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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야고보 사도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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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25 조회수607 추천수4 반대(0) 신고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마태 20,20-28 

 

 “내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중요한 열쇠를 잃어버렸다면서, 가로등 아래에서 열심히 찾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지인도 열쇠 찾는 일에 동참했지요. 하지만 몇 시간 동안 그 주변을 이잡듯이 뒤져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자 답답해진 나머지 그에게 물었습니다. “열쇠를 여기서 잃어버린게 확실해요?” 그러자 그는 너무나 태연한 얼굴로 ‘아니요’라고 답했고, 이에 어안이 벙벙해진 지인이 ‘그런데 왜 여기서 찾고 있느냐’고 묻자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가로등 빛이 밝아서 찾아보기가 좋잖아요.” 그의 모습이 어이없다고 여겨지십니까? 하지만 그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말로는 참된 행복을 누리고 싶다고 하면서 그 행복을 주시는 참된 원천인 분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세상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을 따라다니고 있지요. ‘쉽고 편한 것’을 찾는 습성에 깊이 물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참된 행복을 누리는 구원의 길은 어렵고 힘들기에, ‘굳이 그 길이 아니더라도 다른 길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엉뚱한 곳을 찾아 헤매는 겁니다. 하지만 구원의 길은 오직 하나 예수 그리스도의 뜻과 가르침을 따르는 것 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청탁’을 넣는 두 아들의 어머니 이름은 ‘살로메’로 예수님을 가까이에서 모시며 그분의 시중을 들던 부인들 중 한 사람입니다. 그만큼 예수님을 깊이 존경하며 사랑했기에, 그분 곁에 머무르고 싶은 열망이 컸던 것이지요. 그런 열성 때문인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는 그 순간에도 그분의 십자가 곁을 지키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그녀였기에 자기 아들들도 예수님 곁에 머무르기를 바랐습니다. 그저 물리적인 거리만 가까운게 아니라, 예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분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마침내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던 새로운 세상이 왔을 때 그분의 ‘최측근’으로써 그 나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했던 겁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자기 두 아들은 그런 욕망을 대놓고 드러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이 대신 나서서 일종의 ‘치맛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그녀에게 말씀하십니다. 당신 옆자리는 영광을 받으며 남들 위에 군림하는 ‘옥좌’가 아니라, 당신을 위해 극심한 고통과 시련까지 감수해야 하는 ‘가시방석’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그저 욕망이 이끄는대로 원하고 바란대고 해서 앉을 수 있는게 아니라,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간다고 하십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중요한 보직에 앉을 이들이 미리 정해져있다는 ‘운명론’이나 ‘결정론’을 말씀하시는게 아닙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고 충실히 따른다면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앉게 된다는 겁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과 표징을 통해 드러난 당신 뜻을 제대로 헤아리고 충실히 따르는 것입니다. 친구가 오리를 같이 가자고 하면 십리까지라도 사랑으로 함께 가주는 것입니다. 누가 내 왼 뺨을 때리면 오른 뺨까지 돌려 대주는 것입니다. 누가 내 겉옷을 달라고 요구하면 속옷까지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라는 소명을 기쁘게, 끝까지 지고 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그분께 기쁨을 드리기 위해서라면 고통과 시련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옆자리는 하느님께서 정하신다’는 말씀이 살로메와 두 아들들에게는 희망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실망이 되었을까요? 그 말씀이 그분을 따르는 신앙생활을 하는 나에게 희망을 줍니까? 아니면 근심을 안겨줍니까? 세상 한 가운데에 살면서도 주님 말씀 안에 머무르며 그분 뜻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는 이미 주님 옆자리를 차지한 이들입니다. 그러니 내 뜻과 계획대로 안되는거 같다고 조바심 내지 말고, 묵묵히 내가 갈 길을 걸으며 모든 걸 주님 손에, 공정하신 주님의 처분에 맡겨 드립시다. 그런 온전한 신뢰와 전적인 의탁이 바로 신앙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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