. 키도 작고 볼품 없는 몽당 초를 제대 위에 그대로 두는 것은 모든 초가 각자의 역할에 따라 주님께 봉사하는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야. 심지어 어떤 때는 짧은 초가 긴 초보다 훨씬 더 유용하다네.”

 

요한 신학생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학장 신부님은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미사를 드릴 때, 긴 초들이 성당 전체를 밝게 비쳐주긴 하지만 사실 사제가 미사를 드리는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네. 하지만 짧은 초는 낮은 곳을 비쳐주기에 미사 경본을 읽는데에 아주 큰 도움을 주지. 그런 모습은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라네. 교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앞장서서 끌고 가는 ‘잘난’ 사제들도 필요하지만, 낮은 자리에서 신자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키 작은’ 사제들이 더 필요하다네. 자네는 분명 그런 사제가 될거야.”

 

학장 신부님의 따뜻한 위로에 큰 감동을 받은 요한 신학생은 다시 힘을 내어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품을 받은 후에 브라질에 선교사제로 파견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무리한 개발로 살 곳을 잃은 아마존 인디언들을 도와주고 지켜주는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죽는 순간까지 성실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던 제자들 중 ‘열 둘’을 따로 뽑으시어 그들에게 병자들을 고쳐줄 힘과 더러운 영들을 쫓아낼 권한을 주십니다. 그런데 뽑힌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소위 ‘잘나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요. 평생을 고기잡이밖에 모르고 살아온 무식한 어부들, 동족들에게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이자 ‘죄인’취급까지 받았던 세리,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던 열혈당원, 세속적인 것들에 대한 욕심 때문에 스승님을 헐값에 팔아넘긴 배신자에 이르기까지… 남들 앞에서 변변히 내세울 만한 것 하나 없는 못난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못난 사람들을 뽑으시어, 그들이 각자 지닌 고유한 모습을 바탕으로 당신께서 맡기신 소명을 수행하게 하십니다. 그래야만 그들의 인간적인 능력이 뛰어나서 그 일을 해낸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함께 ‘낮은 자리’에 있는, 우리와 똑같은 부족함과 단점들을 지닌 그들을 통해서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가 더 또렷하고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짧은 ‘몽당초’가 바닥에 펼쳐놓은 책을 더 밝게 비추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스도인은 바로 이 ‘몽당초’의 역할을 하도록 주님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의 뜻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한 주님의 뜻이 나를 통해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주님의 뜻에 맞는 것을 선택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그런 나의 이름을 영원토록 기억해주실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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