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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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7-22 | 조회수322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요한 20,1-2.11-18
“누구를 찾느냐?“
오늘의 제1독서인 아가서를 보면 사랑하는 연인을 찾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헤매이는 한 여인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나는 잠자리에서 밤새도록,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아다녔네.”(아가 3,1)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자기 목숨보다 더 사랑했던 스승님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지고지순한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이미 돌아가신 스승님이지만 무덤에서라도 그분을 어서 빨리 보고 싶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져버린 청천벽력과 같은 상황에서 슬피 울면서 그분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헤매이는 모습에서, 그녀가 예수님을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겁니다. 그녀의 고향은 막달라 지방이었습니다. 그녀는 한 때 일곱 마귀에 시달리며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으나, 감사하게도 예수님을 만나 치유받았고 그 때부터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전 재산을 털어 예수님과 그 일행을 뒷바라지 했습니다. 예수님의 ‘최측근’이라던 제자들마저 두려움에 빠져 그분을 버리고 달아나버린 상황에서도 그분의 십자가 밑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자신이 예수님으로부터 크나큰 은총과 사랑을 받았다고 여겼기에 자신도 기꺼이 큰 사랑을 그분께 드릴 수 있었던 겁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 그녀에게는 오직 예수님 뿐이었습니다. 그녀의 삶에서 예수님을 빼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정도로, 마리아 막달레나는 자신의 온 삶과 존재 모두를 예수님께 기꺼이 기쁘게 내어드렸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물으십니다. “누구를 찾느냐?” 예수님께서 활동하실 때 많은 이들이 예수님 곁으로 다가갔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누구’를 찾으려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던 ‘무엇’을 얻을 생각만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정치적 독립을, 어떤 이들은 세속적인 성공을, 어떤 이들은 물질적 풍요를 찾았지요. 하지만 마리아 막달레나만은 예수님에게서 ‘무엇’이 아니라 ‘누구’를 찾았습니다. 그녀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예수님을 수단으로 이용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는 예수님이, 그분과 맺는 믿음과 사랑의 관계 자체가, 거기서 오는 참된 행복이 목적이었기에 굳이 ‘무엇’을 찾을 필요 없이 예수님만으로 충분했던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져버린 지금, 그녀의 시선은 예수님이 아니라 사라져버린 그분의 시신을, 예수님이라는 따스한 존재 자체가 아니라 차갑게 식어버린 그분의 육신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부활하신 주님을 눈 앞에 두고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녀에게 ‘누구를 찾느냐’고 물으십니다. 선입견과 편견에 갇혀서, 두려움과 집착에 빠져서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서도 함께 머무르지는 못하는 그녀를 참된 믿음의 세계로 이끌어 주시기 위함입니다. 그릇이 아무리 커도 그것을 뒤집어놓으면 빗물이 고이지 않습니다. 그릇의 열린 부분이 하늘을 향해야 비로소 그 크기만큼 빗물을 담을 수 있지요. 마리아 막달레나는 믿음과 사랑으로 예수님을 향했기에 그분을 자기 마음 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참된 신앙은 내가 알고 바라는 예수님을 찾겠다고 고집부리는 일이 아니라, 그분께서 내가 잘 모르는 낯설고 불편한 모습으로 오실지라도 그분이 내 주님이시기에 있는 그대로 내 안에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 사랑이 깊고 진실한만큼 신앙을 통해 누리는 기쁨과 행복도 클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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